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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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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158개의 이야기

등록 2022-12-12 15:55 수정 2022-12-13 07:43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미안해, 기억할게’ 시리즈 기사가 처음 나간 뒤, 독자 오픈채팅방과 미디어비평지 등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희생자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기획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희생자 생전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유가족은 어떻게 접촉했나요?”

이태원 참사 이후 한동안 <한겨레21>은 참사 발생 원인이나 정부 대응과 관련한 취재에 집중했습니다. 이태원을 방문한 시민들과 상인들로부터 참사 직전의 조짐에 대해 들었고, 이들이 기록한 영상과 사진을 모아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의 이야기와 이들을 향한 수사 상황도 기록했습니다. 유가족들 취재는 잠시 뒤로 미뤄뒀습니다.

그러는 동안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한 여러 이슈가 있었습니다. 먼저 정부가 참사 직후 각 지역에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희생자 이름을 담은 위패나 영정 사진을 두지 않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후 한 언론이 유가족 동의 없이 희생자 155명의 이름을 공개하며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11월22일 유가족 30여 명이 처음으로 희생자 사진을 품에 안고 언론 카메라 앞에 선 이후, <한겨레21>은 유가족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한겨레21>이 만난 유가족들은 참사 직후 제대로 된 추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건 희생자 한명 한명이 우리가 사는 사회에 함께 있었다고 기억되는 것이었습니다.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는 ‘초라함’을 언급했습니다. “분향소에 갔더니 얼마나 초라했는지 아세요. 아이들 이름도, 사진도 없고. 정부가 은폐한 거예요. 누구를 어떻게 추모해야 할지 모르니까 결국 민간에서 나선 거 아니에요. 저는 우리 아이의 이름을 정상적인 추모관에서 보고 싶지, 인터넷에서 보고 싶지 않았어요.”  (https://url.kr/wgz6uh)

이상은씨 어머니 강선이씨는 잊히는 것이 무섭다고 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되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냥 잊히고 묻히는 게… 저희가 나중에 가고 나면 누구 하나 기억해주지 못할 것 같아서,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였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꿈이 있었는지 이런 이야기들이요.” (https://url.kr/2ygqir)

유가족들의 바람처럼, <한겨레21>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세밀한 이야기를 우리 사회에 남기기로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158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아니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158개의 이야기를 기록해나갈 계획입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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