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16일 강원도 속초시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한 김선희씨가 남편 양회동씨의 노조 조끼를 앞에 놓고 주먹을 꼭 쥔 채 울음을 참고 있다. 양회동 열사는 2023년 5월1일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에 모멸감을 느끼고 분신했다. 속초(강원)=이종근 선임기자
남편이 노조 조끼를 입고 마트에 오는 게 아내는 민망했다. ‘단결·투쟁’이 새겨진 노조 조끼가 등장하면 마트 안이 술렁였다. 동료들이 “저 사람 누구냐”고 쿡 찌르면 김선희씨는 얼굴을 붉혔다. “남편이 집회용 식수나 음료를 사러 가끔씩 제가 일하는 마트에 오곤 했는데요. ‘(조끼) 좀 벗고 오면 안 되겠냐’고 해도 절대 안 벗더라고요.”
왜 그렇게까지 하는가. 예전에는 그 질문이 남편 양회동씨를 향했다. 남편을 잃은 뒤 그 질문은 사회를 향했다. “최근 롯데백화점에서 노조 조끼 입은 분 쫓아내는 영상을 봤거든요. 왜 저렇게 할까. 아직도 멀었구나. 우리 사회가 노조를 대하는 시선이요.”
김선희씨는 2023년 5월1일 윤석열 정부의 노조 혐오로 남편 양회동씨를 잃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제3지대장이었던 회동씨는 건설노조를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정부여당과 수사기관의 행태에 모멸감을 느끼고 분신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은 단순한 노조 적대가 아니었다. 건설노조를 ‘폭력배’, ‘노조 마피아’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노조의 단체교섭을 폭력·공갈 범죄로 왜곡해 표적 수사를 지시했다. 이는 고스란히 노조 권리 후퇴로 이어졌고 한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특정 단체를 향한 증오선동이 약자를 어디까지 떠밀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겨레21이 김선희씨를 2025년 12월16일 강원도 속초시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만났다.
“(2023년) 4월30일, 그러니까 마지막날 저희 소고기 먹었거든요. 애들이 육회를 맛있게 먹고 있었나 봐요. 아빠(양회동씨)가 ‘맛있니’라고 물어봐서 아들이 ‘응, 맛있어’라고 했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래요. 그 뒤로도 아이들한테 ‘앞으로 뭐 하고 싶냐’고 묻는데 그날따라 아빠 눈빛이 평소같지 않았다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장례식 다 끝나고서야 들었어요.”
남편이 떠나고 1년 7개월, 김선희씨 안에는 수많은 질문이 피어났다. 남편은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으며 나는 왜 거기까지 몰랐을까. 애들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원망과 회한, 자책을 꾹꾹 눌러담으며 남편의 노동조합 활동을 수없이 돌이켜봤다.
회동씨가 처음부터 노조를 기꺼이 시작한 건 아니었다. 건설현장의 열악한 노동처우가 그를 노조로 이끌었다. “인력사무소를 다니면 똥 떼기(알선업체 수수료)를 당하잖아요. 그러니까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나봐요. 고시원 살면서 건설 전문 학원에서 철근 도면 보는 법을 배웠어요. 하얀색 종이 들고 다니는 반장님들 너무 부럽다면서요. 제가 안주하는 스타일이라면 남편은 늘 자기를 발전시키려 노력한 사람이었어요.”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가 생전에 가슴에 찼던 노조 조끼 명찰. 한겨레21과 인터뷰한 아내 김선희씨가 2025년 12월16일 강원도 속초시 민주노총 사무실로 유품을 가져왔다. 속초(강원)=이종근 선임기자
그러나 아무리 기술을 배워도 근본적인 고용불안까지 해결하진 못했다. 대다수 건설 노동자들은 공사 기간만 고용이 유지된다. 하청업체가 고용보험료를 주지 않으니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일감을 계속 유지하려면 가정을 떠나 전국의 건설현장을 떠돌아야 한다. 회동씨도 생계를 위해 가정과 떨어져 지내다 2019년께 강원 속초로 돌아왔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아이들 7~8살 때부터 떨어져 살다 12살 때쯤 돌아왔죠. 아무래도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다보니 처음엔 아이들이 아빠 장난을 잘 안 받아줬어요. 뽀뽀하려고 하면 제지당하고. 그러면 슬쩍 손으로 밀면서 장난치고. 한 번은 제가 ‘애들이 싫다는데 그만하면 어때’라고 했더니 남편이 화내더라고요. ‘내가 애들이랑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 되겠냐’고요. 그렇게 노력해서 어느 날부턴 다 큰 딸을 목마 태우는 거예요. 딸이 아빠 팔도 베고요.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바뀌어 갔어요.”
회동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아이들 사진이다. 프로필 메시지엔 ‘내 인생의 모든 거’라고 적혀있다. 그만큼 가족을 아꼈고 함께 있고 싶어했다. 그러나 고향에 정착한 대가는 기약 없는 고용 불안정이었다. 혼자서 속초 건설현장 3~5곳을 다녀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노조를 찾았다. “평소에 일할 때도 불합리한 차별이나 위험 작업 얘길 많이 했어요. ‘노조 가입한 사람들은 이런 대우를 받는데 나는 왜 이런 처우를 받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노조에 가입한 회동씨는 처음으로 권리를 되찾는 기쁨을 누렸다. “(노조 활동을) 좋아했죠. ‘나는 딱 여기가 체질인 것 같아. 내가 일한 만큼 정당하게 대가를 받을 수 있어서’라고 했어요.” 노조 활동에 열심이던 양회동씨는 2021년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을 맡았다. 조합원들의 각종 권리 보장을 위해 건설사 및 하청업체와 단체교섭을 하는 역할이었다. 위험 작업, 임금 체불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화두는 고용보장이었다. 싼 인건비로 이주노동자만 소모하려는 건설 현장에서 내국인 일자리는 점점 하늘의 별따기였다. 각 지역의 지대장들은 저녁 시간만 되면 생계난을 호소하는 조합원들 전화를 받곤 했다.
“남편이 노조 지대장할 때 저랑 시댁 식구들이 반대 많이 했거든요. 철근이 아무리 길게 일해도 3개월, 짧게 일하면 한두 달이잖아요. 근데 노조가 일자리 못 찾아주면 조합원들은 ‘조합비 내는데 왜 안 되냐’고 할 거잖아요. 그걸 당신이 꼭 해야 되냐고 물었더니 어디서 온 책임감인지 자기가 해야 되겠대요. ‘영동지역에 노조 자리 잡힐 때까지만 하겠다’, ‘겨울까지만 하겠다’ 그러다 해 넘기고 노조 탄압이 시작된 거예요.”

2020년 7월13일 ‘직원식당은 거리두기, 일용직은 다닥다닥…방역도 차별?’라는 제목의 YTN 보도에서 양회동씨가 인터뷰이로 나와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평소에도 건설현장의 불합리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YTN 영상 갈무리
2023년 1월, 정부여당은 화물연대 파업 진압으로 지지율이 반등하자 건설노조를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건설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해결하라는 노조 요구를 ‘건설폭력배’ ‘민폐노총’ ‘노피아’(노조 마피아) 등으로 폄하하고 단체교섭을 공갈과 협박으로 왜곡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에 경찰 90명 1계급 특진을 내걸었다. 전국 각지에서 표적 수사로 열띤 경쟁이 벌어졌다. 이는 “특정 집단을 열등한 집단이나 범죄자나 병리적 집단 등으로 몰아 일반 대중이 차별과 혐오를 당연시하도록 만드는”(이주영, ‘혐오표현에 대한 국제인권법적 고찰: 증오 선동을 중심으로’, 2015) 증오 선동이었다. 김종서 배재대 명예교수도 당시 정부·여당 등 정치인들의 원색적인 노조 혐오 발언이 “증오 선동 판단 기준인 ‘라바트 임계치 시험’ 6개 부분에서 거의 모든 혐오표현 기준을 충족했다”고 2024년 11월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논문집 ‘민주법학’에 게재한 논문 ‘정치인의 노동조합 혐오표현’에서 분석했다.
“경찰이 하도 남편을 따라다니니까 ‘당신 나 모르는 뭐 있어?’라고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남편이 ‘당신은 날 못 믿어?’라고 되묻라고요. 그래서 ‘아니, 나는 믿지. 근데 내가 모르는 게 있으니까 경찰이 그렇게 수사 하는 거 아냐’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단호하게 얘길 하더라고요. ‘아니야. 나는 잘못한 거 없어. 나는 떳떳해.’”
하지만 떳떳한 사람도 자괴감에 휩싸이는 게 수사였다. 한낮에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간 남편은 자정이 지나서야 귀가했다. “경찰이 첫 번째 질문을 했는데 원하는 답이 안 나오잖아요? 그럼 두 번째, 세 번째, 열 번째 질문까지 간 다음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간다는 거예요. 원하는 답 나올 때까지.”
한 번은 남편이 전화로 부탁을 했다. “시댁에 며칠만 가 있으면 안 되겠냐. 경찰들이 찾아와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랑 아이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제 생각보다 남편의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나중에 남편 장례식에서 만난 친구들 얘길 들으니 남편이 어떤 현장을 갔다오면 한 20분~30분 내로 경찰이 다녀갔대요. 그리고 수사할 때도 일부러 남편 자주 가던 식당 메뉴를 언급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선희씨는 남편이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 질병으로 고통받던 남편을 2년 간 온가족이 간호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힘든 시기도 함께 지났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나봐요. 경찰한테 수사받을 때 내가 알아주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겠구나. 혼자 많이 외롭고 고통스러웠겠다. 저한테는 좀 과분했던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025년 12월16일 강원도 속초시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한 김선희씨가 생각을 고르며 눈을 감고 있다. 속초(강원)=이종근 선임기자
2023년 5월1일 아침, 회동씨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 선희씨는 공복에 일을 나간 남편이 마음에 걸렸다. “‘국에 밥이라도 말아줄까’ 했는데 그냥 가겠대요. 걱정되니까 아침 9시쯤 전화해서 ‘밥 잘 챙겨 먹으라’고 했죠. 짜증을 내더라고요. 예민한가보다 하고 끊었는데 20분 뒤에 다시 전화가 왔어요. 근데 남편이 아니었어요. 경찰이었어요….”
회동씨가 남긴 유서를 보면 “정당한 노조활동을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한다.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써 있다. 노조한다는 자부심이 범죄로 매도당하자 자괴감에 시달렸던 듯하다. 동료들에 따르면 그는 평소 자신이 수사받는 모습이 자녀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했다고 한다. “그 사람은 노조차를 끌고 와도 집 근처 공원에 세워놓고 저희 차로 바꿔타는 사람이에요. 정 노조차를 써야겠으면 윗사람한테 결재 받고 저희가 탄 만큼 기름값을 냈고요. 그만큼 ‘노조에 폐 끼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선희씨는 지금도 남편 마음을 다 헤아리기 어렵다고 했다. 그의 힘듦을 다 알아주지 못했다는 자책과 ‘그래도 애들 걱정했을 텐데’라는 원망이 뒤엉킨다. 그런 중에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토록 가족을 아끼던 사람도 모멸감을 견디기 힘들었던 수사였다.
“강원도에서도 (경찰) 한 분이 승진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양회동의 일로 승진을 한 건 아니라 하시지만 그게 다 한 틀이 아니었을까요. 눈에 불을 켜고 수사했겠죠. 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이 중범죄자는 아니잖아요? 그냥 먹고 살아야 하는데 나라에서 아무런 보호를 안 해 주니 일자리라도 좀 달라, 외국인만 쓰지 말고 우리도 좀 채용해 달라는 거였잖아요?”
혐오는 특정 집단에 부정적 편견을 덧씌우고 대상화할 때 증폭된다. 정작 윤석열 정부가 ‘뿌리뽑아야 한다’던 이들은 그저 하루벌이를 걱정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아빠(양회동씨) 일을 겪으면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제가 몰랐던 부분이 많더라고요. 요즘도 가슴에 막 답답함이 있어요. 정권이 바뀌고 정부가 열심히 한다지만 건설 노동자 처우나 일자리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서요. 저도 이런데 그 사람은 더하지 않았을까.”
사람들 앞에서 남편 일을 말하는 건 고통스럽다. 그러나 선희씨는 매번 언론 앞에 선다. 사람들에게 “양회동을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싶어서다. “저도 남편 마음을 아직 다 헤아릴 수가 없는데요. 그래도 양회동의 마음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노동 탄압이 다시는 반복되면 안 된다는 그 마음을요.” 선희씨가 말했다.
속초(강원)=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 1596호 표지이야기 : 혐오 없는 세상
<혐중·여혐·건폭몰이… 내란세력보다 뿌리깊게, 일상을 지배하는 혐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8626.html
<차별금지법 없는 OECD 회원국, 달랑 둘… 이재명 정부도 방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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