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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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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권 OTL] 예뻐라, 배려하는 아이들

등록 2008-05-23 00:00 수정 2020-05-03 04:25

장애 인식 교육·다문화 이해 교육·학생자치회 운영… 인권교육 시범학교 2년의 추억

▣ 지선아 복창초등학교 교사

[일어나라, 인권 OTL②]

“친구를 놀리고 따돌리는 것은 인권침해지요?” “처음에는 장애인 친구들이 무서웠는데, 동방학교를 다녀온 뒤 생각이 바뀌었어요. 우리 학교에 장애인 친구들이 있는데 우리의 배려가 필요할 것 같아요.” “장애인 친구들을 ‘애자’라고 놀렸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하니 정말 부끄러워요. 제가 친구를 존중하지 않은 거죠.”

가랑비에 옷깃이 젖듯 2년 동안의 인권교육 활동으로 우리 아이들의 의식 속에는 인권의 싹이 자라고 있다. 2년 전 이맘때 당차게 인권교육을 실천하겠노라 선언하고도 방향을 잡지 못해 심란했던 기억이 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학교가 됐다는 말에 “학교에서 인권교육이 가능해?” “인권적이지 않은 것이 뭔데?” “인권교육은 뭐 특별해? 그게 그거지” 등 냉소적인 말들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 동안 인권에 관한 이론교육과 함께 수화도 배우고, 눈 가리고 걷기, 2인3각 경기 해보기, 눈을 가린 채 물을 담은 세숫대야 10개를 친구 손 잡고 징검다리처럼 건너보기 등 장애체험 활동도 열심히 했다. 관내 특수학교인 동방학교와 연계 수업을 통한 장애 인식 교육, 다문화 이해 교육, 학생자치회인 복창인권어린이회 운영 등도 진행했다.

“눈이 안보이는 어려움 알게 됐어요”

올해 초 연구학교 기간이 끝났다. 지금은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아이들이 지난해에 비해 키나 몸무게가 부쩍 컸다. 지난해 인권교육의 영향인가? 요즘엔 우리 ‘꿈바라기’들한테 감동받고 있다.

한 아이가 친구랑 놀다가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내가 놀라자, 그 아이가 달려 와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거요… 요한이가 일부러 그런 것 아니에요. 놀다가 그런 거에요.” 내가 요한이를 나무랄까봐 걱정이 됐나 보다. 또 즐거운생활 시간에 눈가리고 친구 찾기 놀이를 했는데, 내가 “하고 난 느낌을 말해 볼까?” 했더니 다훈이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알게 됐어요”라고 했다.

또 우리반에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친구 예찬이가 있다. 예찬이는 ‘즐생’ 시간에 엄청 뛰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 지난번에는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편을 갈라 이어달리기를 했다. 예찬이는 씩씩하게도 예외를 원하지 않아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뛰었다. 물론 예찬이가 속한 남자 아이들이 졌다. 그렇지만 남자 아이들은 “우리가 예찬이 때문에 진 건 아니예요. 예찬이도 최선을 다했어요”라고 말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1학년 때만 해도 조금만 다쳐도 울고, 자기 주장만 하던 아이들이었다. 원래 2학년이면 이렇게 어른스러운가? 아니면 우리 꿈바라기들이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자란 것일까?

요즘엔 일주일에 한번씩 아이들을 안아주고 뽀뽀해준다. 바라만 봐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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