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 파리바게뜨 에스피엘(SPL) 박선빈, 디엘(DL)이앤씨 건설일용직 강보경. 이런 청년들이 계속적으로 죽어가고 있어요. 하루 여섯 명의 노동자가 출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치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처음 열린 티브이(TV) 토론에서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여러 명의 노동자를 호명했다. 그리고 열흘 뒤, 그는 영상을 하나 올렸다. “한 여성 시민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대학 시절 성폭행 피해 경험을 상세히 밝히면서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힘써달라고 요청해주셨습니다. 아무리 대통령 후보라고 해도, 저는 61세의 남성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 비동의강간죄를 반드시 시행하겠습니다.” 어떤 퍼포먼스도, 감언이설도 없이 그저 또박또박 말했다.
권영국은 ‘노잼’이다. 그의 말에는 농담이 없다. 빈말도 없다. 다 ‘진짜’다. 2025년 대선 기간에 ‘권영국? 처음 듣는 당신을 위한 10분 요약’이라는 영상으로 권영국의 진정성을 10분 동안 정리해낸 윤지나 시비에스(CBS) 디지털뉴스부장과 제21대 대선이 끝난 뒤에도 ‘진보정치가 필요해’라는 연재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진보정치를 의제화해온 이재훈 한겨레21 편집장이 권영국을 인터뷰해 책 ‘농담도 참 못해요’(사월의책 펴냄)를 썼다. 책에는 권영국의 모든 진담이 담겼다. 어떤 진보정치를 하려는지, 진보정치는 왜 필요한지, 어떻게 가능한지.
어쩌면 가장 절박한 질문, 진보정치를 어떻게 설득할까? 그 답으로 권영국은 아들과의 대화를 꺼냈다. “낙타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바늘구멍 같은 경쟁에 뛰어드는 게 나을까, 그런 서열과 위계를 평평하게 만드는 노력을 하는 게 나을까?” 권영국은 10%가 되기 위한 경쟁보다 90%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득한다. ‘효율’과 진보의 만남이다.
권영국의 정치는 90%를 위한 것이기에 다수를 위한 정치다. 정규직보다 많은 비정규직과 무권리 노동자,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3800만 명, 다주택자보다 많은 무주택자. 그럼에도 대선이 끝나고 권영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득표율 0.98%였다. ‘마음의 상처’를 가능성으로 열어준 것은 이어진 13억원의 후원금이다. 권영국을 찍지 못했지만, 후원금을 보낸 ‘두 개의 마음’. 그 ‘두 개의 마음’을 받아안아 다시 상상하는 권영국의 정치가 궁금하다면 책을 펴볼 일이다. 300쪽, 2만2천원.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초인테리어적 사고: 더 지으면 안 되는 사회
야마모토 소타로 지음, 정문주 옮김, 픽처레스크 펴냄, 1만9천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집 안은 공적 공간과 연결됐다. 건축가인 저자는 그 현상을 인테리어가 건축과의 경계를 넘어 밖으로 확장할뿐더러 건물을 끊임없이 지어댐으로써 지탱해온 건설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으로 보고, 건축의 시대를 넘어 삶의 환경 자체를 설계하고, 내면과 사회를 연결하는 ‘초인테리어적 사고’를 설계했다.

전세사기 막아내기
김제완 지음, 좋은열쇠 펴냄, 9500원
이재명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집값 잡기에 진심인 듯하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은 두 눈 뜨고 전 재산인 보증금을 날릴까 걱정해야 한다. 전세사기피해자법이 제정됐지만, 경매 유예나 장기 거주 지원 등 간접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주택임대차 법제를 전세 임차인의 권리와 시장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제도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밥 짓는 여자들
정다정 지음, 산지니 펴냄, 2만원
비정규직, 공무직 등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여성 청년 노동자가 이화여대 여성학과에 들어가 ‘학교 급식 노동자’를 주제로 석사논문을 쓰고 책을 냈다. 왜 하필 학교 급식 노동자였을까. 저자의 어머니가 12년차 급식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에서 어머니 직업을 물어보면 “학교에서 일하신다”고 얼버무렸던 과거에 대한 고백으로 책을 시작한다.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장강명 지음, 글항아리 펴냄, 1만9500원
두꺼운 철학책도 유튜브 쇼츠로 읽는 시대, 소설가 장강명이 권하는 벽돌책 서평집. ‘허영심’이 없었다면 읽기를 포기했을 거란 머리말이 재밌다. 그는 무려 1632쪽(1·2권)에 이르는 ‘부모와 다른 아이들’(앤드루 솔로몬 지음)을 21세기 첫 사반세기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청각장애·자폐증·조현병 등을 겪는 아이들, 또 그런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삶을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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