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문장들>
성석제 엮음, 2009년 2월, 창비 펴냄, 1만원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한 권의 소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개인의 삶조차 바꿀 수 없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소설은 소설이다. 유쾌하게 즐기면 그만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이라면 작가 성석제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
성석제의 소설은, 아니 그의 글은 거의가 유쾌하다. 이유가 있을까? 작가 자신이 유쾌한 사람이기 때문일 게다. 최근 시인 원재훈이 펴낸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예담 펴냄)에 등장하는 ‘성석제 편’을 보면 그 증좌를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그는 어려서부터 무협지와 만화로 ‘문공’(文功)을 닦았다. 제법 여드름깨나 나기 시작할 무렵엔 바둑판에서 인생을 배웠다. 도무지 심각해지거나 어딘가 매이기를 싫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터다. 해서, 성석제의 글은 유쾌하다. 소설가 자신이 유쾌하기 때문에.
성석제는 언젠가 자신의 책상 머리맡에 <한겨레21>이 아닌 제법 ‘보수적인 주간지’를 꽂아두고 있다는 걸, 책날개 ‘작가 소개란’에 버젓이 써놓기도 했다. ‘시사지’보다 ‘주간잡지’를 선호한다는 얘긴데, 그편이 ‘백과사전적 지식 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인 듯싶다. ‘아닐 수도 있는데….’ 어찌됐건 그의 글을 유쾌하게 읽어온 독자라면, 그가 유쾌하게 읽은 글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만하다. <맛있는 문장들>(창비 펴냄)은 이런 이들에게 맞춤한 책이다.
성석제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2008년 4월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무국(for-munhak.or.kr)의 ‘문학집배원’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목요일 좋은 작가의 맛깔스런 문장을 온라인 독자들에게 ‘배달’했다. 이를 모아 묶은 게 이 책이다. 작가가 읽고, 좋아서, 나누고 싶었던 문장 52편이 오롯이 소개돼 있다. 내용은, 유쾌하다. 머리글로 등장하는 고 이문구의 ‘우리 동네 김씨’ 한 대목을 읽다 보면, 그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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