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칙 패러디, 끝장토론 등으로 시끌벅적했던 청소년 인권캠프 ‘별세상’ 현장
▣ 혜민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일어나라, 인권 OTL ⑭]
“캠프 참가자 중 여성은 머리를 묶어야 하며, 남성은 앞머리 3cm로 정한다. 가위는 1만원을 내고 스태프에게 빌릴 수 있다. 캠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한다.”
7월31일부터 2박3일 동안 청소년 인권단체 등이 열고 40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한 청소년 인권캠프 ‘별세상’은 학교의 교칙을 패러디한, 위와 같은 어이없는 규칙을 적은 종이를 찢고 참가자들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면서 시작했다. 평소 삶에서 ‘질서’를 명목으로 당해왔던 억압을 상기해보고, 청소년은 미성숙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존재라는 점을 환기시키는 의미였다.

“‘서로 존중하기’같이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굳이 규칙으로 정해야 해?”
“합의해서 정한다고 해도 그 규칙이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도 있는데 그냥 규칙 같은 거 안 정하면 안 돼?”
이런저런 토론이 오가다 결국 ‘어리다고 반말하지 않기’ ‘벌칙은 없음’ 같은 규칙들이 벽에 붙는다. ‘인권 밥상 차리기’ 코너에서는 청소년의 권리와 관련한 각종 의제를 찬반에 부쳐보기도 했다(사진).
이튿날 오후 별세상 캠프의 하이라이트인 끝장 토론이 시작됐다. 주제는 청소년들의 일상 전반에서 차별과 억압의 정당화 도구로 사용되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인 ‘청소년 보호주의’였다. 찬성과 반대 의견 발제를 짧게 듣고 의견별로 그룹을 나누고, 그 속에서 다시 술과 담배, 성, 정치적 권리 중 관심 있는 주제별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과 담배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비청소년의 몸에도 해로워. 해롭다는 이유로 금지하는 것이라면, 임산부에게는 왜 ‘권고’만 하는 걸까?”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장난으로 투표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뽑은 대통령이 지금 이명박이잖아. 세상에, 며칠 전에 치러졌던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겨우 15%였어.”
저녁 먹을 시간이 됐는데도 청소년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더 이야기를 해보고 마무리짓고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청소년은 사회적 약자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신체적으로도, 보편적인 사회 경험에서도 그렇다. 이 때문에 실수하고 넘어질 위험이 더 크다. 하지만 그것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내세우는 보호주의는 오히려 더욱 청소년들을 약자로 만들 뿐이다. 알 속에 있는 새에게 알을 깨뜨리는 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바깥세상은 위험하다며 알을 더 두껍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바로 ‘보호주의’이다.
이처럼 보호주의는 청소년의 일상을 억압하고 있음에도 사회 속에 교묘하게 녹아들어 있어서, 그것을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이번 별세상 캠프의 유행어는 “이거 인권침해잖아”였다. 별세상 캠프를 통해 차별과 인권침해를 더욱 공고히 하는 보호주의에 태클을 거는 용기가 조금이라도 늘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열릴 캠프 등에 관한 정보는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cafe.daum.net/youthhr)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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