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의 딸(32)이 스무 살 때 언론학부생 신분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으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 수석은 법무부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딸 김아무개씨가 ‘아빠 찬스’로 특혜성 경력을 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씨는 이후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2023년부터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김씨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2년 7월 한 달 동안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진행하는 인턴십 프로그램(Clerkship)에 참여해 일했다. 김씨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 경력을 게재했고, 같은 달에는 한 대형 취업사이트가 운영하는 미디어의 표지 모델로 선정돼 인터뷰하기도 했다. 김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미디어 산업 전문 법률 컨설턴트가 꿈”이라며 “이번 방학에 국내 최대 로펌에서 인턴십을 하게 됐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다른 인턴사원들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하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김 수석은 2011년 8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일하다 2012년 7월 법무부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됐다. 김앤장 인턴은 통상 로스쿨 재학생이거나 법학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김앤장이 법조계 주요 인사들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학부생인 김씨에게 ‘아빠 찬스’를 활용하게 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023년 8월 대법원장 후보자로 인사검증을 받을 때 이 부장판사의 아들 역시 스무 살 학부생 시절 김앤장 인턴으로 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빠 찬스’라는 비판을 산 적이 있다. 이때 김앤장 쪽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학부생 대상 인턴의 경우 연중 상시적으로 많은 문의를 받고 있어 별도의 공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학부생 인턴을 별도 공모 절차 없이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셈이다.
김앤장이 공고를 내지 않고 인턴 근무를 희망하는 법조계·재계 고위 관계자들의 자녀를 인턴으로 채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5년가량 김앤장에서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김앤장의 중요한 클라이언트(의뢰인)나 재직 중인 분들, 김앤장에 우호적인 분들의 자녀를 비공식적으로 뽑았다”며 “로스쿨생 인턴과는 달리 채용 과정이나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지 않았다. 학부생들은 대부분 법률 지식이 없기 때문에 번역과 자료 조사 업무 등 간단한 일만 했다”고 말했다.
김앤장 인턴은 로스쿨 재학생들이 방학 공부를 포기하고 갈 정도로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인턴이라도 김앤장 경력을 내세우면 로스쿨 졸업 뒤 여러 로펌에 취업하기 수월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로스쿨 내에서도 상위권 성적이거나 독특한 경력을 지닌 이들만 채용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김씨는 주변에 별도 절차 없이 인턴에 채용됐다는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학창 시절 지인 ㄱ씨는 <한겨레21>에 “김씨가 아빠 소개로 방학 기간 자기소개서 제출 등 별도 전형 절차 없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을 한다고 이야기해 주변 친구들이 놀랐었다”며 “당시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대학생들의 취업 문이 좁았던 때라 주변 학생들이 ‘아빠 찬스’를 쓰는 김씨를 보면서 박탈감을 느꼈지만 달리 문제를 제기할 방법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앤장 인턴을 마친 김씨는 학부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김앤장 인턴 경력이 로스쿨 입학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로스쿨 출신 박아무개 변호사는 “특히 서울권 로스쿨 입학은 아주 작은 점수로도 합격을 다툰다. 김앤장 인턴은 로스쿨 재학생 중에서도 상위권 학생들이나 가는 곳인데, 학부생 인턴은 아마 로스쿨 입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재판연구원을 거친 뒤 2023년부터 김앤장에 재직하고 있다. 김 수석이 2024년 5월 대통령실 민정수석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최근까지 김 수석 부녀는 김앤장에서 함께 근무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쪽은 이와 관련한 <한겨레21>의 질의에 “통상 학부생 대상 인턴십은 별도 공고가 없더라도 학생들이 이메일이나 전화 등을 통해 문의하고 있고, 지원하는 분들에 대해선 별도로 지원 절차를 안내하고 공정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김씨와 같은) 특정 사례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고 기록도 없다”고 해명했다. 김 수석도 대통령실 대변인실을 통해 “아이가 절차에 따라 진행했을 것이고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김앤장 인턴을 하기 전인 2012년 1~3월에는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팀에서도 인턴십으로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이 사실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어 알렸는데, 이때도 김앤장 인턴과 마찬가지로 주변 대학 동료들에게 ‘별다른 절차 없이 인턴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삼성 계열사 전직 직원 ㄴ씨는 “인턴을 받을 때 고위직 자녀는 명단이 인사팀에 내려오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쪽은 “당시에 채용연계형 인턴을 진행한 사실은 있지만, 회사를 나간 사람들의 경우 현재 남아 있는 정보가 없어서 (김씨의) 인턴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 인턴십은 공정한 절차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겨레21>의 거듭된 해명 요청에도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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