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화창한 봄날 아침.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있는 서울 광화문 앞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밤을 새운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액트에선 열린 ‘이주노동자의 방송 MWTV 영상 아카데미 1기’ 교육에 네팔, 스리랑카 등 7개국 출신 12명이 2달여 동안 참여했다. 교육은 일요일 오전에만 진행됐는데, 토요일까지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10월부터 2기 교육 시작하는 ‘이주노동자의 방송 MWTV 영상 아카데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제공
이주노동자 미디어 활동가 양성이라는 목적에 맞춰 교육 내용도 MWTV의 활동에 맞춰 진행했다. 이주노동자 뉴스와,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언어 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론 교육보다는 직접 카메라로 찍어보고 뉴스 앵커도 해보는 등 실습 중심으로 진행됐다. MWTV의 작은 내부 세트에서 자신이 만든 뉴스 화면에 맞춰 앵커도 돼보고, 연출자 겸 카메라맨이 되어 큐사인을 보내며 좀더 잘하기 위해 욕심내는 모습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미디어 교육의 전망은 아직 그리 밝지만은 않다. 대부분 미등록자라서 항상 불안에 떨어야 하고, 언어 문제,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교육을 끝까지 진행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또한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모두 노동·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교육 참가자와 교육 주체 사이에 가끔씩 다른 기대로 인한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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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말이 유행처럼 나오지만 이 속에 이주노동자는 없다.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는 ‘그림자 인간’이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라고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을 하면서 이 사회를 지탱해주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이들을 외면하며 범죄자, 일만 하는 기계로만 취급하고 있다. 어느 이주노동자가 그랬다. “당신들이 지금 앉아 있는 그 의자는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것이다. 그렇게 이주노동자는 당신들 삶 속에 같이 숨쉬고 있으며 이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라고.
이번 10월에 ‘MWTV 영상 아카데미’ 2기 교육을 시작한다. 뉴스 제작, 영상물 제작, 미디어 운동에 대한 특강 등 이주노동자의 시선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마련된다. 또 지난 1기 교육에 보조강사로 참여한 MWTV 버마 활동가가 이번에는 직접 공동 책임강사로 교육을 진행한다. 이렇게 한 걸음씩 이주노동자 미디어 교육 활동가의 탄생에 다가가고 있다.
정소희 MWTV 영상 아카데미 책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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