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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들의 ‘착한 초콜릿’ 유혹


F4 김현중·김준 인터뷰 “착한 초콜릿 캠페인에 동참을”, 청소년들도 홍보대사 자처하고 나서
등록 2009-02-10 11:07 수정 2020-05-03 04:25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진실인가 보다. 톱스타부터 중학생까지, 밸런타인데이에 ‘착한 초콜릿’을 선물하자고 주변에 말을 거는 아름다운 이들이 에 소식을 전해왔다.
우선 한국방송 월화 드라마 의 김현중(윤지후 역)과 김준(송우빈 역)이 ‘착한 초콜릿’과 사랑에 빠졌다. 이들은 “걸으면서 잠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숨 돌릴 틈 없는 촬영 스케줄을 쪼개 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잘생긴 줄만 알았더니 생각마저 깊은 이들을 어찌 ‘완소남’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밸런타인데이를 공정무역 생각하는 날로”

한국방송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김현중(왼쪽)과 김준. 이들은 밸런타인데이를 계기로 ‘착한 초콜릿’과 공정무역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했다. 한겨레 자료

한국방송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김현중(왼쪽)과 김준. 이들은 밸런타인데이를 계기로 ‘착한 초콜릿’과 공정무역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했다. 한겨레 자료

김현중은 전화를 받자마자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의’가 느껴졌다. 그는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어린이들과 공정무역 초콜릿을 소개한 745호 기사를 읽었다고 했다. “피곤할 땐 가끔 초코바를 먹거든요. 기사를 읽고 우리는 무심코 먹는 초콜릿인데, 카카오를 생산하는 나라 어린이들은 어렵게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먹는 사람들한텐 그냥 선물이 될 수 있지만, 그 어린이들에겐 생계 수단이라는 걸 알게 되니 초콜릿을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2의 장동건’이란 별명이 붙은 김준도 기사를 읽었다고 했다. 그는 “배고플 때 먹으면 힘이 나는 초콜릿에 이런 진실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먹을 땐 달콤한 음식이고, 마음을 표현하면서 주고받는 건데, 그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어쩐지 묘한 기분도 들었고요”라고 했다. 초콜릿이 어린이들의 눈물이란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란 눈치였다.

김현중은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걸 잘못된 문화라고 지적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냥 남녀가 초콜릿을 주고받는 날이 아니라 다른 의미를 부여했으면 좋겠다”며 “이날을 착한 초콜릿을 선물하면서 공정무역의 의미를 새기는 날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은 “저를 아시는 분들이 이 기사만 보시지 말고, 공정무역의 내용에 신경을 더 써주면 좋겠다”며 “손쉽게 사먹는 일반 초콜릿보단 구입하기가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이번 밸런타인데이 때도 착한 초콜릿을 선물하는 캠페인에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 주머닛돈으로 초콜릿을 사더라도,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고 정당한 노동에 대가를 지불하면서 공정하게 이뤄진 거래인지를 생각해보자고 외치는 두 꽃남의 ‘착한 유혹’이다. 씨익, 한번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온 세상 시름이 다 날아가는 듯한 기분에 빠지게 만드는 이들의 ‘착한 유혹’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이 ‘완소남’들은 앞으로 공정무역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착한 욕심’도 냈다. 김현중은 “공정무역으로 거래되는 상품이 또 뭐가 있는지 앞으로 많이 찾아보고 싶다. (아직은 생소한) 공정무역이란 개념도 많이 알려져서, 이런 캠페인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준은 “몰랐다면 그냥 있었겠지만, 음식에 빠지지 않는 설탕이나 엄청나게 많이 먹는 커피도 공정무역으로 들여온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 앞으론 이런 물건을 구입해야겠다. 공정무역 정보도 좀더 알아야 하니까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들도 많이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기사 보고 홍보물 직접 만든 여고생

세상을 바꿔온 건 청소년들이라는 말이 있었던가.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런 격언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 만큼, 착한 초콜릿을 주변에 알리겠다는 기특한 청소년들이 적지 않았다.

명덕외고 2학년인 이서영(17)양은 기사를 읽고 착한 초콜릿을 알리는 홍보물을 직접 만들어 친구들한테 나눠줬다. 기사 내용과 함께 “우리가 더 많이 살수록, 더 많은 공정무역 제품들이 한국을 찾을 거예요! 우리가 먼저 아이들을 도와요”라는 자신의 생각을 쓴 A4용지 한 장짜리 홍보물을 본 친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이 학교 1·2학년 학생 100여 명이 공정무역 초콜릿 30만원어치를 주문했다.

<한겨레21> 기사를 보고 홍보물까지 만들어 착한 초콜릿 알리기에 나선 이서영(둘쨋줄 왼쪽 네 번째).

<한겨레21> 기사를 보고 홍보물까지 만들어 착한 초콜릿 알리기에 나선 이서영(둘쨋줄 왼쪽 네 번째).

“집에서 을 정기구독하는데, 어머니가 초콜릿 기사를 보시더니 ‘밸런타인데이 때 친구들이 어차피 초콜릿을 살 텐데, 공정무역도 알리고 배송료도 줄일 겸 신청을 받아서 한꺼번에 주문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저도 공정무역 개념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어린이들이 학교도 못 간다는 기사를 읽고, 아이들 사진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고요.”

이양은 홍보물을 만들어 자신이 활동하는 학교의 퓨전재즈 동아리 ‘블루노트’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가 나서야지 좋은 소비 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겠어?”라는 이양의 제안에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각자 이 홍보물을 들고 자기 반 친구들을 찾아갔다. 단 이틀 동안의 홍보였지만, 남자친구·아버지·선생님께 착한 초콜릿을 선물하려는 학생들의 마음은 뜨거웠다. 이런 모습을 본 일부 교사도 공정무역 초콜릿을 주문했다.

“모르는 후배한테서 ‘공정무역 단체에서 활동하는 거라면 나도 같이 할 수 있겠느냐’는 문자가 왔어요. 어디 소속이 아니라 그냥 저 혼자 알아서 하는 거라고 했더니, 자기도 저처럼 공정무역을 알리는 활동을 하겠대요. 이렇게 한 사람의 실천이 다른 한 사람의 변화를 만들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은 실천이지만 공정무역 초콜릿을 사는 일이 아프리카 아이들이 공부도 하고 좀더 좋은 환경에서 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겼어요.” 이양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14살 김민선(경기 의정부 효자중1)양은 공정무역 가게 ‘순례’에 나섰다. 지난 2월4일 아침 6시30분 경기 포천의 집을 나선 이양은 버스와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울림’ ‘아름다운 가게’ ‘그루’ 등 서울 안국동 일대의 공정무역 가게들을 찾았다. 설날에 받은 세뱃돈으로 초콜릿뿐만 아니라 커피, 시리얼, 잼, 도장 등 착한 공정무역 상품들을 6만원어치나 구입했다. 착한 초콜릿을 알리는 홍보물도 수백 장 받아왔다.

14살 민선이 “에브라임, 미안해”

김양은 “기사에 나온 에브라임은 나와 비슷한 또래잖아요. 나는 이렇게 잘 사는데, 에브라임은 학교도 못 가고 일만 한다니 너무 불쌍해요. 한편으론 미안하고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여름방학 때 다문화 캠프에 참가했을 때 만났던 이주민 친구들도 생각났어요. 몽골, 네팔 등에서 온 그 친구들이랑 사흘 동안 함께 지내면서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거든요. 에브라임도 그 친구들이나 저와 똑같은데…”라며 가슴 아파했다.

김양은 공정무역 초콜릿을 “따뜻한 초콜릿”이라고 불렀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초콜릿, 믿고 사먹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알고 어이가 없었어요. 이제 더는 그걸 사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대신 카카오 생산 지역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따뜻한 초콜릿을 먹을 거예요.” 아직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 싶은 남자친구는 없지만, 김양은 이번에 산 초콜릿을 가족과 함께 먹겠다고 했다. 개학을 하면 친구들한테도 공정무역 이야기를 해줄 거라고 했다.

신문기자가 돼 공정무역을 알리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김민선양(왼쪽).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신문기자가 돼 공정무역을 알리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김민선양(왼쪽).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김양은 ‘울림’에서 초콜릿 포장을 돕는 자원봉사도 했다. “울림이 주문이 밀려 많이 바쁜데, 지금은 방학이라 도와드릴 수 있거든요. 우리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도 공정무역 초콜릿을 쉽게 사먹으려면, 그걸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할 텐데 제가 그걸 돕는 거죠.” 밸런타인데이가 지나도, 2월20~21일 포천시 고모저수지 둔치에서 열리는 ‘노고산성 정월대보름 축제’ 때 공정무역 가게에서 받아온 홍보물을 나눠줄 생각이다. 신문기자가 되는 게 꿈이라는 김양은 “나중에 신문기자가 돼서도 공정무역과 관련된 기사를 쓰고 싶어요. 공정무역이 널리 알려지면 세상이 따뜻해질 것 같아요”라며 눈을 빛냈다.

청소년들이 나서는데 어른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공정무역 운동을 벌이고 있는 장로신학대 대학원 동아리 ‘착한소비운동팀’은 이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착한 초콜릿으로 사랑을’이란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2월4~13일 자신들이 만든 초콜릿 관련 동영상을 인터넷 카페, 클럽, 블로그 등으로 옮겨담는 온라인 홍보 활동을 벌인다. 12~14일엔 기사를 비롯한 착한 초콜릿 관련 자료들을 가공해 만든 홍보물을 들고 서울 명동·대학로·신촌 등에서 거리 홍보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서울 노원교회와 경기 안양제일교회에선 교회에 상시적으로 공정무역 초콜릿을 비치해두고 신도들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신학대, 교회도 판매 돕기 나서

착한소비운동팀의 전선희 전도사는 “공정무역은 결국 ‘윤리적인 소비’를 하자는 거다. 교회는 가장 윤리를 강조하는 곳이므로 공정무역을 알리는 운동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며 “밸런타인데이를 계기로 착한 초콜릿이 많이 알려져 공정무역 운동도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 ‘Why Not’ ]
▶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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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런타인데이엔 착한 초콜릿을
▶ ‘착한 초콜릿’ 향기 은은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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