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하구 유부도에 가을 손님 도요·물떼새가 다시 북적이고 있다. 역대급 폭염에 늦더위가 한창이던 2024년 8월23일 섬 주민의 배를 빌려 타고 새들의 섬으로 갔다. 육지에서 불과 5분 거리지만 유부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없다. 사람들에게 섬은 오지가 됐지만 장거리 여행에 나선 새에게는 소중한 쉼터다. 해마다 봄, 가을이면 수많은 철새가 유부도 갯벌로 날아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위대한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물이 빠진 유부도는 작은 섬이 아니다. 섬 주변으로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새들은 갯벌에 점점이 흩어져 먹이를 찾는다. 빠르게 먹이를 찾아 에너지를 보충해야만 한다. 다시 물이 차면 갯벌은 사라진다. 쉴 곳도 없어진다. 하루 두 번씩 변화하는 자연의 리듬에 맞춰 바쁘게 날갯짓하는 여정을 이어가야만 한다.
알락꼬리마도요와 마도요처럼 다리가 긴 새들은 파도로 만들어진 바닷가 모래섬으로 모여든다. 모래섬도 만조 때면 다리에 찰랑거릴 정도로 물에 잠기긴 한다. 이곳에서 버틸 수 있으면 멀리 날아갔다 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 같은 덩치 큰 새와 중부리도요도 모래섬에서 함께 쉬며 깃을 다듬기도 한다. 이들보다 다리가 짧은 검은머리물떼새는 수위에 따라 피난을 갔다 와야 하는 신세다.
만조가 가까워질수록 새들은 분주해진다. 사냥을 중단하고 물에 잠긴 갯벌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민물도요와 좀도요, 뒷부리도요, 붉은어깨도요 같은 도요류와 흰물떼새, 왕눈물떼새, 큰왕눈물떼새 같은 온갖 희귀 물떼새들이 한데 어울린다. 물이 차올라 갯벌이 거의 사라지게 되면 대부분의 새는 물에 잠기지 않는 섬 서쪽 해안가로 점차 몰려든다. 좋아하는 먹이가 다르고 다리 길이에 따라 채식 장소가 제각각인 새들이 물에 쫓겨 한데 어울리는 셈이다. 모두 물이 빠지면 다시 먹이를 찾아야 하는데 멀리 날아갔다 와야 하는 수고를 피하려는 것이다. 물을 피해 비좁은 곳으로 한꺼번에 몰리고 큰 무리를 지어 날아오르는 물새들의 모습은 경이롭지만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다.
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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