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 차별에 맞서다

전연주씨가 2026년 7월30일 서울 성수동 카인드서울에서 ‘스탠드 역 코미디: 감각을 뒤집는 웃음’ 공연을 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사춘기 시절, 전연주(29)씨는 늘 비슷한 꿈을 꿨다. 자고 일어나면 비장애인이 되어 있는 꿈. 너무 생생해서 눈떠 거울을 볼 때마다 실망하곤 했다. 이런 마음을 털어놓을 곳도 없었다.
같은 장애를 가진 엄마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마트에서 일하느라 바빴고, 아빠는 자주 술에 취해 있었다. 힘든 연주씨를 붙잡아준 건 친구의 한마디였다.
“세상이 너를 약자라고 규정하고 네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하는데, 어떻게 너 자신을 쉽게 사랑할 수 있겠어. 힘든 게 당연해. 하지만 연주야, 나는 네가 정말 귀엽고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것이 네 장점이야. 그러니 너를 너무 미워하지 마.”
연주씨가 앓고 있는 병은 희귀 저신장 장애인 ‘가성연골무형성증'. 몸에 비해 팔다리가 짧고, 연골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관절이 수시로 어긋나는 탓에, 중학교 이후 단 하루도 통증이 없는 날이 없었다. 키 110㎝, 0에 가까운 악력. 냉장고 문을 열다가도 팔이 빠지고 생수 뚜껑조차 이로 열어야 하는 신체적 한계 속에서 그를 자유롭게 한 것은 운전이었다.
“아직도 제가 운전석에서 내리면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요.”
차 지붕 위에 달린 오토박스가 스르륵 작동하며 휠체어를 내리고 실어주자, 마침내 타인의 도움 없이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차 밖의 세상은 여전히 무례했다. 지하철을 타면 다짜고짜 “왜 그렇게 됐냐”고 묻거나 “예수 믿으라”며 퇴마를 시도하는 오지랖과 싸워야 했다.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의 챌린지 영상에 달린 잔인한 악플들을 본 뒤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마저 꽁꽁 잠가버렸다.
그 닫힌 문을 부순 건 이동약자 접근성 단체 ‘계단뿌셔클럽'과 함께 간 디엠제트(DMZ)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시각장애인부터 휠체어를 탄 사람들까지 함께 음악에 맞춰 원을 그리며 뛰어노는 과정에서 느낀 따뜻한 환대. 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문득 깨달았다. “그래, 세상은 나를 그렇게 싫어하지만은 않아.”
그날, 연주씨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공개로 전환했다. 이어 축제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연극인 이성수씨의 제안을 받았다. “연주님, 말을 재미있게 하시는데 스탠드업 코미디 한번 해보실래요? 조만간 장애인을 위한 코미디 워크숍이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에서 열리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나는 강사로, 연주씨는 참여자로. 코미디를 잘하려면 일단 많이 보는 게 중요하다. 내가 서는 무대에 초대하자, 연주씨는 차를 몰아 나를 서울 이태원으로, 경기도 수원으로 데려다줬다. 그 고마움에 내가 물었다. “혹시 5분 정도 무대에 서볼래요?”

2026년 7월30일 서울 성수동 카인드서울에서 열린 ‘스탠드 역 코미디: 감각을 뒤집는 웃음’ 공연에 참가한 이들이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마침내 그는 2026년 7월30일 서울 성수동 카인드서울에서 열린 ‘스탠드 역 코미디: 감각을 뒤집는 웃음’ 공연 무대에 섰다.
“아는 동생이 처음 연애할 때 ‘언니, 혹시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모텔 어디 있어?' 묻더라고요. 마침 제가 알고 있어서 몇 명에게 알려줬죠. 그곳 사장님은 아마 장애인들이 섹스를 많이 한다고 생각하시겠죠? 이게 바로 장애인식 개선 아닐까요?”
“남자친구는 저의 국외여행을 반대해요. 납치당해 서커스단에 팔려갈 수 있대요. 키가 작아 품에 안고 튀기 딱 좋다나? 하지만 그것도 제 운명 아닐까요? 언젠가 제 소셜미디어에 코끼리랑 서커스하는 영상이 올라오면 ‘좋아요’ 많이 눌러주세요.”
그가 거침없이 삶의 조각들을 꺼내놓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나는 직감했다. 세상은 동정이 아닌, 이 당당하고 매력적인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기다려왔다는 것을.

전연주 씨. 본인 제공
■ 전연주님의 플레이리스트
1. ‘해쭈 [HAEJOO]’ 중 [★★★★vlog] 가족들이 가까이 살아서 행복한 깨알 일상 모음집.zip
https://youtu.be/7XeYs4LHy9g
해쭈는 유튜버로 본격적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좋아했어요! 진짜 재밌고 유쾌한 사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대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일상의 모습을 보면서 포근한 가족의 정을 느끼며 대리만족합니다.
2. ‘KBS동물티비: 애니멀포유 animal4u’ 중 KBS 동물극장 ‘단짝’(2022년 4월30일 방송)
https://youtu.be/TO4eV2H1TjM
‘단짝’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사시는 분들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힐링하고 싶을 때 무조건 보는 영상입니다.
3. ‘소풍족’ 중 ✦꿀잼보장✦ 3월에도 꽁꽁! 얼음호수로 향하는 겨울몽골 여행 몰아보기
https://youtu.be/PmUnPTIw8_s
대학에서 만난 김은영과 박서우 두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여행 채널인데, 시너지가 미쳐요. 다 재밌지만 특히 몽골 편이 좋습니다.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꿈꿀 수 없는 나라인데, 영상으로라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궁금한 건 당신’ 저자
*김수진 소셜저널링 ‘66데이즈’ 대표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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