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소추 가결하라.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오늘 밤은 삐딱하게.”
분노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국회로 나와 계엄군을 맨몸으로 막아냈고, 8년 만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이 타올랐다. 2024년 12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형형색색의 불빛 물결과 함성으로 가득 찼다. 엄숙한 정치 구호와 흥겨운 유행가의 역설적인 조화 속에 저항과 연대의 상징인 촛불과 꺼지지 않는 응원봉을 든 시민들(주최 쪽 추산 100만 명, 경찰 비공식 추산 15만 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외쳤다.
구시대의 유물로 인식돼온 비상계엄이 45년 만인 2024년 12월3일 밤 선포됐다. 그러나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는 국회의 신속한 요구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6시간 만에 진압됐다.
이날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 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은 이전과는 다른 집회 문화를 선보였다. 개인 사정으로 집회 참석이 어려운 시민들은 집회 참석자를 위해 커피나 음식을 미리 선결제하고, 카페 지도와 함께 커피와 음료 수령 방법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안내했다. 전통적인 촛불 대신 응원봉이 국회 주변을 밝게 물들였고, 투애니원 ‘내가 제일 잘나가’, 부석순 ‘파이팅 해야지’, 로제 ‘아파트’, 방탄소년단 ‘불타오르네’,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등 케이(K)팝부터 김수철 ‘젊은 그대’, 김연자 ‘아모르 파티’ 등 586~엠제트(MZ)세대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노래를 선보이며 시민운동의 진화를 보여줬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불참으로 첫 번째 탄핵안은 결국 투표 불성립 처리가 됐다. 참가자들은 애절했지만 단념하지 않았고 분노했지만 평화로웠다. 더욱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탄핵당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어둠 속을 밝힌 빛은 흔들리지 않았고 연대의 목소리는 더욱 세졌다. 이날의 촛불은 민주주의를 향한 또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사진· 글 류우종·이종근 선임기자, 김명진 기자 wjryu@hani.co.kr, root2@hani.co.kr, littleprinc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