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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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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가림초 선수들, 순수 열정의 네 경기… 어른이 되어서도 부디!

다시 만들어가야 할 여자축구의 밑거름 되길
등록 2025-08-28 15:24 수정 2025-08-29 16:14
2025년 7월31일 저녁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첫 경기의 하프타임, 인천 가림초 선수들이 경기에 뒤진 상황에서 감독의 작전 지시를 듣고 있다. 땀방울이 흐르는 얼굴에는 전반 내내 상대 전력에 밀려 고전한 흔적이 선명하다.

2025년 7월31일 저녁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첫 경기의 하프타임, 인천 가림초 선수들이 경기에 뒤진 상황에서 감독의 작전 지시를 듣고 있다. 땀방울이 흐르는 얼굴에는 전반 내내 상대 전력에 밀려 고전한 흔적이 선명하다.


 

뻥! 경쾌한 소리와 함께 축구공이 푸른 운동장을 가른다. 이곳 경남 창녕스포츠파크는 인천 가림초등학교 여자축구부 선수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을 쏟아붓는 결전의 장이다. 골문을 향해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슈팅,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는 재빠른 몸동작, 몸을 던져 팀을 구해내는 골키퍼의 선방까지. 선수들 움직임 하나하나에 축구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응축된다.

2025년 7월31일 열린 19개팀이 참가한 제24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초등부 예선리그. 선수들은 0 대 5의 아픈 패배로 대회를 시작했다. 이어진 경기에서 1 대 1 무승부와 1 대 2 석패를 거쳐, 마침내 마지막 경기에서 1 대 0의 값진 승리를 거뒀다. 최종 성적 1승1무2패. 소녀들의 뜨거운 여름은 예선 탈락의 아쉬움으로 끝났다.

하지만 운동장에서 흘린 땀과 눈물보다 더 아픈 것은, 간절한 아이들의 축구가 위태로운 현실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2010년 U17 월드컵 우승의 환희는 신기루처럼 사라진 지 오래다. 한때 1700명을 넘던 여자축구 선수는 1300여 명으로 줄었다. 아이들이 선배들의 뒤를 이어 진학해야 할 중고교와 대학의 팀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꿈의 무대인 더블유케이(WK)리그의 기반마저 흔들린다.

인천 가림초 소녀의 발끝을 떠난 공은 단순히 골문을 향하지 않는다. 그것은 더 넓은 필드를 향한 외침이고, 우리 사회의 굳은 편견을 향한 질문이다. 비록 이번 여름의 도전은 끝났지만.

 

경기를 마친 뒤 회복 훈련에 나선 선수들이 김수진 감독의 지시를 따라 다시 힘차게 뛰고 있다.

경기를 마친 뒤 회복 훈련에 나선 선수들이 김수진 감독의 지시를 따라 다시 힘차게 뛰고 있다.


 

팀의 주장인 이윤하 선수의 얼굴이 땀으로 흥건하다.

팀의 주장인 이윤하 선수의 얼굴이 땀으로 흥건하다.


 

관중석 응원단에 인사한 선수들이 다시 벤치로 뛰어오고 있다.

관중석 응원단에 인사한 선수들이 다시 벤치로 뛰어오고 있다.


 

선수들이 하프타임에 발을 쭉 펴고 앉아 목을 축이며 작전 지시를 듣고 있다.

선수들이 하프타임에 발을 쭉 펴고 앉아 목을 축이며 작전 지시를 듣고 있다.


창녕(경남)=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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