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5일자 산지쌀값은 19만9668원/80㎏으로….” 2025년 6월1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쌀값 안정방안 추진’ 보도자료는 이렇게 시작한다. 쌀값이 오름세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80㎏ 단위를 사용했다. 한 가마니, 즉 80㎏은 오래전부터 쌀 세는 단위로 쓰였지만 소포장 위주의 소비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 농민단체들이 “농식품부가 나서서 쌀값을 비싸 보이게 만든다. 쌀값도 1㎏ 단위로 해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일본은 매주 5㎏ 단위 쌀값을 발표한다.
적정 쌀값을 ‘과거 쌀값’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문제다. 2024년 기준 한국인은 한 해 416잔(유로데이터)의 커피를 마신다. 아메리카노 한 잔 평균값인 3001원(한국소비자원)으로 계산하면, 1년에 124만8416원을 쓴다. 아무도 ‘커피값은 124만원/1년으로…’라고 말하지 않는다. 통신비는 한 달 5만6279원씩(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자료) 1년에 67만6348원을 쓴다.
쌀값은 사상 최고치일 때인 2025년 10월5일 평균 소매가인 20㎏당 6만4804원을 기준으로 잡아도 1년에 18만803원(농식품부 기준인 1인 쌀소비량 55.8㎏ 적용)을 쓴다. 커피값의 14.5%, 통신비의 26.8%다.
최저임금, 물가, 농약·비룟값 등 쌀 생산을 둘러싼 모든 비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의 저곡가 정책은 1960~1980년대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졌다. 그런 ‘과거 쌀값’ 정책이 세상 변화와 무관하게 ‘지금 쌀값’을 좌우한다.
절반이 넘는 농가(51.9%·2022년 기준)가 쌀농사를 짓는다. 쌀값은 농민 소득이자, 읍·면 단위 농촌 소득이다. 1999년 연 1천만원이 넘었던 농업소득이 25년이 지난 2024년 연 1천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농촌의 인구가 줄고 고령화하는 원인이다. ‘소비자 부담’을 명분으로 온갖 정책 수단을 동원해 쌀값을 꾹꾹 누르면서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는 건 모순이다.
어쩌면 오랫동안 우리를 옭아매온 ‘쌀값이 얼마나 비싼가’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닐까. 2018년 6월 농촌진흥청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 보고서에서 농업의 식량안보 기능을 비롯한 환경보전·사회문화적 기능, 농업경관 등 공익적 기능의 가치를 27조8993억원이라고 계산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안보를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경제적·물리적으로 ‘충분히 영양가 있는’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국민 62.3%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추가 세금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4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
기후위기와 식량불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하면 농업이 지속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하고 함께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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