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자본론에서 상품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노동이다. ‘노동가치설’이다. 마르크스주의에서 노동은 신성시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제1 인터내셔널 프랑스 지부에 참여했던 폴 라파르그는 이 말에 반대한다. ‘노동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다. 노동이 신성시되는 상황 자체가 이데올로그들의 음모라는 것이다. 폴 라파르그는 마르크스의 사위다. 1911년 69살이 되었을 때 혁명을 위해서 더 할 게 없다는 절망감에서 부인 라우라 마르크스와 동반자살한 마르크스주의자이다.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권리>
폴 라파르그가 쓴 7편의 글이 묶인 (필맥 펴냄, 차영준 옮김)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것은 표제작이다. 그는 레싱의 말을 인용해 “모든 일에 게을러지자. 사랑하고, 술을 마시고, 게으름 부리는 것만 빼고”라고 본론을 연다.
그는 시대의 도덕가들이 노동의 교리를 고안해내고는 동물실험을 하듯 민중에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도 외쳐댄다. “일하라. 항상 일하라. 너 자신의 번영을 위해.” “일하라, 사회적 부의 증대를 위해.” 철학자들도 부르주아지에게는 감히 권하지도 못하는 윤리를 만들려고 머리를 쥐어짠다. 라파르그가 생각하기에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자들의 역할과 너무나도 달라졌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갖가지 관념의 기원에 대해 논쟁을 벌였지만 노동 혐오에 대해서만큼은 의견 일치를 보였다.” 플라톤의 공화국도 그랬다. “자연은 제화공도 석공도 만들지 않았다. 그러한 직업에 몸담는 사람은 천박해진다. 이름도 없이 비참하게 돈을 받고 일하는 자는 정치적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상인은 그저 필요악으로서 도시에 머물 뿐이고, 시민이 상업에 종사하면 기소된다. 형량은 1년이지만 반복될 경우 가중된다. 키케로도 비슷하다. “상점이라고 불리는 것은 모두 명예로운 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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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프롤레타리아가 ‘노동이 신성하다’는 명제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인권’을 부르짖은 프랑스혁명의 결과로 얻은 게 고작 ‘16시간의 노동(그중 1시간30분은 식사 시간)이 보장되는’ 공장이었다. 노동은 고문으로 변했지만 상황은 악화되기만 한다. 과잉생산으로 부르주아들이 군대를 앞세워 물건을 팔아먹을 식민지 개척에 나선 사이, 공황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을 맞은 노동자들은 공장주에게 가서 애원하는 것이다. “자비로운 샤고씨, 다정다감한 슈나이더씨, 우리에게 일을 주십시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배고픔이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입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를 해고한 결과로 더 낮아진 인건비로 제품을 제조할 수 있게 된다.
라파르그는 12시간씩 일하는 대신 1년 내내 노동자들이 하루에 대여섯 시간만 일하자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계가 저절로 움직여 노동이 줄어들고 그것이 여가의 증가로 연결되는 세상을 꿈꾸었다. 산업혁명을 겪은 20세기 전환기에 라파르그는 이미 “아리스토텔레스의 꿈은 우리에게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스스로 채찍질, ‘자기 계발’19세기 저작이지만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21세기 개개인이 ‘일의 전도사’가 되었다.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일이 끝나고도 승진시험을 대비해 영어학원에 다닌다.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야근·철야를 한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자 근로조건도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에 수십만 명이 달려든다.
에는 가까이서 본 ‘장인’을 이야기하는 ‘마르크스에 대한 회상’, 여성 차별을 뒷받침하는 주장(그중에는 여성 범죄자의 수가 남성보다 적다는 점에 비춰 여성이 열등하다는 주장도 있다)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반박해간 ‘여성문제’ 등의 글도 함께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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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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