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절차에 따라 진행했을 것이고 관여한 바 없다.”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의 딸 김아무개(32)씨가 스무 살 학부생 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특혜성 인턴을 했다고 고발한 <한겨레21> 제1517호 보도에 대해서 김 수석은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이 해명은 상당한 의문을 다시 제기합니다. 김 수석의 딸 김씨는 김앤장의 인턴 채용 절차를 어떻게 알고 지원했던 것일까요? 김앤장에서 일했던 학부생 인턴은 드문데다, 김앤장이 공식적으로도 학부생 인턴 채용 공고는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 때문에 김 수석이 말한 ‘절차’가 혹시 본인과 관련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엘리트 검사’였던 김 수석은 딸이 김앤장 인턴을 한 시점인 2012년 7월 법무부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김 수석의 딸은 성균관대 로스쿨에 진학했고,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러크)을 거쳐 2023년부터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 수석도 2024년 5월 민정수석에 임명되기 전까지 김앤장에서 활동했습니다.
<한겨레21>의 보도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딸이 대학 시절 좋은 성적을 받아 로스쿨에 합격했고, 로스쿨 학생 중 상위권 법학도만 임용될 수 있는 재판연구원이 될 정도로 법학 성적도 뛰어났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성적이 좋았으니 ‘김앤장 인턴’이 특혜성 혜택이 아니었을 거라는 반론입니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얘기입니다. 김씨의 능력과 성적은 별입니다. 무엇보다 김씨가 고위직 법조계 인사의 자녀라는 이유로, 시작부터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고 특혜성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게 문제였던 겁니다. 게다가 김앤장과 같은 대형 로펌에서 자녀가 인턴을 한 일은 비단 김 수석만이 아니라 대법원장 후보자로 나섰다가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도 있었던 일입니다. 이번 문제를 단순히 한두 사람의 특수한 사례로 치부하고 넘어가선 안 되는 까닭입니다.
<한겨레21> 보도 이후 정치권에서도 여파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조국혁신당은 논평에서 “제22대 국회 구성을 마치는 대로 운영위원회에 김 수석을 출석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김 수석이 딸의 인턴 채용을 두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하게 된다면, <한겨레21>에 보내온 “관여하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입장 대신 사건의 전말을 속 시원하게 밝혀줬으면 합니다.
<한겨레21>은 앞으로도 고위직 법조인·기업인 등의 자녀가 김앤장 등 대형 로펌과 대기업에서 특혜성 인턴을 하는 일에 대한 취재를 이어가려 합니다. 김 수석의 딸 김씨의 인턴 의혹에 대한 추가 취재도 이어가겠습니다. 제보하실 문제가 있다면 사소하다 생각 마시고 저나 곽진산 기자 이메일(kjs@hani.co.kr)로 연락주세요. 여러분의 제보를 바탕으로 고위직 부모를 가진 이들이 남들과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되는 문제를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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