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창원특례시는 한겨레21이 신규 창원국가첨단산업단지(신규 창원산단) 지정에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도하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물론 “사실”이라고 답할 수는 없었을 거다. 시는 반복적으로 명씨가 아니라 김영선 전 의원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명씨가 당시 사용했던 ‘총괄본부장’ 직함의 명함 사진과 김 전 의원이 2022년 11월23일 국토교통부 산업입지평가위원단 앞에서 브리핑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그 증거라고 보여줬다.
명씨가 썼던 ‘총괄본부장’이란 직함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실 어느 곳에도 없다. 국회를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이 직함이 선거 운동 때나 임시로 만들어진 것임을 모를 리 없다. 특히나 의원실과 자주 교류해온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산단 업무를 총괄한 창원시 ㄹ국장도 취재진이 ‘다른 의원실에서 총괄본부장이란 직함을 본 적 있냐’고 묻자 “없었다”고 했다. “명씨가 의원실 상석에 앉아 있었기에 그저 보좌관인 줄 알았다”는 게 해명이었다.
창원시 입장을 정리하면, 명씨가 김 전 의원실 보좌관인 줄은 알았지만, 정작 그에게 보고하지는 않고 김 전 의원에게 보고한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엔 모순이 있다.
국회의원실에선 보좌관, 비서관들이 1차 자료를 접수하고 보고를 받는다. 국회 여러 일정 때문에 바쁜 의원이 모든 자료를 일일이 따져볼 수 없어서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의 보좌관은 “극비 사항이어서 의원에게 직보한다고 해도 어떤 내용인지는 보좌관들이 사전에 파악한다”며 “보고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내용에 대한 조율도 우선 보좌관들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창원시가 의원실에 가져간 신규 창원산단 관련 자료량도 1천 쪽에 달한다.
보통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은 평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 있고, 지역구 사무실에는 주말인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머무는 경우가 많다. 창원시청 공무원이 평일에 의원에게 직접 보고하는 일정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신규 창원산단은 ㄹ국장의 설명처럼 촌각을 다투며 진행하고 있었는데 매번 보좌관이라고 생각했던 명씨를 생략하고 의원에게만 보고했다는 건 의원실 체계상으로나 물리적인 시간상으로 보아도 쉽지 않은 일이다. ㄹ국장도 한겨레21에 “대부분 의원이 있을 때 보고했다”며 사실상 의원이 없을 때도 내용을 보고했던 사실을 시인했다.
명씨는 실제로 김 전 의원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의원실에서 자신이 의원인 것처럼 군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여러 녹취에서도, 강혜경씨의 말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도 창원시는 여전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명씨의 신규 창원산단 선정 개입 의혹이 점차 짙어지고 있는데 창원시가 계속해서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내놓을지 의문이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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