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책장을 돌아보세요

오드리 니페네거의 <심야 이동도서관>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책에 담긴 저자의 성찰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 정보를 조리 있게 정제하는 편집의 묘미에 매력을 느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선택할 때 저자의 유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아닌지, 신간 찍어내기에 급급한 출판계가 배설하는 그저 그런 서적에 현혹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부를 축적하듯 탐욕적으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는 오랜 시간 책을 읽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한번쯤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일은 의미 있을 것이다. 한 인간의 독서 목록이란 그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심야 이동도서관>(이숲 펴냄)은 그 여정을 도와주는 근사한 작품이다.

이른 새벽 산책에 나선 주인공 알렉산드라는 우연히 길가에 세워진 캠핑카를 발견한다. 그곳은 이동도서관이었다. 덜컥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는 무언가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이동도서관은 여느 도서관과 달랐다. 교과서나 수첩, 전화번호부도 있었고, 정리는 뒤죽박죽이었다. 중간부터는 백지인 책도 보였다.

그곳에서 알렉산드라는 어린 시절에 자신이 쓴 일기장을 찾는다. 깜짝 놀란 그는 사서에게 그것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묻는다. 사서는 대답한다. 이곳의 모든 책이 당신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읽어왔던 것이라고. 그러고는 이제 문 닫을 시간이 됐다고 알린다. 이튿날 알렉산드라는 다시 이동도서관을 찾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알렉산드라가 이동도서관을 다시 만난 것은 9년 뒤다. 그동안 그는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 이동도서관을 다시 찾게 될 날을 기다리면서. 서가를 거니니 눈과 손끝을 통해 감동과 생각이 덮쳐온다. “책장에 꽂힌 책들에는 내 삶이 스며 있었다.” 알렉산드라는 사서에게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묻지만 사서는 자격이 없다고 거절한다. 다시 이동도서관을 떠나보낸 알렉산드라는 문헌정보학과에 등록해 일반도서관 사서가 되기로 결심한다.

비록 이야기의 막바지는 비극으로 치닫지만 이 짧은 동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다. 시간에 묻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과거의 책을 생각의 책장에서 꺼내 펼쳐주고, 또한 미래에 읽을 책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잡아준다. 그뿐만 아니라 독서의 마음가짐도 예전으로 돌려준다. 책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생각’과 ‘이입’을 통해 ‘나의 책’을 만들었던 시절로.

이하규 해바라기 프로젝트

*출판 칼럼 ‘어른을 위한 동화’와 ‘생각하는 만화’ 연재를 마칩니다. 좋은 글 보내주신 해바라기 프로젝트와 칼럼을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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