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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뒤 형사처벌, 청도군에서는 왜 공식이 됐나

‘공천=당선’ 지역에서 반복되는 현상… 투명한 공천·결선투표 등 제도개혁 필요
등록 2026-04-27 14:32 수정 2026-04-28 08:35
경북 청도군청.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경북 청도군청.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경북 청도군은 1995년 민선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후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단죄되거나 후보자가 낙마하는 일이 반복됐다. 개인의 일탈로 보기에는 횟수가 잦고 우연이라 하기엔 패턴(행태)이 분명하다. 패턴의 반복이 지역 특성에서 비롯했는지, 인물의 문제인지, 아니면 공천과 선거 제도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인지 따져봐야 하는 까닭이다. 이는 비단 청도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의 선택으로 권력을 구성하고 책임을 묻는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가늠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인물이 바뀌어도 결말은 똑같다

 

청도군의 역대 지방선거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국민의힘 계통의 정당이 선거 결과를 독점해왔다는 점이다. 1995년 당선돼 3선을 한 김상순 군수는 민주자유당과 한나라당 소속이었고, 2005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원동 군수는 무소속이었다가 2006년 재선 때 한나라당에 입당했으며, 2007년 재보궐선거에선 무소속들끼리만 경쟁했다가, 2008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중근 한나라당 소속 군수가 2010년 재선돼 임기를 마쳤다. 2014년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승율 군수는 2선을 하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소속이 변경됐고, 2022년 김하수 군수는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청도군수가 되려면 본선보다 당내 경선과 공천 과정이 더 치열하다. 같은 당 내 경쟁자이면서도 후보들이 지독한 상호 비방과 세몰이에 나서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갈등은 선거 이후까지 이어진다.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수사기관의 인지수사가 뒤따른다. 당선자는 임기 초반부터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다. 선거를 통해 권력이 안정돼야 하는데, 되레 불안정이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행정력도 권력자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소모되고 만다.

문제는 권력자가 사법적 단죄를 받아 낙마하더라도 이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보궐선거에서도 같은 구도가 반복된다. 기존 공천 경쟁에서 탈락했던 후보와 중앙에서 낙점된 인물이 다시 맞붙고, 공천 경쟁은 다시 과열된다. 선거는 반복되지만 경쟁의 방식은 바뀌지 않는다.

청도군은 이 악무한의 굴레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곳이다. 그 출발점은 2004년이었다. 민선 1~3기 군수를 지낸 김상순 군수는 공천 과정에서 거액의 자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천 대가 금품 제공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고 2004년 10월 군수직을 상실했다.

이 사건 이후 청도군은 짧은 기간 반복된 선거를 치렀다. 4년 사이 재보궐선거 3차례를 포함해 모두 4차례의 선거가 이어졌다. 김상순 군수 낙마 뒤 2005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원동 군수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임기를 시작했다. 선거 기간 중 불법 지출이 드러났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2007년 7월 확정판결로 군수직을 상실했다. 뒤이은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한태 군수도 형사사건으로 구속되며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인물이 바뀌어도 결말은 같았다. 2008년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이중근 군수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장기간 수사를 받았다. 유죄 확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청도군수는 당선 이후에도 수사 대상이 된다’는 인식은 더 굳어졌다. 지역에서는 “권력은 군민의 선택이 아니라 판사의 판단에 달렸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주민 10명 중 1명꼴로 금품 받기도

 

이 시기 청도군의 금권선거 규모는 이례적이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이어진 ‘상습적·구조적 금권선거’로 인구 5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지역에서 관련자가 500여 명, 금품을 받은 주민이 5천여 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 10%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셈이다. 금권선거를 비롯한 비리가 특정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는 수치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주민이 형사처벌을 받았고, 일부는 수사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전문 선거 브로커가 아니라 평범한 주민들이 인맥과 조직에 얽혀 선거에 참여했다가 범죄에 연루된 사례였다. 선거가 개인의 삶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청도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남 고흥군, 전북 임실군과 장수군 등 일부 군 단위 지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반복됐다. 전남 고흥군은 2000년대 중후반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전후해 금품 제공 등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잇따랐다. 군수가 낙마하는 결과도 결과지만, 수사 과정에서 금권선거에 가담한 다수의 후보 측근, 선거캠프 책임자와 담당자, 지역 유지 및 유력 인사가 모두 처벌됐다. 전북 임실군의 경우 2011년 당선된 군수가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받고 당선 무효 판결이 났다. 전북 장수군에서는 2013년 군수가 선거 과정에 금품을 제공하고 당선 이후 권한을 이용한 비리 사건으로 사법처리되며 직을 잃었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호남 지역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영남 지역에선 국민의힘이 사실상 당선을 좌우하는 지역 구도 기반 거대양당제에서 선거 경쟁이 내부 공천 경쟁으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내세우는 가치와 정체성이 다른 정당 후보들끼리 지역 주민의 표를 두고 맞붙는 선거보다,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후보들끼리 중앙당의 낙점을 위해 다투는 공천 경쟁이 훨씬 더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 공천 결정권자에게 가는 로비 활동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로비 활동을 위해 지역 유지들의 금권이 동원되고, 이 금권과 거래된 매관매직 사례 등이 나오게 된다.

선거는 투자… 당선 이후 비용 회수

 

지역에서 금권·관권 선거 문화의 잔재가 사라지지 않은 것도 이런 구조에 기반한다. 경북 지역의 한 정치인은 “일부 고령층을 중심으로 선거를 ‘이익을 얻는 기회’로 인식하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에게 금품 제공을 요구하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 출마 자체를 문제 삼는 사례도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런 요구나 문제 삼기가 범죄라는 인식보다 관행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농촌 지역 특유의 폐쇄적이고 인맥 중심적인 사회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청도군은 집성촌과 문중, 학연으로 얽힌 관계망이 강하다.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지지 네트워크가 빠르게 형성되고, 선거는 개인 간 경쟁을 넘어 집단 간 대립으로 확산된다.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일종의 ‘카르텔’이 작동하며, 금품 제공과 조직 동원은 이 네트워크를 따라 확산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선거는 자연스럽게 ‘투자’ 성격을 띠게 된다. 후보와 조직은 자원과 비용을 투입하고 당선 이후 이를 회수하리라고 기대한다. 선거가 공적 경쟁이 아니라 사적 투자로 인식되는 순간, 권력은 공공의 수단이 아니라 회수의 수단으로 변질된다. 청도군에서 불거진 매관매직 의혹은 그 단면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하수 군수는 재임 중 폭언, 주거침입, 협박 등 혐의로 수사받아 검찰에 송치됐다. 여기에 매관매직 의혹까지 더해졌다. 사실 여부는 수사를 통해 가려질 사안이지만, 이런 의혹 자체가 낯설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권력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 제기가 있어도 지역사회 내부에서 충분히 공론화되지 못한다. 군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관계망과 군의 예산에 기댄 언론과의 관계 속에서 비판은 쉽게 확산되지 못한다.

국민의힘이 2026년 4월22일 이런 상황에서도 6·3 지방선거 청도군수 후보로 김하수를 공천한 배경에는 지역 정치의 구조적 특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역 정치권에서는 “의혹이 있더라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으니 공천권자와 관계를 잘 맺어온 후보를 택하는 경향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지역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 단계에서 논란을 걸러내기보다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이를 ‘정치적 공방’으로 넘기고 공천을 강행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려면 우선 정당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지역의 경우 공천 심사 과정부터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공천심사위원회를 확대하는 방식과 여론조사 등 정량 평가 비율을 늘려 지역 조직이나 계파를 갖고 있는 이들의 영향력을 억제해야 한다.

 

문제 핵심은 경쟁 작동하지 않는 구조

 

하지만 정당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선거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이 근원적인 대안으로 제기된다. 예를 들어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한 지역에서 여러 명이 당선될 수 있어 다양한 정당과 후보의 진입이 가능해진다. 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후보는 다시 경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유권자의 선택이 더 신중해질 수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구조가 아니라, 정당과 유권자가 후보를 걸러낼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도군 사례는 개별 인물의 일탈이라기보다 ‘지역 1당 독점 구도’가 만든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당의 공천 방식 개선과 함께, 경쟁을 확대하는 방향의 선거제도 개편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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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전 청도군수.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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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동 전 청도군수.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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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태 청도군수가 선거운동원 2명이 자살하고 10여 명이 구속된 12·19 청도 재선거와 관련해 선거법위반 혐의로 2008년 1월17일 경북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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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경북 청도군수가 2014년 1월20일 군청에서 6월 지방선거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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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수 청도군수. 청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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