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미친 여자들은 없다

여성 소설가 5명의 해방과 연대의 메시지, 엔솔러지 소설집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등록 2026-07-02 21:38 수정 2026-07-08 13:16
google구글 선호 매체 등록


편혜영·최진영·정한아·정보라·예소연, 다섯 여성 소설가가 의기투합해 앤솔러지 소설집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를 펴냈다. ‘미친 여자’를 주제로 ‘재배의 경제’ ‘듣고 있어’ ‘여자들의 산’ ‘부서지는 여자’ ‘목숨과 숨통’, 다섯 편의 소설을 묶었다. 모두 창비의 온라인 연재 플랫폼 ‘매거진창비’에 연재됐던 작품으로, 공개 당시 여성의 솔직한 욕망, 분노와 집착, 그리고 여성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2026년 왜 굳이 ‘미친 여자’인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넘어 조롱과 혐오가 넘쳐나는 사회 분위기여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일부 남성의 역차별 주장에도 불구하고 채용과 임금 등 고용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당수는 여성이다. 본부장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금옥(최진영 ‘듣고 있어’)처럼. 그럼에도 여기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은 ‘미친 여자’ 취급을 당한다.

책을 읽는 동안 작품을 통해 영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에 저항했던 버지니아 울프(1882~1941)를 떠올렸다. 그는 “위대한 재능을 타고난 여자라면 틀림없이 미치고 말았을 것”이라며 여성의 지적·사회적 독립을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이 말은 100년이 흐른 지금도 유효하다.

작품 중에선 편혜영의 ‘재배의 경제’가 인상적이다. 옹벽에서 굴러떨어져 크게 다친 ‘나’에게 누나인 석미가 ‘움직이지 않는 노동', 즉 하반신 마비를 가장해 장애 판정을 받아 보험금을 타내자는 제안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험조사관의 눈을 속이기 위해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석미와 ‘나’의 모습을 보면서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장애와 빈곤, 젠더와 돌봄을 고민할 수 있었다. 편혜영이 작가 노트에 쓴 “삶으로부터 도망치려다 주저앉고 마는 여자들, 인생에 별로 바란 게 없는데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은 여자들 이야기는 언제나 내가 겪는 가장 슬픈 이야기”라는 말도 와닿았다.

책은 ‘미친 여자’를 내세웠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역설적이게도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성 자신이 정당한 분노, 슬픔, 고통에 대해서도 ‘내가 이상한가?’ ‘나만 유난 떠나?’ 자기검열 한다. 그런 외적·내적 억압이 사람의 마음을 부순다.”(정보라 작가 노트) 그런 세상과 편견이 ‘여자를 미치게’ 하는 것이다. 196쪽, 1만6천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아는 사람 집

허수경 지음, 난다 펴냄, 1만4천원

시인 허수경(1964~2018)의 글을 하나의 장르로 감각하는 독자에게 더없이 반가운 유고 산문집이다. 1부는 10여 년 전 고려대의 한 웹진에 연재한 글이다. 도메인은 오래전에 삭제됐고, 허 시인의 노트북에도 출처 없이 저장된 몇 편의 파일만 남아 있었다. 당시 허 시인의 담당 편집자이던 임형수 충북대 교수가 전자우편으로 온전히 간직한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모자이크: 가해자 감정과 학살

한성훈 지음, 진실의힘 펴냄, 3만7천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집단살해라는 악의 출처를 마음이 아닌 무사유에서 찾는다. 한국의 의문사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민간인 학살과 국가폭력을 조사해온 저자는 ‘반인륜적 괴물’로 단죄돼온 학살 현장 실행자들의 ‘감정’에 주목한다. 그들이 경험한 감정은 무엇이며, 그것이 도덕 판단과 어떻게 관계돼 어떤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남은주 지음, 창비 펴냄, 2만원

나이 50에 독일로 “나를 유학시킨” 전직 기자가 베를린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경험한 다이내믹한 사건들을 풀어냈다. 다문화사회를 향해 열려 있던 독일의 다문화주의를 배우길 원했지만, 실상은 인종·나이·성별에 따른 차별과 극우와 혐오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중년 여성 아시안 이주자인 저자에게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연대와 희망을 찾아가는 저자의 고군분투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돈, 거짓말, 신

캐서린 스튜어트 지음, 안효상 옮김, 책과함께 펴냄, 2만8천원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음모론의 일상화, 제도에 대한 신뢰 붕괴 등이 겹치며 한국은 민주주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15년간 미국 보수 집회 현장을 취재한 저자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반민주주의 운동 세력의 실체와 성장 배경을 파헤쳤다. 이들을 키운 8할 이상은 막대한 자금, 조직적인 허위 정보, 무기화된 신앙이었다.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