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갠지스강. 북적대던 거리는 이내 한산해졌고, 순박한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사라졌다. 그리고 찾아온 칠흑 같은 어둠. 인도는 깊은 잠에 빠졌다. 밤의 인도는 어떤 모습일까.
2012년 출간한 (보림 펴냄)은 특별한 작품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인도의 모습과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인도의 모습이 어우러져 몽환적 세계가 펼쳐진다. 이 책은 인도 최대의 원주민 부족인 곤드족의 예술가 바주 샴 등의 작품으로, 삶의 터전인 숲을 신성시하는 곤드족의 우주관이 녹아 있다. 저자는 그들의 토착 신앙과 독자들의 직접 대면을 위해 우리를 밤의 숲으로 초대한다.
이 작품은 착한 정령들이 산다는 나무 셈바르, 결혼을 축복하는 나무 두마르 등 19개의 크고 작은 나무 이야기다. 검은 배경을 바탕으로 흐르듯이 그려진 기하학적 무늬에서 꿈틀대는 생명력이 느껴지고, 원색으로 칠한 나무들을 보노라면 빛나는 듯한 착각까지 든다. 느린 운율의 이야기는 독자가 작품에 흠뻑 젖도록 유도한다.
에는 페이지마다 인도 장인의 손때가 짙게 묻어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책이 아닌, 수작업을 통해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북이기 때문이다. 이 아날로그 방식은 인간적인 살냄새가 묻어나게 해 작품의 풍미를 더욱 진하게 한다. 작품 뒷면에는 제작 순번에 따라 고유번호가 쓰여 있어 희소성을 증명한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에서 만들 수 없다. 모두 인도에서 만든 ‘메이드 인 인도’(Made In India)다. 원작 출판사인 인도의 타라북스에서는 이 책을 출간한 수많은 국가의 번역본을 모아 직접 제작해 발송한다. 이런 방식을 ‘코에디션’이라고 한다. 해외 출판사 입장에서는 코에디션이 썩 내키지 않을 것이다. 일정 조정과 중간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의 퀄리티와 가격 인하를 위해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했다.
은 침체에 빠진 한국 출판계에 하나의 길을 보여준다. 물리적 측면에서 책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소장 가치를 높였고, 기획과 제작에서도 독자적인 철학을 작은 책 한 권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독자들이 외면하지 않는다. 신간 효과가 사라지면 책이 그대로 사장되는 한국의 출판시장에서 과 같은 시도는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래도 독자들은 이런 작품을 기다리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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