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을 여는 새들의 지저귐과 느긋이 걷는 사람들. 기후위기로 인해 나뭇잎이 아직 울긋불긋 색을 내지 못한 2024년 11월2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샛강생태체험관 1층 로비에 한 사람씩 모이더니 이내 자리를 꽉 채워 30여 명이 자리했다.
‘샛강 숲길을 걷는 사람들’(샛숲사) 주최로 이날 ‘샛강숲길 맨발걷기 힐링스쿨: 맨발로 걸으며 지구를 온전히 느끼기’가 열렸다. 여의도샛강 생태공원은 1997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으로, ‘맨발 걷기’는 여의교에서 서울교까지 약 1.2㎞ 샛강 숲길을 걷는다.
라틴어 ‘솔비투르 암불란도’(Solvitur Ambulando)는 ‘걸으면 해결된다’는 말이다. 정지환 샛숲사 사무국장은 “혼자 걸으면 치유와 명상, 함께 걸으면 소통과 축제가 된다”며 함께 걸으면 고민거리와 걱정거리가 해결되고 “긍정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행복의 마음으로 충만해지기 때문에 심신이 안정되고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고양된다”고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샛숲사와 서울 영원중학교 ‘청소년적십자(RCY) 동감오케스트라’가 함께 연 ‘샛강콘서트’였다. 단원 30여 명과 청소년적십자 단원 6명 등이 서울교 아래 샛강 숲속 콘서트홀에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10여 곡을 연주했다. 백나미 지도교사는 “2021년 창단한 음악봉사 동아리로 학교나 지역사회 행사, 소외된 이웃들에게 음악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며 “음향 시설 등이 없는 야외 공연이라 염려가 많았으나, 함께 준비해주신 분들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름난 콘서트홀과 비교할 수 없지만, 행사장은 걷기 참여자와 학부모, 생태공원을 오가는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 찼고 잠시나마 위로와 감동의 시간을 느낀 참석자들은 한 곡, 한 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큰 박수로 보답했다.
이날 행사는 지하철역 유출수로 만든 ‘고랭이’못에서 고운 모래를 밟으며 족욕으로 마무리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딸과 함께 온 박은희(80)씨는 “걷기를 통해 몸이 확실히 달라졌다”며 “처음 신발을 벗고 걷는 사람을 볼 때 저 사람들이 왜 저러지 했는데, 해보니까 한 사흘만 안 하면 흙이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늘은 학생들이 연주한 곡들이 너무 좋았다”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사진· 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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