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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시절보다 더 반헌법적인 ‘윤석열 포고령’

박찬대 의원, 12월14일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시 포고령 조항 읊어…시민 160명 “윤석열 포고령에 기본권 짓밟혔다” 헌법소원 제출
등록 2024-12-13 22:31 수정 2024-12-15 16:32

“포고령은 공포였다.” 시민 160명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부로 발효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이하 ‘윤석열 포고령’)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12월9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위헌인 포고령에 처단당할 국민일 수 없다”며 “포고령이 위헌임을 확인하여 다시는 그 어떤 정치세력도 이와 같은 위헌적인 포고령을 발령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해주기 바란다”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2024년 12월9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강기정 광주시장,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구청장, 종교 지도자, 오월단체대표, 대학 총장, 시민단체 대표 등이 쌍둥이 포고령, 대통령 탄핵, 책임자 처벌 촉구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2월9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강기정 광주시장,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구청장, 종교 지도자, 오월단체대표, 대학 총장, 시민단체 대표 등이 쌍둥이 포고령, 대통령 탄핵, 책임자 처벌 촉구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유신 시절보다 더 반헌법적인 ‘윤석열 포고령’

황준호 변호사는 2024년 12월3일 밤 11시30분께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포고령을 들었을 때 이상한 문구에 ‘현실감’이 없었다. 헌법에 따르면 계엄을 선포하면 국회에 통고해야 하는데 ‘윤석열 포고령’은 통고의 대상인 ‘국회’를 포함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했다.(1항)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5항에 이르러서는 ‘가짜뉴스인가’ 의심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군인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현실적 폭력”임을 깨달았다.

대학에서 2024년 2학기 ‘헌법과 국가’ 과목을 강의한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매일 뉴스에 ‘헌법’이 등장하는 헌법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며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듯, 병든 법치주의는 헌법재판소에서 바로잡아야 하는데 유신 시절보다 더 반헌법적인 ‘윤석열 포고령’의 문제부터 바로잡혀야 한다”고 생각해 ‘포고령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기획했다. 비상계엄이 이미 종료돼 ‘포고령’에 의한 기본권 침해도 종료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침해행위가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질서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2000헌마546)고 판단한 바 있다. 혼자만 하기보다 청구인을 모아보자는 생각에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올렸다. 하루 만에 160명의 청구인이 모였다.

‘윤석열 포고령’은 어떤 측면에서 위헌일까.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전공의 미복귀시 처단’ 외에도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3항)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4항)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계엄법 제9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에 의하여 처단한다’는 문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가치·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신체의 자유(헌법 제12조), 직업수행의 자유(헌법 제15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헌법 제21조), 근로자의 단체행동권(헌법 제33조) 등의 기본권을 제한한다. 위 포고령이 근거로 든 계엄법 제9조에 부합하려면 “군사상 필요한 때”라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제한은 오로지 ‘법률’로만 가능”(헌법 제37조 2항)하다는 ‘법률 유보의 원칙’은 안중에 없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는 2항의 내용은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적용 범위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되며 헌법 제12조 3항이 정하고 있는 영장주의에도 위배된다.

박정희 대통령 피살 다음날인 1979년 10월27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계엄포고 1호’가 발령됐다. 당시 문화방송(MBC) 뉴스특보 앵커가 ‘계엄포고 1호’를 전달하고 있다. 문화방송 아카이브 영상 갈무리

박정희 대통령 피살 다음날인 1979년 10월27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계엄포고 1호’가 발령됐다. 당시 문화방송(MBC) 뉴스특보 앵커가 ‘계엄포고 1호’를 전달하고 있다. 문화방송 아카이브 영상 갈무리


박정희 대통령 피살 다음날인 1979년 10월27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계엄포고 1호’가 발령됐다. 당시 문화방송(MBC) 뉴스특보를 통해 ‘계엄포고 1호’의 내용이 방송되고 있다. 문화방송 아카이브 영상 갈무리

박정희 대통령 피살 다음날인 1979년 10월27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계엄포고 1호’가 발령됐다. 당시 문화방송(MBC) 뉴스특보를 통해 ‘계엄포고 1호’의 내용이 방송되고 있다. 문화방송 아카이브 영상 갈무리


‘포고’라는 형식의 ‘근본 없음’

게다가 ‘포고’라는 형식의 ‘근본 없음’이 간과되고 있다. ‘포고’는 법률 어디에서도 정함이 없는 형식으로 그간 민주화 이전의 군사·독재 정권 통치자들이 시민을 협박하는 데 쓰여왔다. 6·3항쟁(한일협정 반대 운동)을 빌미로 1964년 6월3일 선포된 비상계엄에서 발령된 ‘계엄사포고 제1호’, 1972년 10월17일 10월 유신 때 발령된 ‘계엄포고 제1호’, 1979년 10월18일 부마민주항쟁 이후 선포된 ‘계엄포고’, 10·26 이후 선포된 ‘계엄포고 1호’, 1980년 5월17일 공고된 ‘비상계엄 전국 확대 포고령 10호’ 등 계엄 국면마다 수도 없이 ‘포고령’이 발령됐다. 김정환 변호사는 “포고는 ‘한 나라가 상대국에 전쟁 시작을 알리는 명령’의 의미로도 사용되는 단어로 ‘공고’보다 훨씬 위압적인 단어”라며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법령에서 정하지 못하는 사항은 고시, 훈령, 예규, 지침, 규칙 등에 위임하는데 ‘포고’라는 형식은 계엄법을 포함해 어디에도 없음에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의 행위가 법률에서 정한 바 없는 형태로 수도 없이 이뤄져왔다”고 지적했다.

1972년 10월17일 전자관보에 게재된 ‘계엄포고’ 제1호. 국가기록원 자료

1972년 10월17일 전자관보에 게재된 ‘계엄포고’ 제1호. 국가기록원 자료


이 때문에 이미 40~50년 전의 ‘포고령’들은 재심 청구 등을 통해 대법원에서 반복적으로 위법·위헌 판단을 받았다. ‘군사상 필요한 때’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윤석열 포고령’의 전제조건인 ‘군사상 필요한 때’ 역시 2024년 12월 현재와 부합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1979년 10월16일 7년간 이어진 유신체제에 저항하는 부산대 학생들의 거리시위를 시작으로 부산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던 부마항쟁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포고 1호’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해 “‘군사상 필요할 때’는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사변으로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의 유지에 위해가 될 만큼 극도로 사회질서가 혼란해진 상태 등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여 경찰력만으로는 도저히 비상사태의 수습이 불가능하고 군병력을 동원하여 그러한 상황에 이른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 때를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계엄포고 제1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 상황과 사회상황이 ‘군사상 필요한 때’에 해당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0월유신 이후 선포된 ‘계엄포고’ 재심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이 사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되었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계엄포고가 해제되거나 실효되기 이전부터 구헌법, 현행 헌법, 구계엄법에 위배되어 위헌이고 위법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군인에게 선의를 바라던 공포” 재발 안 돼

김정환 변호사는 2024년 12월3일 밤과 12월4일 새벽을 떠올리며 말했다. “국회에 난입한 군인의 선의를 기대하며 군인에 의한 신체·생명의 침해가 없기를, 모두가 무사하기만을 바라게 되는 상황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2024년 12월3일 발령된 포고령은 우리나라 법치주의가 아직도 일부 정치인과 군인에 의해 파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포고령’ 작성 주체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초고를 자신이 작성하고 윤 대통령과 함께 의논하며 최종본을 완성했다’고 검찰 수사에서 진술하고 있다. “헌법을 준수”한다는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독재자의 방식으로 군인의 손발을 빌려 헌법을 앞장서서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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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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