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격해집니다. 전장이 넓어졌고, 전황은 급박합니다. 언제나처럼, 잊히는 건 사람입니다.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의 아침 최저기온이 20도까지 떨어졌습니다. 곧 겨울과 함께 비가 찾아올 겁니다.
레바논 공습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사무총장) 하산 나스랄라 암살에 이어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꺼내들었습니다. 세계의 관심이 ‘중동전쟁’으로 옮겨갔습니다. 가자지구의 참상이 뉴스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부수적 피해’일까요?
죽음의 기록은 이어집니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가자지구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펴내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최신 자료를 보면, 2024년 9월26~30일 가자지구에서 81명이 숨지고 267명이 다쳤습니다. 9월26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서 가정집이 공습을 당해 어린이 2명과 부모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같은 날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누세이라트에서 역시 공습으로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습니다.
9월27일 데이르알발라의 누세이라트에 새로 마련된 난민캠프가 공격당해 4명이 숨졌습니다. 같은 날 최남단 라파 서부의 알마와시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여성 1명을 포함한 주민 3명이 죽고 4명이 다쳤습니다. 같은 날 라파 북부 알나세르에서 공습으로 어린이 2명과 부모가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습니다. 9월29일엔 북부 가자시티의 아드라즈 지역에서 공습으로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습니다. 죽음의 기록은 이어집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9월30일 발생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적어도 2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10월1일 전했습니다. 중부 누세이라트에서 가옥 2채가 공습을 당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1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남부 라파와 북부 가자시티 외곽 자이툰에서도 각각 공습으로 모두 5명이 숨졌습니다. 남부 칸유니스에서도 피란민 텐트촌 공습으로 6명이 숨졌답니다. 세계의 관심이 레바논과 이란으로 옮겨갔지만,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이스라엘군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OCHA는 최신 자료에서 “우기가 다가옴에 따라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더욱 극심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엔과 인도지원단체는 약 210만 명에 이르는 가자지구 피란민 지원을 위한 ‘월동계획’ 마련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특히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49개 지역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85만여 명에 대한 지원이 중요할 겁니다.
추위와 물난리에 대비해 숙소도 보강해야 합니다. 텐트 생활을 하는 피란민에겐 따뜻한 옷가지와 담요, 땔감 같은 것도 충분히 마련해줘야 합니다. 피란민 캠프 일대에는 홍수에 대비해 임시 하수시설이라도 마련해야 합니다. 문제는 가자지구로 충분한 물량의 구호물품을 필요한 시기까지 들여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곧 겨울과 함께 비가 찾아올 겁니다. 지난 1년 그랬던 것처럼, 한겨레21은 앞으로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매주 가자의 주민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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