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죽이기>
강준만 지음, 2003년 7월, 인물과사상사 펴냄
아마도 그는 한국의 체 게바라가 될 것이다. 통치자의 자리보다 친구의 자리에 더 잘 어울렸던 그는 머지않아 밀짚모자 차림에 담배 한 대 꼬나물고 티셔츠에 새겨질 것이다. ‘신화’가 될 것이다. 그건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인데, ‘노무현 신화’가 아닌 ‘노무현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대단히 골치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그를 신화의 세계로 들어올리는 일에는 함께했지만, 그가 현실에 존재했던 때를 복기(復棋)하여 미래를 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다시 핵분열할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기억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노무현 죽이기>는 2003년 7월에 발간됐다. 그가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날 줄 아무도 몰랐으므로, 대통령 퇴임 이후를 포괄하는 책은 아직 시중에 나와 있지 않다. 노무현을 둘러싸고 있었던 불편한 현실을 지금 당장 만나고 싶다면, 아마도 이 책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스스로를 ‘중간파’로 규정짓는 지은이 강준만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시작된 ‘노무현 때리기’의 본질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것은 흠집내기가 아니라 정치적 존재감의 완전한 말살까지 겨냥하는 프로파간다였다.
이 책에 등장한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은 “기득권층이 자기 계급에 미달하는 ‘서민’ 대통령을 배척하는 이기심과 시기심의 발로”였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노 전 대통령과 그의 친인척, 그리고 후원인들의 땅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도덕주의 프레임’을 작동시킨 보수 신문과 한나라당의 ‘노무현 죽이기’의 기록이 이 책에 남아 있다.
강준만은 <한겨레>와 진보정당의 노무현 비판도 재비판했다. “진보세력의 (노무현) 비판은 늘 숭고하지만 그들은 국가경영에 별 관심이 없다. 총체적으로 사고하는 게 아니라 파편적으로 사고한다.” 이 대목에서 참여정부 인사들과 진보 진영은 ‘기억 균열’을 일으킬 것이다. ‘노무현 이후’를 함께 도모할 수 있을지 판가름할 십자로이기도 하다. 그 십자로 앞 언덕에서 수구 신문은 기관총을 올려놓고 기다릴 것이다. 험난한 그 길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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