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매매 알선이 의심되는 업체들이 입점한 서울 강남구 일대의 건물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24년 8월1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상가 건물에서 한 젊은 남성이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을 박은 채 엘리베이터에 탔다. 기자가 그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남성은 어느 층으로 갈지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었다. 기자가 치과가 있는 5층 버튼을 누르자 그제야 남성은 7층 버튼을 눌렀다. 이 건물 7층은 강남구에서 유명하다고 알려진 성매매 안마소가 있는 곳이다.
기자는 5층에 잠시 내렸다가 저 남성과 별도로 7층에 올라가봤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직원들이 손님을 안쪽 구석진 방으로 안내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비집고 다른 직원이 나지막이 가격과 방법을 속삭였다. 실제 표기된 안마 가격보다 2배는 높았다. 평일 대낮이었지만 그 은밀한 공간에는 남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남성들이 가득했다. 직원은 이곳은 안마만 하는 곳이 아니라 성매매를 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인 성매매가 강남 한복판 상가에서 대놓고 이뤄지고 있었다.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겠다며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한 지 20년이 흘렀다. 하지만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안마, 마사지, 사우나 등 합법의 탈을 쓴 다른 이름으로 거래되면서 수사기관의 단속도 비웃듯 피한다. 단속돼도 이름을 바꾸거나 사업자를 갈아치우며 성매매를 멈추지 않는다.
이 불법 성산업의 배경에 성매매 업소 건물주들이 자리잡고 있다. 장소를 제공하고 막대한 임대료를 챙기는 건물주는 불법 성매매 산업의 공범자다. 한겨레21이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와 함께 센터가 그간 단속해왔던 성매매 업소 132곳의 명단을 받아 건물주들을 한 명씩 추적한 까닭이다. 건물주 중에는 부계 혈연집단인 문중, 종교인, 3성 장군, 원로 학자 등이 있었다. 이들이 성매매 업소에 건물을 빌려주고 챙긴 월세는 수천만원에 달한다.
건물주들은 성매매가 적발되더라도 “성매매가 이뤄지는지 몰랐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런 변명이 법정에서 통하기도 한다. 그렇게 성매매 공범인 건물주는 실형을 면하는 경우가 많다. 수사기관이 어렵게 범죄를 입증해도 범죄에 사용된 건물이 너무 큰 자산이란 이유로 국가에 몰수되지도 않는다.
이러니 건물주들은 수십년째 성매매 산업에 공간을 대여하며 수십억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겨레21이 이들의 민낯을 사회에 고발하는 까닭이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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