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오카야마조선초중급학교 한정자(79) 서예 교사가 2026년 3월1일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서예 전시회 ‘글씨는 나다’가 열린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인덱스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우·박소희 학생, 한정자 교사, 홍순관 ‘춤추는평화’ 대표.
‘나의 보물은 가족’ ‘귀중한 우리 학교’ ‘축구는 최고’ ‘좋은 전쟁 또는 나쁜 평화는 없다’.
글은 간결하고 소박했지만 깊은 울림을 줬다. 또박또박 쓴 글씨에는 가족과 학교에 대한 사랑, 꿈과 다짐이 담겨 있었다.
한빛누리재단과 ‘춤추는평화’(대표 홍순관)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서예 전시회 ‘글씨는 나다’를 2026년 2월24일부터 3월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인덱스에서 열었다. 전시의 주인공은 일본 오카야마조선초중급학교 학생들이다. 일본에는 현재 조선학교 40여 곳이 남아 있지만,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글 서예 수업을 이어가는 학교는 이곳이 유일하다. 전시장에는 학생들이 쓴 붓글씨와 연필글씨 작품 60점이 걸렸다. 이 학교 학생들과 2018년부터 한글 서예 수업을 이어온 평화운동가 가수이자 서예가인 홍순관씨의 작품 5점도 함께 전시됐다.
제107주년 3·1절에는 오카야마조선학교 서예 선생님과 학생들이 관람객과 함께하는 ‘서예길 이야기’ 행사도 열렸다.
“이것은 아버지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쓴 글입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미실입니다. 아버지가 아름답고 성실하게 자라라 해서 지어준 이름이랍니다. 사랑하는 부모님 고맙습니다. 아름답고 성실하게 자라렵니다.” 오카야마조선학교 한정자(79) 서예 교사는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수학 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해 현재까지 50년 가량 교육의 길을 걷고 있다. 뒤늦게 서예를 배운 뒤 히로시마와 오카야마 조선학교에서 20여 년 학생들에게 서예를 가르쳤다. 한 교사는 “서예는 아이들의 정서를 키우는 교육이며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세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석한 중학교 2학년 박장우군은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따뜻하게 맞아줘서 고맙다”며 “학교로 돌아가 더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했다. 사촌누이인 고등학교 1학년 박소희양도 “민족문화를 앞으로도 지켜나가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박군은 ‘고음저대’(전통악기 젓대(저대)를 개량해 만든 북한 관악기)로 ‘조선의 봄’을 연주해 관람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행사를 이끈 홍순관 대표는 “서예는 자기 생각을 쓰는 일이며 삶에서 길어 올린 문장을 한글로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말을 빼앗고 말살하려 했던 일본 땅에서 한글 서예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한다”며 “한글을 지켜나가는 일이 곧 통일로 가는 큰길이자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관람객이 오카야마조선학교 학생들의 교육 활동과 한정자 교사 인터뷰 등이 담긴 영상을 보고 있다.

오카야마조선학교 학생들의 작품이 걸려 있는 가운데 2026년 3월1일 ‘서예길 이야기’가 열려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박장우군이 ‘고음저대’로 ‘조선의 봄’을 연주하고 있다. 박군은 ‘고음저대 나의 힘 나의 벗’이라는 글귀를 썼다.

한 관람객이 전시된 작품을 휴대전화로 담고 있다. 왼쪽 위는 홍순관 대표의 작품이다.

한정자(앞줄 가운데) 서예 교사가 전시장을 찾은 제자들과 휴대전화로 추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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