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상가 건물. ‘ㄷ안마’란 이름이 건물 외벽에 크게 붙어 있다. 이 상호는 지도 앱에선 검색되지 않는다. 2024년 8월16일 오후 2시께 건물을 찾았다. 상가 표지판에는 ‘7층 ㄷ안마소’라 표기돼 있었다. 이곳은 마치 클럽에 간 것처럼 여성들과 함께 춤추고 이후 성매매가 이뤄지는 이른바 ‘클럽안마’를 하는 곳이다.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선 강남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안마시술소 형태 성매매 업소로 꼽힌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할 때쯤 클럽 음악 소리가 조금씩 들렸다. 문이 열리자 어두운 조명 아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예약하고 오셨나요?” 한 직원이 말했다. ‘예약하지 않았다’고 하자 직원은 안쪽 공간으로 안내했다.
“찾는 아가씨 있어요?” 자리에 앉자 직원은 물었다. 옆에는 앳된 얼굴의 젊은 남성과 주름이 자글자글한 중년 남성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직원이 건넨 명함에는 ‘ㄷ커피’라 적혀 있었다. 그냥 보면 한 카페의 커피 쿠폰처럼 보였다.
입구에 달아놓은 안마시술 가격은 11만5천원이었지만, 실제 가격을 묻자 “27만원”이라고 했다. “한 번이 이렇고 두 번이면 32만원이요.” 직원은 성매매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했다. 머뭇거리던 기자가 ‘안마만 하는 곳이냐’고 묻자 직원이 당연한 듯 말했다. “여긴 ××(성매매) 하는 곳이에요.”
ㄷ안마시술소는 이 건물 6층과 7층, 8층을 쓰고 있다. 건물 건축물대장으로 보면 6층은 271.9㎡(약 82평), 7~8층은 각각 260.42㎡(약 79평)씩이다. 네이버 로드뷰를 통해 과거 이 건물의 사진을 확인한 결과, ㄷ안마시술소는 2014년 10월부터 최소 10년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안마시술소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다. 이런 공공연한 영업이 단속기관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리 없다. “내부 방을 개조해 클럽식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는 식의 신고가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이하 다시함께센터)에도 수차례 접수됐기 때문이다.
다시함께센터는 성매매 예방·축소·감시 활동을 하는 서울시립 기관이다. 센터는 ㄷ안마시술소를 불법 성매매 단속 대상으로 8년 이상 모니터링해 2018년과 2023년 두 차례 고발했다. 이로 인해 이 업소는 확인된 것만 두 차례의 형사처분 전력이 있다. 2019년 5월 이 업소를 운영했던 인물은 성매매 광고행위로 벌금 3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이 운영자는 같은 해 7~8월 불특정 다수의 남성에게 10만~4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2020년 10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벌금 1500만원 형의 집행유예 3년도 선고받았다.
ㄷ안마시술소가 있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건물의 건물주는 정씨 일가의 ㅁ파 문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2003년 이 건물을 사들여 2024년 8월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다. 정씨는 조선시대 명문가로 꼽혔고, 지금도 종중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겨레21 탐사팀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건물주는 이 건물의 6~8층이 불법 성매매 영업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모를 수 없는 상태였다. 우선 여러 차례 신고와 입주 업소의 형사입건 전력이 있고, 안마시술소라는 간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이 종중의 사무실이 해당 건물 5층에 있어서, 종중 관계자들은 엘리베이터에서 성매매 업소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ㄷ안마시술소의 공간 설계도 건물주 동의를 구해야 하는 구조다. 안마소는 7층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데, 들어가고 나서야 6층과 8층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이 건물 7층 입구에선 사우나복을 입은 남성들이 계단을 통해 아래층에서 올라오고, 위층에서 내려왔다. 종중 사무실이 있는 5층에서 6층으로 가는 계단 길은 막혀 있었다. 과거 성매매 업계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ㄷ안마시술소는 클럽 형식을 도입했고, 그 일대 안마방 중에서도 업계에서 유명하게 알려져 있을 정도”라며 “건물주가 모르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법 성산업으로 임대수익을 올리는 건물주가 단지 정씨 일가 ㅁ파 문중만 있는 건 아니다. 한겨레21 탐사팀은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이하 성매매처벌법) 제정 20년째를 맞은 2024년에도 불법 성매매 업소가 여전히 운영되는 현실을 심층 탐사한 끝에, 건물주들이 30조원 넘는 불법 성매매 산업을 유지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취재팀의 건물주 정보 추적으로 드러났다. 한겨레21 탐사팀은 오영환 전 국회의원실을 통해 다시함께센터의 성매매 모니터링 대상 주소 132곳을 파악했다. 탐사팀은 이 주소지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떼어서 건물주를 파악하고, 건물주에 대한 정보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판결문, 각종 언론보도 등을 통해 추적했다. 추적 결과, 건물 소유주 혹은 상가주(건물이 아닌 상가 개별소유) 중에는 예비역 장군, 유명 종교인, 유통업체 대표, 국립대 교수, 전 대기업 임원 등 사회적 저명인사로 분류할 인물이 최소 1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명 단체와 기업도 각각 1곳씩 있었다.
성매매 업소가 입주한 건물 소유주 171명(건물 지분 공동소유자 포함)의 주거지 주소를 파악해보니, 서울 마포구가 25명(14.62%)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가 20명(11.7%),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12명(7%), 서울 서초구와 서대문구가 각각 8명(4.68%),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가 각각 5명(2.92%)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의 연령대를 확인해보니, 공동소유자를 포함해 170명(등기부등본에 연령이 표기되지 않은 1명 제외)의 평균연령은 64.3살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62명(36.5%)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48명(28.2%), 50대가 34명(20%), 40대가 18명(10.6%), 30대가 6명(3.5%), 20대가 2명(1.17%) 등 순이었다.
종교 교주 김아무개(77)씨가 개인 명의로 2005년 252억원에 사들인 강남 논현동에 있는 건물 지하에서는 10년 이상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김씨는 1990년대부터 기도원을 기반으로 전국 단위 열성 신도를 모은 유명인사다. 그가 보유한 건물에서 이뤄지는 ‘스파’ 형태의 불법 성매매는 성구매자가 사우나 입구로 들어가 간단한 목욕을 한 뒤 비밀 통로로 안내돼 성매매하는 형태다. 온라인 성매매 후기 누리집에는 “○○스파 후기”라며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담은 글이 올라와 있다. 기자가 2024년 8월2일 이 업소를 찾아 성매매를 하는 곳이 맞는지 묻자 입구를 지키던 업소 관계자는 “연애(성매매를 뜻하는 은어) 한 번은 14만원, 두 번은 17만원”이라고 답했다.
중장으로 예편한 오아무개(96)씨 또한 불법 성매매 업소가 입주한 건물의 소유주다. 그는 군사정권에서 군 참모차장까지 지낼 정도로 고위직이었으며, 퇴임 후에도 한 국가의 대사로 부임하는 등 고위 외교관을 지냈다. 2024년 7월29일 취재팀이 찾은 서울 종로구 종로1가에 있는 그의 건물 3층에는 ‘×× 마사지’라는 커다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 그 간판 옆에는 회전하는 하트 표가 새겨져 있다. 간판 설치 시기를 살펴보니, 이 업소는 최소 2016년 4월 이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보니 업소 현관문 앞에 ‘×× 남성 전용 맛(마)사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자동으로 업소 문이 열리자 붉은색 조명의 작은 방이 여러 개 붙어 있었다. “12만원, 돈 주면 다 돼.” 업소 카운터에서 만난 업소 관리자는 이 말로 여기가 불법 성매매 업소임을 자연스레 시인했다. 이 밖에도 국립대 명예교수인 원로 공학자 일가가 보유한 강남구 역삼동의 건물에 있는 업소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는 공학계 기관장을 지냈으며, 과학계 주요 단체 간부직을 맡고 있다. 또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 대표를 지냈던 이가 보유한 건물에서도 입주 업소가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된 바 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장소는 성매매가 일어나는 중요한 매개 수단으로, (건물주가) ‘몰랐다’며 빠져나가는 건 무책임하다”며 “유력인사들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21 탐사팀이 파악한 132곳의 성매매 업소 입주 건물을 집계해보면, 꺼지지 않는 불법 성산업이 입주한 건물은 오피스 상권 인근에 몰려 있었다. 세부 지역별로는 서울 마포구가 27곳(20.5%), 강남구가 14곳(10.6%)으로 가장 많았다. 종로구와 강서구가 각각 8곳(6%)으로 뒤를 이었다. 업소 형태별로는 ‘마사지’ 간판을 내걸고 성매매 영업을 하는 경우가 52곳(39.4%)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고, 안마시술소 27곳(20.5%), 휴게텔 13곳(9.8%), 성매매 집결지 9건(6.8%), 오피스텔 8건(6.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겨레21 탐사팀은 국내 성매매업 광고가 집중적으로 올라와 있는 누리집 ㅅ의 자료를 수집해온 한 화이트해커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에서 성매매 광고를 한 업소 543곳(전국 단위)에 대해서도 집중 분석했다. 온라인 광고는 업소의 정확한 주소를 표기하지 않지만, ‘○○역 도보 5분’ 등의 문구로 대략적인 주소를 추정해볼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파악해본 업소 위치(2024년 4월 기준)는 오프라인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543곳 가운데 서울 강남구가 165곳(30.4%)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51곳(9.4%), 경기 부천 원미구 25곳(4.6%), 서울 관악구와 강서구가 각각 24곳(4.4%) 등이었다.
온·오프라인 집계를 종합하면 역시 성매매 업소가 몰린 곳은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라고 할 수 있다. 다시함께센터 감시사업팀은 “강남의 경우 유흥주점이나 클럽안마 등 대규모 업소가 다수 있다. 방문시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 게 특징이고,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마포의 경우 소형 규모 오피스텔과 마사지·안마 업종이 주를 이룬다”고 밝혔다.
다시함께센터의 성매매 업소 모니터링 과정에서 사법·행정 처분된 성매매 업소 132곳의 처벌 기록도 확인됐다. 성매매처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곳은 모두 74곳이었다. 한 업소가 여러 건 처벌받은 사례를 포함해 확인된 93건의 형사처벌 가운데 19건은 징역형, 74건은 벌금형만 선고됐다. 행정처분은 총 63건 이뤄졌는데 절반 넘는 37건이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성매매 알선시 영업정지)에 해당했고, 21건은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신고 없이 광고물 설치)으로 영업정지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그렇다면 건물주들이 불법 성매매 장소를 제공해 얻는 임대수익은 얼마나 될까. 업소마다 입지와 면적, 업태가 달라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안마방 위주의 성매매 업소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역(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빌딩 전용면적당 평균 임대료(NOC·관리비 포함)를 기반으로 추정해볼 수는 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기업인 ‘부동산 플래닛’ 통계를 기반으로, 영업 중인 다시함께센터 성매매 모니터링 대상 11곳(행정·형사 처분된 곳과 고발된 곳)을 기준으로 계산해봤다. 이를 바탕으로 임차인은 건물주에게 한 달에 평균 2835만3353원의 임대료를 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한 건물을 통째로 쓰거나 여러 층을 동시에 쓰는 강남권 성매매 업소들의 특성이 반영된 수치다. 건물 1~5층을 모두 쓰는 역삼동의 한 성매매 업소의 경우 4452만원의 월 임대료를 내고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한 층만 쓰는 것으로 확인된 역삼동의 다른 업소와 논현동 업소의 경우 각각 453만원과 506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성매매 업소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한 관계자는 “(불법 업소이기 때문에)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더 내는 경우도 있다”며 “장기간 영업하면서 임대료를 밀리지 않고 내는 성매매 업소 임대는 건물주에게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성매매 업소에서 임대수익을 받는 건물주들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성매매처벌법 제2조 1항에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하나로 정한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성매매 알선과 같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니 이 법 조항을 적용해 건물주를 처벌하려면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라는 단서 조항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2016년 제주지법은 한 성매매 업소가 단속된 뒤 서로 다른 2명의 성매매 업자가 같은 장소를 빌려 영업한 사건임을 확인하고 건물주에게 벌금 300만원 형을 선고했다. 건물주는 “새로운 임차인도 성매매업을 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경찰로부터 기존 임차인이 성매매업을 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고 △기존 업소 시설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영업하는 등 사정에 비추어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리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던 점 등의 근거를 적용해 이런 판단을 했다. 임대계약을 하고 난 뒤 성매매 업소인 것을 인지했지만,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경우에 대해 처벌한 2011년 대법원 판례도 있다.
문제는 건물주가 자신이 보유한 건물에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점을 모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일단 ㄷ안마시술소와 같이 다시함께센터의 모니터링 대상에 오른 업소의 경우 최종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와 고발로 인한 형사입건만으로도 건물주에게 통지가 간다. 성매매 업소 단속 업무에 종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업소가 형사입건된 것만으로도 경찰의 ‘풍속업무관리시스템’에 의해 건물주에게 자동으로 통지가 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겨레21 탐사팀이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한 불법 성매매 업소 건물주들은 대부분 “몰랐다”고 답하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정씨 일가 ㅁ파 문중은 “신문사에서 취재할 일이 아니고 경찰이나 관계기관에서 합법인지 판정할 일”이라며 “저희는 거기서 그걸(성매매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찰의 (성매매 혐의 입건) 통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종교인 김씨 쪽도 “알지 못했다. 개별 업소 일에 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로 공학자는 답변하지 않았고, 전직 대기업 계열사 대표는 찾아갔으나 만날 수 없었다. 다만 예비역 중장 오씨 쪽만 “관리인에게 건물을 맡겨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이라면 부끄러운 일이다. 확인한 뒤 (성매매 업소를) 내보내겠다”고 답했다.
현실에서 “몰랐다”는 건물주들의 주장을 뒤집기 위해서는 촘촘한 증거 수집을 통한 입증이 필요하다. 수사당국의 의지가 필요한 대목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수사당국은 성매매 사건에서 성매수자나 알선자에 대한 처벌로 수사를 주로 끝낸다. 장소 제공까지 처벌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임다혜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성매매 업소 입주) 건물주는 애초에 기소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며 “단속 이후 재단속을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건물주가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성산업의 몸집을 키우며 경제적 이익을 누려온 건물주의 재산을 국가가 추징하고 몰수하는 조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건물주의 혐의를 입증하더라도, 입증된 범죄수익 일부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추징된다. 또한 건물이 범죄에 사용됐더라도, 몰수는 사실상 법원 재량에 맡겨져 있다. 법조계에선 금액이 상당히 큰 물건인 ‘건물’에 대한 몰수 사례는 기소된 전체 범죄 건수의 1~2% 이하라고 본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2023년 12월 성매매 알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매매 업소 건물주 ㄱ씨 등에게 성매매 알선 혐의를 유죄로 선고한 사례를 보면,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애초 경찰의 1차 단속이 이뤄진 뒤에도 ㄱ씨 등이 별도 조처를 하지 않은 점을 보면 ‘성매매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었다. ㄱ씨 등이 성매매 알선을 알고도 임대를 멈추지 않았다면 그들이 받은 임대료는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범죄에 사용된 물건은 몰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법원은 “성매매 알선을 알지 못했다”는 ㄱ씨 쪽의 주장을 인정하는 동시에 ‘생계유지 수단’ 등 사유를 종합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다. 이 1심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ㄱ씨 등이 해당 공간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적용해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추징액은 제한적이었다. ㄱ씨는 10년 넘게 성매매 업소로부터 임대수익을 올렸지만, 추징액은 임대료 3년4개월치(6억원)에 불과하다. 이 사건에서 성매매 업소 운영이 입증된 기간만 범죄수익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또한 건물은 끝내 몰수되진 않았다. 경찰청 범죄수익추적수사계 관계자는 “몰수로 인한 개인의 이익이 얼마나 침해되는지, 과연 몰수가 최후의 수단인지를 고려하기 마련이다. 건물은 가액이 크니까, 법원에선 이를 몰수했을 때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걸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추징과 몰수가 실효적으로 이뤄지려면 건물주가 성매매 업소 입주를 알았다는 점을 수사로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등기에 ‘성매매 처벌이 됐었다’는 문장을 기재하는 등 건물주의 성매매 알선 혐의 입증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수사기법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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