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2025년 2월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출석했다. 이날은 윤석열 탄핵심판 10차 변론이 열린 날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12·3 내란을 일으킨 혐의가 인정돼 2026년 2월19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지귀연)는 윤석열과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 등이 공모해서 정치인과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버를 반출하려 했으며, 선관위를 봉쇄해 통제하려 했다는 공소사실을 ‘사실’(실제 있었던 일)로 인정했다. 그러나 이런 폭동을 조직하고 통솔한 윤석열의 지휘 아래 12·3 내란 때 병력을 국회와 선관위 등에 출동시킨 군사령관들의 1심 재판은 이들이 윤석열보다 먼저 기소됐음에도 아직 진행 중이다. _편집자
군인 신분으로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던 이들은 각각 전역하거나 파면 또는 해임돼 민간인이 됐고, 여기에 조은석 특별검사의 사건 이첩 요청이 더해지면서 최종적으로 이들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 모였다. 전 계엄사령관 박안수와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곽종근, 전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과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하 이 사건)의 첫 공판이 형사26부(재판장 이현경) 심리로 3월16일에 진행된다.
이번 글에서는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판결문(이하 윤석열 내란 판결문)을 바탕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피고인의 주장을 살펴봤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법원에 제출된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증거기록과 이 사건 증거기록이 사실상 동일하다. 이는 내란죄의 특성 때문이다. 다수인이 폭동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가 본질인 내란죄는 여러 사람의 행위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합쳐져야 비로소 성립되는 범죄(집합범)다. 반드시 여러 사람이 가담해야 범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내란을 구성하는 행위 전부에 대해 각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기능을 분담했는지, 그것이 어떤 구조를 띠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수사를 통해 그 순차적(명령에서 실행으로 이어짐), 기능적(역할 분담)인 결합 구조가 확인됐기 때문에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나머지 피고인들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됐다.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판결은 이 사건 증거기록까지 검토한 결과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윤석열 내란 판결문은 이 사건 피고인들 주장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전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이 2024년 12월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치인 등 주요 인사 10여 명을 ‘체포’할 조를 편성해 국회로 보내고, 병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로 보내 전산실 내 서버 반출을 시도한 혐의 등으로 재판받게 된 전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의 대표적인 주장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부하들에게 주요 인사 ‘체포’가 아닌 ‘신병 인계’를 지시했다. ②선관위에 가서 서버를 떼어 오라거나 복사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윤석열 내란 판결문은 ①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국회 인근으로 출동한 방첩수사단 소속 수사관들, 즉 방첩사 체포조의 임무 대상자는 이재명·한동훈·우원식 등 국회의원 내지 정치인들이었으며, 그 임무 내용은 경찰 등과 공동작전을 수행하여 이들을 ‘체포’하는 것이었거나 적어도 체포된 사람을 ‘인계’받아 구금시설(여기서 ‘구금시설’은 수방사령부 비(B)1 벙커를 가리킴)에 ‘이송’하는 것으로, 결국 ‘체포’와 관련된 것이었고 (…) ‘체포’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 방첩사 체포조 인원들도 이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사정(체포조 출동 경과, 임무 하달과 전파 과정 등)과 증거 중 하나가 여인형이 휴대전화에 작성한 메모(아래 이미지 참조)다.
“여인형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방첩수사단,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의 각 인력이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합동체포조’를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 (여인형이 휴대전화에 작성한 메모를 보면) 여인형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 내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전 ‘합동수사본부하에 반국가세력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본부장은 방첩수사단장인 김대우를 임명’하며,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와 합동체포조를 운영하되, 방첩사 병력 5명, 경찰 5명, 국방부 조사본부 인력 5명, 경호부대 인력 5명을 1개의 조로 구성’하고,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각 100명씩 수사관을 파견받는 것’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윤석열 내란 판결문 중 일부)

디자인주 장광석 실장
②에 대한 내용도 윤석열 내란 판결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형식상 윤석열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지만, 실질적으로 여인형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은 방첩사 병력이 선관위 서버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관위로 출동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비상계엄 선포 전 여인형과 방첩사 1처장 정성우의 대화 내용, 정성우에 대한 여인형의 지시 내용, 정성우 주재 회의 내용 및 법무실의 법무 검토 내용 등에 비추어보면, 방첩사 병력이 선관위 3곳과 ‘여론조사 꽃’으로 출동하여 수행할 것으로 예정된 임무는 그곳의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확보(복사) 내지 서버장치 자체를 확보(탈거)’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정성우다. 다음은 정성우의 핵심 증언 중 하나다.
“사령관(여인형)이 저에게 주신 임무는 ‘전산팀을 꾸려라’였습니다. 전산요원팀을 꾸려 4곳에 이동해서 전산실 출입을 통제하고 서버를 확보하라는 것이 1단계 명령이었습니다. 그다음 명령이 국정원(국가정보원) 등 민간 전문 분석팀이 오면 (임무를) 넘겨주는데 그렇지 않으면, 즉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우리가 서버를 복사할 수도 있다, 그게 어려우면 (서버를) 떼어 와라, 이렇게 명령이 이뤄졌습니다.”(정성우가 2025년 6월24일 군사법원 재판 증인신문 때 한 증언)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는 정보사 병력에 선관위 점거와 선관위 직원 체포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그는 ①정보사 병력이 선관위에 간 일은 ‘폭동’에 해당하지 않고 ②본인에게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내란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이 결합해 폭동을 일으킨 행위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말하는 ‘폭동’이란 다수인이 결합해서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로 폭행·협박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의 폭행은 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으로, 그 대상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상관없이 유형력(물리력)을 행사하는 모든 경우를 말한다. 이어 넓은 의미의 협박은 상대방에게 공포심(외포심)을 일으키게 할 만한 일체의 해악의 고지를 의미한다. 해악의 내용과 성질, 고지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해악 고지의 결과로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꼈는지도 묻지 않는다.
윤석열 내란 판결문은 ①을 반박했다.
“정보사 선발대 10명은 선관위 과천청사 및 직원들에 대하여 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보사 선발대 10명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전인 2024년 12월3일 21시경 선관위 과천청사 인근에 도착하여 대기하며 상황을 살펴보았는데, (…) (비상계엄 선포 후인) 22시30분경 문상호의 청사 진입 지시를 받고 그 즉시 청사에 침입하였다. 그 자체로 건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임이 명백하고, 청사에 침입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신체에 직접 폭행을 가하거나 협박을 하지는 않았으나, 심야에 총을 휴대한 군인 10명이 한꺼번에 청사에 진입하는 것은 평균적인 일반인에게 외포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동이다. 이에 대하여 일부 피고인들은 정보사 선발대 10명이 휴대한 총은 탄이 없는 빈총이어서 폭행·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상대방으로서는 해당 총에 삽탄이 되어 있는지 빈총인지 알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폭행·협박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 ‘폭동’이란 뜻이다.
이어 판결문에는 문상호의 주장 ②를 반박하는 내용이 가득 실려 있다. 우선 재판부는 ‘내란죄에서는 자신의 행위가 국토 참절 또는 국헌 문란 목적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는 확정적 인식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의 행위가 그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겠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는 대법원 판례(80도306)를 재확인했다. 국헌 문란 목적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문상호의 공소사실에 빗대자면, 문상호가 김용현으로부터 선관위 출동 지시를 받고 ‘군 투입으로 선관위의 기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일이 벌어져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였거나,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한 이유가 대북 정보 수집 같은 통상적인 임무 수행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김용현의 지시 때문이라고 한다면 국헌 문란 목적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왼쪽)가 2024년 12월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장에 출석했다. 한겨레 자료
문상호는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한 적이 있다. “저희는 당시 정말 훈련이나 검열의 상황인 줄 알고 출동을 했다는 겁니다. 우리 병력은 당시 군복에 명찰도 다 붙어 있고, 계급장도 붙어 있고, 마스크 같은 것도 쓰지 않고 출동을 했습니다. 얼굴을 위장하거나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저희가 정말 어떤 나쁜 일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문상호가 2024년 12월9일 특수본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한 진술)
그런데 문상호는 12·3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 노상원으로부터 ‘계엄이 선포되면 선관위에 선발대를 보내서 서버실을 확보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또 계엄 선포 당일 밤 9시30분께 예하 100여단 대회의실에서 정보사의 중앙신문단장 김봉규와 100여단 제2사업단장 정성욱, 정보사 요원 36명에게 ‘계엄이 있을 거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이어 김봉규는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약 한 달 전인 2024년 11월9일께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인근에 있는 한 카페에서) 노상원이 ‘북한 오물풍선 관련해서 원점을 타격할 수 있어 임무 수행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계엄 같은 상황에 관한 언급도 했다. 계엄에 관한 언급을 할 당시 문상호 사령관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더불어 문상호는 2024년 9월 노상원으로부터 ‘대량 탈북사태 징후가 있어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을 때 “당시 현직 정보사령관이었던 내가 알고 있던 범위에서는 노상원이 말한 바와 같은 대량 탈북사태 징후가 없었다. 노상원의 연락을 받기 전 대량 탈북사태 징후가 있어 이에 대비하여 정보사령부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업무도 특별히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문상호는 특수본에서 “저는 (비상계엄 선포) 속보를 보는 즉시 임무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상급부대(국방부 장관 직속 국방정보본부)에 물어볼 경황도 없었으며, 이미 지시를 받은 상황인데 장관에게 재확인해볼 생각은 못했다”고 진술했다.
종합하면 문상호는 노상원으로부터 ‘조만간 계엄이 선포될 것 같다’는 암시에 계속 노출된 상태에서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임무 수행을 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비상계엄 선포 뒤 김용현의 지시에 따라 선관위에 총을 휴대한 병력을 투입한 것이 된다. 국헌 문란 목적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은 사정들이다.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가운데)가 2025년 1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하들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 수방사 병력을 출동시켜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 방해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의 핵심 주장 요지다. 그러나 윤석열 내란 판결문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윤석열은 2024년 12월4일 00시32분경부터 00시36분경 사이에 이진우에게 ‘(국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서 1명씩 들쳐업고(‘둘러업고’의 잘못) 나오라고 해’라고 말하는 등 국회의원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실제로 이진우는 2024년 12월4일 00시42분경 조성현(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에게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된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 ‘법정에서 규명하는 12·3 내란’ 연재 기사 읽기
https://h21.hani.co.kr/arti/SERIES/3319
※여인형의 주장을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시다면: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591.html
<여인형이 “떼 오라” 했다는 ‘선관위 서버’, 본체일까 하드일까?>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421.html
<계엄군, 잡으러만 갔을 뿐 체포는 아니었다? 궤변일까, 진실일까>
※이진우의 주장을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시다면: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966.html
<“사전에 계엄 몰랐다” 주장하는 수방사령관, 쟁점 셋은 다른 말을 한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471.html
<‘피의자 이진우’와 ‘피고인 이진우’는 전혀 달랐다>
※문상호의 주장을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시다면: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709.html
<계엄이면 선관위 점거 가능하다?… ‘내란군’ 변호인의 어불성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931.html
<권총 차고 선관위 장악한 정보사 대령, “존댓말로 협조 부탁… 협박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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