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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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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근사한 어른’이 되고 싶다면

앙트아네트 포티스의 <엄마, 잠깐만!>
등록 2016-05-03 14:53 수정 2020-05-03 04:28

1957년 9월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성대한 화교 축제가 벌어졌다. 행사는 화려한 사자춤으로 후끈 달아올랐고, 이제 대미를 장식할 폭죽에 불이 붙을 차례였다. 그때 경찰 모리스 컬리네인은 한 아이가 행렬로 다가가는 모습을 봤다.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겁을 주기 싫었죠.” 경찰은 아이를 저지했다. 다정하게 웃으면서 허리를 굽혀 눈을 맞추는 방법으로. 이 광경을 목격한 사진가 윌리엄 C. 비얼은 망설이지 않고 셔터를 눌렀고, 그 사진은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어른과 아이의 이상적인 소통을 상징하는 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 사진을 보면 언제나 한국 사회의 어른과 아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부끄러워진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면 동네 어른들이 과자나 사탕을 사주곤 했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배려와 보호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제 어른이 된 우리도 다음 세상의 주인들에게 그럴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너무 바쁘고 복잡한 사회가 됐다. 심지어 아이에게도 행복한 삶이 아닌 배부른 삶을 강요하면서 어른과 같은 속도와 보폭으로 걸어주길 바란다. 우리는 미소와 허리가 너무 뻣뻣한 못난이 어른이다.

(한솔수북 펴냄)은 이런 어른들을 향한 따끔한 회초리다. 디즈니사에서 그림작가로 일한 미국의 앙트아네트 포티스는 길에서 벌어지는 엄마와 아이의 일상적인 대화를 작품으로 담았고, 독자가 제3자의 입장에서 그 모습을 확인하고 반성하길 원했다.

한 엄마와 아이가 손을 잡고 어디론가 향한다. 엄마가 보는 것은 ‘목적지’이지만, 아이가 보는 것은 ‘세상’이다. 엄마는 다급하지만, 아이는 즐겁다. 세상이 신기한 아이는 “엄마, 잠깐만!”을 열 번도 넘게 외친다. 하지만 엄마의 답은 언제나 “안 돼” “빨리”다. ‘재미있으니 함께해요’라는 신호가 도무지 엄마에게는 닿지 않는다. 물론 엄마에게도 사정이 있겠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는 아이의 신뢰를 잃는다. 다행스럽게도 이야기의 마지막은 엄마와 아이가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막을 내린다. 작가는 아이의 눈으로 찾은 세상의 아름다움이 지친 어른의 마음을 달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의 소통은 귀찮은 일이 아니라 유익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제 곧 어린이날이다. 올해는 어른에게도 선물을 해보면 어떨까? 이 작품을 보면 누구라도 근사한 어른이 될 것이고, 5월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아이들의 미소도 함께.

이하규 해바라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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