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내린 눈이 쌓인 2025년 12월14일 경기도 파주 공릉천. ‘갈대숲 요정’ 북방검은머리쑥새가 눈 덮인 이삭 위에 사뿐히 내려앉자 하얀 눈가루가 후드득 흩날린다. 영하의 칼바람 속에 깃털을 잔뜩 부풀린 새는 갈대숲에서 마른 식물의 씨앗이나 줄기 속에 숨어 있는 먹이를 먹으며 겨울을 난다.
밤새 내린 눈이 쌓인 아침, 경기도 파주 공릉천 갈대숲에 팽팽한 적막이 감돈다. 영하의 추위 속에 앙상한 갈대 줄기 하나가 ‘툭’ 하고 가볍게 흔들린다. 숨을 멈추고 가만히 렌즈를 겨냥했다. 뷰파인더 안으로 날아든 것은 작고 동그란 솜뭉치 하나, 북방검은머리쑥새다.
북쪽 고향의 추위를 피해 날아온 새 한 마리가 눈 쌓인 갈대 이삭을 꽉 움켜쥐듯 내려앉는다. 연신 주위를 경계하며 자그마한 부리로 마른 씨앗을 쪼고 있다. 삭막해 보이는 습지에 활기를 불어넣는 이 작은 겨울 철새들. 바로 ‘갈대숲의 4대 겨울 요정’이라 불리는 쑥새류와 스윈호오목눈이다.
북방검은머리쑥새가 갈대 줄기 사이를 분주히 오가고, 그보다 덩치가 조금 더 크고 부리가 두툼한 검은머리쑥새도 질세라 모습을 드러낸다. 수컷의 화려한 머리색이 빠진 겨울깃(비번식깃)이라 겉보기엔 비슷해도, 저마다의 구역과 높이를 지키며 함께 겨울을 난다. 여기에 가느다란 소리를 내며 연신 갈대 줄기 속 먹이를 찾는 스윈호오목눈이까지 합세한다.
갈대숲이 늘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 숲 주변 덤불에서 ‘작은 맹금’ 때까치가 매서운 눈을 번득인다. 몸집이 작고 귀여워 보여도 때까치는 냉혹한 사냥꾼이다. 때까치가 나타나자 무리 지은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들이 요란한 작은 경고음을 내며 덤불 속으로 흩어진다. 먹고 먹히는 야생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번 겨울에는 아쉬움도 있다. 예전 같으면 함께 어우러져 갈대숲의 풍경을 완성했을 쇠검은머리쑥새가 통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녀석의 부재는 단순한 우연 같지 않다. 최근 공릉천 하천정비사업과 둑마루 도로포장 공사로 습지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탓에 녀석들이 자취를 감춘 건 아닐까?
공릉천을 오가며 갈대숲 속 작은 새들을 그저 ‘참새’나 ‘잡새’라 부르며 무심코 지나치곤 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모습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고, 오래 지켜볼수록 참 예뻤다. 공릉천의 겨울 갈대숲은 이 작은 생명들이 있기에 비로소 완성되는 풍경이었다.
파주(경기)=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눈 주위에 검은색 ‘조로 마스크' 같은 굵은 선이 명확한 스윈호오목눈이가 갈대 줄기를 잡고 매달려 있다.

갈색으로 물든 공릉천 갈대숲에 작은 점처럼 내려앉은 북방검은머리쑥새.

붉은머리오목눈이(일명 뱁새)들이 빽빽한 갈대 줄기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갈대숲의 무법자’ 때까치가 덤불에 앉아 사냥감을 노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눈 쌓인 갈대 줄기 사이로 북방검은머리쑥새가 앉아 있다.

검은머리쑥새는 북방검은머리쑥새보다 덩치가 조금 더 크고 부리도 두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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