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더블유케이(WK)리그 서울시청(왼쪽 검정색 유니폼)과 인천현대제철과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96% 대 4%. 한쪽이 압도적이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등록된 전문선수(학생·성인 포함)를 두 개의 법적 성별로 나눈 비율이다. 2025년 4월 기준으로 협회에 등록된 전문선수 3만3496명 가운데 여자 선수는 1462명(4.4%)에 불과하다. 나머지(3만2034명·95.6%)는 모두 남자 선수다. 또 성인 남자 전문선수가 뛰는 리그(K1~4리그)에 속한 팀은 50개지만, 성인 여자 전문선수가 뛰는 WK리그 소속팀은 채 10개가 안 되는 8개다.
축구를 좋아해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여자축구 유망주들에게도 구단 입단 또는 국가대표 선수 선발이라는 꿈이 있다. 하지만 남자축구보다 선수층이 현저히 얇고, 인기가 없고, 소속팀이 갑자기 없어지거나 무사히 학교를 졸업해도 WK리그에서 뛸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 것이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이다. 꿈을 이루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환경 속에서 여자축구 선수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한겨레21이 설문조사로 확인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현직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축구를 처음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복수응답) 공을 차는 것이 좋아서, 즉 ‘좋아하는 운동이어서’ 시작했다는 응답이 57.1%로 가장 많았다. ‘저 아이는 될성부른 나무’라고 판단한 선생님 또는 지도자의 권유에 힘입어 축구를 시작했다고 밝힌 응답이 두 번째로 많은 38.1%를 차지했다. 2025년 3월5일부터 8월15일까지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다. 21살부터 39살까지 42명의 전현직 선수가 설문에 참여했다.

그래픽 디자인 장광석 실장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또는 축구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 선수 생활을 시작한 여자축구 선수들이지만, 부딪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전세계 기본값인 성별 임금 격차는 스포츠계,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한국 사회 내 스포츠계도 예외일 수 없다. 설문 참여자들에게 성인 엘리트 선수로 뛰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물었더니(복수응답) ‘낮은 급여 등 경제적 어려움’(37.1%)이 여자축구 선수들이 부닥치는 주된 난관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기엔 WK리그 소속 구단 선수로 뛰면서 받는 임금이 남자 선수보다 현저히 적은 문제뿐만 아니라, 학생 선수로 뛰면서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식비, 유니폼 구매비, 숙식비, 대회 참가비, 훈련비 등으로 지출되는 비용 부담 문제도 포함돼 있다.
이보다 더 큰 고비가 있다. 바로 ‘인기 없는 여자축구의 암울한 현실’(62.9%)이다. 남자축구만큼 저변이 확대되지 않은 탓에 여자축구 선수들은 소속팀 해체라는 위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소속팀이 해체된 경험을 묻는 말에 설문 참여자 42명 가운데 40명이 응답했는데, 이 가운데 17명(42.5%)이 팀 해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래픽 디자인 장광석 실장
‘학교 또는 지역사회의 해체 결정’(55.6%)이 가장 두드러진 해체 이유였다. 그다음으로 ‘(팀 입단에) 지원하는 선수 부족’(22.2%)이 꼽혔는데, 앞서 본 것처럼 얇은 선수층이 팀의 존속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27.8%)이 축구선수를 그만둔 주된 이유(복수응답)로 꼽힌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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