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교육 받고 용감해진 아이들, 중앙현관 이용·체벌 등 학교규칙에 도전하다
▣ 글·사진 이기규 서울 수송초 교사·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일어나라, 인권 OTL ⑦]
“선생님 불소 양치 안 하면 안 돼요?”
지난해 우리 반 친구들이 불만 섞인 얼굴로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매주 하루에 한번 등교 뒤 불소용액으로 입안을 헹궈야 했다. 사실 불소 양치를 무조건 해야 하는 학교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차라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글쎄요. 불소 양치는 학교 전체에서 하라고 하는 거니까 교장 선생님께 이야기해보는 게 어떨까요?”

보통 때 같으면 교장 선생님이란 말에 그냥 포기하고 자리에 주저앉을 아이들이었겠지만 인권이 무언지 느끼고 배운 경험이 있는 아이들인지라 다섯 명이 쪼르르 교장실로 달려갔다.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성공하고 불소 양치를 안 하는 자유를 얻게 될까? 나는 그 결과를 기대하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잠시 뒤 이들은 자기 머리를 어루만지며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용감하게 교장 선생님을 찾아간 것은 성공적이었으나 교장 선생님은 “그런 건 보건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라”며 아이들을 돌려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지 않은 용감한 아이들은 다시 보건 선생님을 찾아갔다. 하지만 얻은 건 꿀밤 하나씩뿐이었다는 것이다.
“아쉽네요. 오늘처럼 그냥 가지 말고 좀더 준비를 하고 가면 어떨까요?”
나는 아이들에게 넌지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아이들은 자신이 처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지닌 불만이나 주장을 어른들에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아이들이 불합리한 일에 대해 주장하거나 불만을 이야기하면 어른들은 대부분 그 주장이 올바른지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주장 자체를 버릇없는 짓으로 단정짓는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면 더 효과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기회가 있어야 함에도 말이다.
며칠 뒤 인권 수업 시간에 꿀밤을 먹은 아이들은 서명판을 만들어서 불소 양치를 안 하기 위한 서명을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은 중앙현관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체벌을 없애자는 주장을 하기 위해 손팻말을 만들기도 하고 선생님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서명이 시작되자 아이들이 열렬한 호응을 했다. 다른 반 선생님들은 논리적이지 않은 아이들 주장에 질문을 해가며 서명을 해주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교사인 내가 판단해주고 이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보다 이런 경험들에서 더 많이 배울 것이다. 아이들은 직접 피부로 느끼고 경험하면서 한 사람의 존중받는 인간으로 커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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