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제공
베트남 반전 운동이 미국 전역을 뒤덮은 1968년, 록 밴드 ‘도어스’는 〈언노운 솔저〉라는 곡을 통해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시청률 몰이로 남용하는 언론계를 꼬집었다. 그들은 진솔한 반성 없는 전쟁 담론이 거듭 반복되면, 우리의 경각심도 점차 무뎌질 것이고, 결국 인류 최악의 비극이 ‘아침밥이나 먹으면서’ 감상하는 ‘콘텐츠’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정말 그 메시지처럼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일어난 수많은 전쟁과 죽음, 과연 우리는 그것을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으며,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소식을 접할 때면 절박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인터넷 창이 닫히고 마지막 책장이 넘어가면 우리의 의식 속 전쟁도 끝나고 어제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비룡소 펴냄)는 전쟁에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마음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주도로 발칸반도 분쟁(특히 1991~93년)에서 상처 입은 아이들의 예술치료 중 탄생한 시·그림 54편을 엮은 것이다. ‘유럽의 화약고’라 불리는 발칸반도는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혼재해, 전쟁이 일어나면 언제나 ‘인종청소’의 형태, 즉 아이와 여성이 조직적으로 표적이 됐다. 더욱 비극적인 사실은 이 작품이 발표된 1994년 이후로도 발칸반도 아이들은 10년 넘게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이다. 2008년 코소보가 독립하면서 전쟁은 일단락을 맺지만, 그것이 뿌린 증오의 씨앗은 사라지지 않아 여전히 긴장감 속에 살아야 한다.
가족을 잃고, 집이 무너지고, 친구들의 팔다리가 잘린 기억을 증언하는 아이들은 독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묻는다. ‘전쟁이란 무엇이죠?’ 그 끔찍한 악몽을 경험했음에도 그네들 사고로는 여전히 전쟁을 이해할 수 없다.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있는 우리 어른들은 대체 뭐라 답해야 좋을까? 말문이 막히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인간이라면 누구나 전쟁에 대한 보편적 책임이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우리는 당장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나 전세계적 연대를 만들 수 없다. 그러나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인류의 가능성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결국 언젠가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상의 고통을 직시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 결코 머리와 마음에서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 평화를 꿈꾸는 아이들의 염원이 담긴 이 작품은 자명종이 되어 눈이 감기고 귀가 어두워지는 우리를 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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