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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괴물’이 된 실리콘밸리

미국 무기 산업의 새 카르텔 파헤친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등록 2026-02-26 21:43 수정 2026-03-03 16:40


미군은 2026년 1월 이란 남부 해안에서 800㎞ 떨어진 해역에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했다. 요르단 미군기지엔 스텔스 전투기 F-35 12대를 포함한 60대의 군용기가 배치됐다. 한편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확고한 결의’ 작전에 추론·코딩 등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인공지능(AI) 클로드가 사용됐다. 전통적인 빅5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금싸라기 무기’ 중 하나인 F-35와 ‘안전하고 윤리적인 AI’를 지향하며 세워진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내놓은 클로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제적 횡포에 동시에 이용되는 모습은 폭력으로 도배된 2026년의 세계를 보여준다.

책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윌리엄 디(D). 하텅·벤 프리먼 지음, 백우진 옮김, 부키 펴냄)는 이 신구 기업의 공존이 미국 무기 산업의 다가올 흐름임을 분석한다. 록히드마틴, 보잉, 알티엑스(RTX) 등 빅5 미국 방산업체는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기 냉전·반공에 기반을 둔 핵전략을 타고 국가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여받아 성장해왔다. 9·11 테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은 이들 기업의 성장동력이었다. 언론도 이들의 돈을 먹고 이들의 무기 판매를 함께 홍보한다. 2022년 5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석 달도 안 됐을 때 록히드마틴의 시이오(CEO)가 시비에스(CBS) 시사프로그램에서 주고받은 대화는 ‘무기회사의 홍보를 지상파 전파를 통해 뉴스인 것처럼 건네는’ ‘인포머셜’(정보광고)에 다름 아니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스페이스엑스(X) 같은 실리콘밸리의 ‘신흥세력’ 시이오(CEO)들은 “중국 문제에 훨씬 더 호전적이고, 확고하게 더 당파적이다”. 일론 머스크는 물론이고, 팔란티어의 시이오 피터 틸은 미국 부통령 제이디 밴스가 2022년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 승리할 수 있도록 선거자금을 지원했다.

미국 국방·외교 등을 주로 연구하는 퀸시연구소 연구원인 두 저자가 예측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라면 “국방부가 예산을 대폭 늘려 신구 양쪽 모두에 충분한 자금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추진한다는 다층 미사일 발사체계 ‘골든돔 프로젝트’를 위해서 빅5 기업에는 하드웨어 계약이, 실리콘밸리 신흥 방산기업에는 감시·통신·타격용 소프트웨어 계약이 대거 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란에 경고하며 전투기를 띄우고, 타국 대통령을 신흥 기술로 체포하는 트럼프의 행보에 웃는 자는 결국 거대한 방산기업들, 1조달러에 육박하는 국방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각종 군수계약으로 수혈받는 ‘전쟁기계’일 따름이다. 그리고 눈물짓는 이들은 생명을 담보 잡힌 세계시민이다. 452쪽, 2만5천원.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쇳돌

이라영 지음, 동녘 펴냄, 3만3천원

광산노동자 가족이자 양양광업소 마지막 노조위원장의 딸인 예술사회학자가 기록한 가족의 ‘노동이동사’다. 폐광 이후 어렵사리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다시 일을 시작한 아버지를 중심으로 폐광 전후 광산노동자들의 삶을 되살렸다. ‘산업이 사라지면 그 안의 노동도, 사람도 사라지는 걸까’라는 물음이 인공지능(AI) 시대의 가까운 미래에 닿아 있는 듯하다.

 


신자유주의적 상상

로스 아비넷 지음, 김정환·김해원·전경모 옮김, 돌베개 펴냄, 3만3천원

신자유주의를 정치철학과 미학적·기술적 관점에서 해부한 책이다. 저자는 ‘포스트모던 자본주의’를 국가와 유력한 경제 기업이 획책해온 돈, 미학, 욕망 간의 상호 꼬드김으로 규정한다. 담론, 표상, 미학의 집합체로서 우리 삶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적 상상’의 계보학을 구축하는 한편, 그 외부에서의 실낱같은 대안적 가능성을 상상하고 탐문한다.

 


대오염의 시대

정선화 지음, 푸른숲 펴냄, 2만1천원

생태계와 인체를 지키는 사회안전망 ‘위해성 평가’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전례 없는 환경규제 무력화 사태 속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외교관 출신의 환경 행정가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책은 심각한 화학오염 실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와 기업, 시민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실천적 실마리를 찾는다.

 


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펴냄, 2만2천원

백인이자, 교육받은 여성이자, 중산층으로서의 특권을 자각하는 미국 저널리스트가 모순을 동반한 자신의 삶을 고백하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일하는가’ ‘어떻게 돈을 쓰는가’ ‘무엇으로 계급을 가르는가’ 등을 통해 개인의 서사를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로 이어간다. ‘소유’ 개념을 비틀어 삶의 기준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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