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25일 이주배경 학생이 많은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혐오 중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 사태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그의 반헌법적·반사회적 행위에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 주인공은 권력자가 아닌 시민이다. 국회 앞 여의도에서 ‘응원봉’을 들고, ‘남태령 대첩’을 만들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공관 앞에서 ‘은박담요’를 휘감고 투쟁한 여성들을 비롯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시민이 광장에서 뭉쳐 한목소리로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바란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의 모습은 다르겠지만, 최소한 ‘타인에게 해를 가해도 되는 세상’은 아니었다. 그런 간절한 바람이 모여 2025년 6월4일 정권이 교체됐다.
사회적 소수자인 시민들(여성·성소수자·장애인·노동자·이주민 등)이 집회 발언대에 섰을 때 최소한 시민 사이에서 ‘당신들의 요구는 나중에’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윤석열 탄핵’ 집회가 2016~2017년 촛불을 켠 ‘박근혜 탄핵’ 집회와 달랐던 점이다. 그런데 2025년 6월 정권 교체 이후에도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배제는 그대로다. 광장의 열기를 꺼트린 그 냉기는 일찌감치 ‘혐오’(소수자 집단 또는 그 집단 구성원을 모욕·멸시·비하·위협하거나 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매개로 과거부터 우리 사회 곳곳을 파고들며 일상화됐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광장에서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있는 힘껏 외쳤지만, 돌아온 것은 대통령만 바뀐 나라다. 정권 교체라는 거대한 착시에 가려져 소수자의 삶은 한 걸음도 나아지지 못한 채 2026년을 맞게 됐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이른바 ‘혐중(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 시위’를 계기로 혐오 발언에 대한 대응에 나섰으나 그 대응 범위가 ‘혐중’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옥외광고물법 금지광고물 적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025년 11월18일부터 시행했지만, 금지 유형이 한정적(범죄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한 내용,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 등)이다. 혐오의 본질에 무지한 이런 구멍 뚫린 가이드라인으로는 2020년 7월31일 서울 신촌역 안에 게시됐던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광고물이 훼손되고 이 광고물이 게시되기까지 서울교통공사가 게시를 승인하지 않은 일의 재발을 막지 못한다.
근본적인 혐오 대응 정책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핵심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인데, 이재명 정부도 차별금지법 제정은 함구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혐오가 생활공간을 침투하며 구체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현장을 한겨레21이 살폈다. 정치가 이런 부정의한 현실에 아무 관심이 없고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것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를 방치하는 상황도 함께 들여다봤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 1596호 표지이야기 : 혐오 없는 세상
<혐중·여혐·건폭몰이… 내란세력보다 뿌리깊게, 일상을 지배하는 혐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8626.html
<“노조 조끼 입은 남편, 더 나은 삶 원했을 뿐이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640.html
<차별금지법 없는 OECD 회원국, 달랑 둘… 이재명 정부도 방치하나>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8627.html
<혐오의 인큐베이터, ‘비토크라시’ 넘어 ‘데모크라시’로>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6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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