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6호 21토크(‘서울에서 상주까지, 대중교통을 택하고 남은 것’)에서 이어집니다.
탄소배출 감축 전인 ‘1.5도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 실험 1주차에 9.6t(연간 배출량으로 환산한 단위)을 배출한 나는 본격적으로 감축하기로 한 2~4주차에 10.6t을 기록했다. 실험 참가자 23명의 평균이 6.9t이었으니, 전체 평균 목표였던 5.9t 달성이 실패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처음엔 잦은 출장 등 교통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육식 위주 식습관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큰 난관 중 하나였다. 채식은 육식 위주 식단보다 탄소배출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 평소 자주 찾는 회사 앞 식당에서 설렁탕 한 그릇만 먹어도 하루 목표 배출량의 절반을 넘겼다. 채식을 시도해보자고 마음먹었지만, 하루도 가지 못했다. 육식을 끊지 못하는 식습관도 한몫했지만, 지인이나 취재원과 약속이 있을 때 먼저 채식을 하자고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한 달 동안 유일하게 채식한 것은 경북 상주에서 농사지으며 비건으로 살아가는 김정열씨를 1박2일 동안 취재했을 때다.
한 달 동안 먹거리에서 배출한 탄소는 약 299㎏이었다. 전체 평균이 약 148㎏이었으니 다른 참가자들보다 먹거리에서만 두 배를 배출한 셈이다. 많이 나올 거라고 예상한 교통 부문(207㎏)보다 훨씬 많다. 꼭 채식이 아니더라도 외식이나 배달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됐다. 주간지 특성상 일주일에 1~2일 정신없이 바쁜 마감 업무를 하는데, 도시락을 싸 오거나 회사 안에서 무언가를 해 먹을 시간도 여유도 없다. 보통 회사 앞에서 외식하거나 음식을 배달해 먹는다. 이번 실험에서 이런 문화를 바꿀 순 없었다.
만약 한겨레21 부서원 모두가 1.5도 한 달 살기 실험에 참여했다면 어땠을까. 배달이나 외식에 관해 한번쯤 다른 대안을 같이 고민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실험을 기획하면서 한겨레21 동료들에게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15명 남짓한 부원 중 4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매일 탄소배출을 기록하는 데 워낙 시간이 많이 걸려 3명은 중도에 포기했다. 중간에 기록을 멈춘 김양진 기자는 이런 후기를 남겼다. “회사에서 간식으로 치킨을 시켰다. (나는 안 먹었지만) 문제의식을 공론화하고 1.5도 라이프를 함께 실천하자고 말할 수 있는 편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가장 탄소배출이 적었던 때는 집에서 일했던 날이다. 한 달 동안 딱 하루 나가지 않고 집에서 밥을 먹고 일했다. 하루 평균 26㎏을 배출했는데 이날은 11㎏만 배출했다. 다른 평범한 날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동하고,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모두 탄소배출이다. 중간점검 당시 “궁극적으로는 덜 움직이고 덜 일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참가자 송한철씨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두 차례 표지이야기를 통해 실험 내용을 전하는 동안 “집에 에어컨부터 없애라”거나 “무조건 대중교통만 타고 다녀라”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실험 참가자들과 기자의 구체적인 실패담까지 기록한 이유는 모두가 에어컨을 쓰지 말자는 극단적 요구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 인간 삶의 방식은 기업의 생산 방식이나 정부 운영 방향에 영향을 준다. 사회 분위기와 마을의 인프라는 인간 삶의 방식에 영향을 준다. 이 구조를 파악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이제 겨우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이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21토크ㅡ한겨레21 표지 기사의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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