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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의미 있는 곳으로 이윤 흘러가도록”


북펀드 만들어 사회혁신기업 관련 책 한·일에서 동시 발간하는 ‘에이지 출판’ 하라다 대표
등록 2009-05-26 17:29 수정 2020-05-03 04:25

일본 사회혁신기업 플로렌스의 고마자키 히로키 사장은 기자로부터 ‘일본의 사회혁신기업에 대해 알고 싶다’는 취재 의도를 듣자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뒤 사람 좋은 인상의 중년 남성이 등장했다. 에이지 출판사의 에이지 하라다(43) 대표. 고마자키 사장의 책을 출판한 에이지 출판사 대표이사다. 그를 부른 이유는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사회 대변화 시리즈’ 한국서 펴내

사회혁신기업 관련 도서를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일본 에이지 출판사의 에이지 하라다 대표. 사진 한겨레 김일주 기자

사회혁신기업 관련 도서를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일본 에이지 출판사의 에이지 하라다 대표. 사진 한겨레 김일주 기자

“일본에서도 사회혁신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제가 사회혁신기업의 정신과 취지에 대해 공감하게 된 이후로 저희 출판사에서는 이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기획해 발간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도 ‘에이지21’이라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같은 성향의 책을 낸다. ‘사회 대변화 시리즈’(Social Shift Series)다. 지난해 10월에 나온 을 시작으로, 와타나베 나나의 , 칸 로스의 , 고마자키 히로키의 또 다른 책 , 빌 스티랙랜드의 , 브랜다 짐머맨의 를 연속으로 출간했다.

“왜 한국에 출판사를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에이지 대표는 “한국 법인을 시작으로, 중국과 인도, 미국 법인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그는 “세계화된 현재 상황에서 당면한 사회적 문제는 단일 국가나 단일 언어 사용권에서 해결될 수 없다”며 “책으로 세계 전체에 동시에 영향을 주려면 같은 책을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출간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150종의 책을 발간했고, 2004년부터 시작한 한국에서는 40종 발간을 돌파했다.

지난 1999년에 설립된 에이지 출판사는 ‘출판펀드’라는 독특한 제도를 유지해왔다.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모아 책을 출판하는 것이다. 책이 성공해 돈을 벌면 배당도 한다. 지금까지 펀드로 조성한 돈은 2억엔(약 20억원)을 넘었다. 한국에서도 책 8종을 펀드로 만들었다.

그가 펀드로 책을 만드는 이유는 수익을 다양한 사회적 목적에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이지 대표는 “지난 2005년에 스리랑카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현지에 고아원을 짓는 사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북펀드를 만들었다”며 “당시 필요한 자금은 200만엔(약 2천만원)이었는데, 펀드로 그림책을 만들어 벌어들인 이익과 인세를 모두 사업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펀드로 스리랑카에는 고아원 3곳이 세워졌다.

북펀드로 스리랑카에 고아원 세우기도

에이지 대표의 계획이다. “현재의 꿈은 출판을 통해 고마자키 사장과 같은 사회혁신기업가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꿈은 이윤이 또 다른 돈을 벌어들이는 데만 쓰이는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으로 적절하게 흘러갈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보는 겁니다. 물론, 출판을 통해서요.”

도쿄=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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