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염화칼슘의 경고

제설제로 사용하는 양 4년 만에 8배 폭증… 길에 남고, 강으로 흘러들고, 인체에 유입되고
등록 2026-02-26 22:13 수정 2026-03-01 11:21
아스팔트 도로에 뿌린 제설제가 말라 낙엽에 하얗게 도포돼 있다. 그뿐 아니라 노란 중앙선에 생긴 균열 사이로 스며들어 부식된 모습이 마치 벽화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이 도로 파손은 물론 각종 크고 작은 포트홀의 원인이 된다.

아스팔트 도로에 뿌린 제설제가 말라 낙엽에 하얗게 도포돼 있다. 그뿐 아니라 노란 중앙선에 생긴 균열 사이로 스며들어 부식된 모습이 마치 벽화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이 도로 파손은 물론 각종 크고 작은 포트홀의 원인이 된다.


미국 핵과학자회보(BAS)가 2026년 1월27일(현지시각) 지구 운명의 날 시계(TDA)를 자정 85초 전으로 발표했다. 지구의 종말까지 85초밖에 남지 않았다는 섬뜩한 경고다. 특히 2025년보다 4초가 더 줄었다.

기후위기로 폭염과 대홍수 그리고 폭설 피해가 매년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엘니뇨 현상으로 지구온난화는 더 증폭되고 있다. 전세계 인구 중 몇%가 경각심을 느끼며 살까? 시곗바늘이 자정을 향해 더 빨리 돌아갈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뒤로 돌아갈지는 절대적으로 우리 인류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에서 1969년 겨울에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제설제(염화칼슘)의 사용량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9~2020년 6만1560t에 견줘 2023~2024년 겨울 약 70일간 사용한 제설제가 무려 50만8천t이란다. 4년 사이 8배가 넘는 폭발적 급증이다.

뿌려진 염화칼슘은 눈을 녹인 뒤 사라지는 물질이 아니다. 길 위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건조한 도로에서 가루로 변해 바람에 뿌옇게 날리면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유입된다. 녹은 염화칼슘은 배수로를 따라 하천과 강으로 흘러든다. 돌고 돌아 우리는 다시 그 물을 먹고 산다.

그뿐이 아니다. 과도한 사용으로 토양의 염도가 높아지고 땅과 물길에 축적돼 생태계에 흔적을 남긴다. 가로수와 식물은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잎눈이 마르고 잎이 나지 않아 고사할 수 있다. 실제 제설제 피해를 본 나뭇잎에서 염소 농도가 최대 39배까지 높게 검출됐다는 국립산림과학원의 보고도 있다.

더 직접적인 피해는 아스팔트를 포함한 각종 도로와 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부식시키는 것이다. 도로 파손은 물론 각종 포트홀의 원인이 된다.

눈은 매년 온다.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얼마나 빨리 녹이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느냐다. 염화칼슘이 아닌, 제설 시스템의 인식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명의 편리 이면에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어쩌면 좋을까? 도로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마구 뿌려댄 제설제의 흰색(약간 누렇기도 하다) 가루 그림에 맘이 편치 않아 2023년부터 눈이 내리는 날이면 서울의 거리를 배회하며 기록했다. 경고 사이렌 버튼을 누르는 심정으로 셔터를 눌렀다. 염화칼슘(CaCl₂)그래피다.

 

사진·글 강재훈 사진가 kangkhan77@naver.com

 

*강재훈 사진가는 1991년 11월 경남 밀양 천황산 고사리학교(밀양초등학교 사자평분교)를 시작으로 전국의 사라져가는 산골·도서·벽오지의 분교(작은 학교)와 그곳에 터 잡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30년 넘게 기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자 숲과 나무에 대해 공부하며 사진 작업을 하고 글을 쓰고 있다. 분교를 담은 사진 전시와 사진집 출간을 꾸준히 이어왔다. 최근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을 펴냈다.

 

 

폭설이 내리자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출동한 제설차들이 염화칼슘을 쏟아붓고 있다.

폭설이 내리자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출동한 제설차들이 염화칼슘을 쏟아붓고 있다.


 

입춘이 지난 보도블록 틈새에서 싹을 틔운 초록의 새싹 위로 과다 살포된 염화칼슘이 녹아 흐르고 있다.

입춘이 지난 보도블록 틈새에서 싹을 틔운 초록의 새싹 위로 과다 살포된 염화칼슘이 녹아 흐르고 있다.


 

도로에 뿌려진 제설제는 생산지와 제설 현장 환경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다른 색을 띠기도 한다. 코발트블루색으로 변한 염화칼슘.

도로에 뿌려진 제설제는 생산지와 제설 현장 환경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다른 색을 띠기도 한다. 코발트블루색으로 변한 염화칼슘.


 

아스팔트에 떨어진 단풍잎 위로 뿌려진 염화칼슘이 눈과 함께 녹아 흐르고 있다.

아스팔트에 떨어진 단풍잎 위로 뿌려진 염화칼슘이 눈과 함께 녹아 흐르고 있다.


 

붉은 벽돌 인도 위에 뿌려진 염화칼슘이 행인의 발걸음에 밟혀 팥죽색을 띠고 있다.

붉은 벽돌 인도 위에 뿌려진 염화칼슘이 행인의 발걸음에 밟혀 팥죽색을 띠고 있다.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