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랑의 동물’이다.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 때문에 더없이 행복해하고 아파하는 ‘사랑꾼’이다. 물론 다른 동물도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돌본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은 생물학적 현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문화적으로 얽혀 있어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저마다의 기준으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사랑의 참뜻을 헤아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렴, 사랑하고 말고!>(현암사 펴냄)는 이 질문의 답을 찾아나선 한 아이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토르스텐의 친구가 그의 부모님이 새 아기를 가진 것은 더는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시작된다. 큰 충격을 받은 토르스텐. 정말로 ‘사랑의 유통기한’이 다 된 것일까?
토르스텐은 어른들에게 사랑에 대해 에둘러 물어본다. 아빠에게 엄마를 사랑하느냐고 묻자 “세상 누구보다도. 우리 닭 먹을까?”란다. 머리를 감겨주는 엄마에게 아빠를 사랑하느냐고 묻자 “응. 눈 가리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건성으로 대답하는 아버지와 잔소리를 늘어놓는 엄마를 볼 때면 정말 사랑이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난다.
자기가 받는 사랑에만 신경 쓰던 토르스텐은 차츰 더 큰 맥락에서 그 의미를 곱씹어보기 시작한다. 문득 항상 붙어다녔지만 새 장난감에 정신 팔리면서 구석에 버려둔 곰인형이 떠오른다. 곰인형을 한동안 잊었더라도 아직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개를 16마리나 기르는 아줌마는 못생긴 개보다 귀여운 개를 더 사랑할까? 할머니 말씀대로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사랑도 많아질까? 이렇게 언뜻 보기에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아이는 그 속에 깃든 사랑의 의미를 찾아내기 시작한다.
토르스텐의 다소 엉뚱하면서도 꾸밈없는 질문들은 추상적이고 어려운 사랑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더불어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우리 자신의 말과 행동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토르스텐은 알게 된다. 사랑은 갓난아기처럼 좋은 냄새가 나지 않고, 방을 깨끗이 치우지 못한다고 해서 시드는 것은 아님을. 부모님이 매번 웃어주지 못하고, 긴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더라도 잊히는 것이 아님을. 사랑이란 하룻밤도 거르지 않고 침대로 찾아와 건네는 부모의 인사와 같은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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