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봄, 한국의 극우 유튜브와 반중 커뮤니티는 중국발 ‘쿠데타 소식’으로 들썩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군권상실설과 건강이상설이 꼬리를 물었고, 중국 경제와 공산당 체제가 곧 무너지리라는 예언이 터져나왔다.
같은 시각 중국의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 시진핑 체제는 흔들리기보다 건재함을 과시했다. 대만해협에서는 군사훈련이 강화됐고, 유럽을 향한 외교 공세도 이어졌다. 딥시크(DeepSeek)의 등장과 로봇·배터리·전기차 산업의 성장 역시 중국의 몰락이 아니라 국가 역량의 총동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중국이라는 역설’(박민희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은 우리가 보고 싶은 중국과 실제 중국 사이의 거리를 묻는다. 위기만 보면 곧 무너질 나라처럼 보이고, 첨단산업만 보면 미국을 밀어낼 나라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의 중국은 위기와 동원 능력, 기술 성장과 리더십 결핍이 한꺼번에 존재하는 나라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마오쩌둥식 전시 국민 총동원의 논리를 21세기 기술국가 위에 덧씌운다. 경제·산업·과학기술·외교는 모두 안보의 언어로 묶였고, 반도체·배터리·공급망·에너지·인공지능(AI)은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자산이 됐다. 자원은 한 방향으로 집중되고, 그 바깥에 놓인 지역과 계층의 불평등, 사회적 긴장이 커진다. 총동원 체제의 가장 선명한 목표는 대만 통일이다. 시진핑에게 이는 자신의 시대를 역사에 새길 업적이며, 중국은 전면전보다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전략에 무게를 둔다.
유럽은 중국의 세계전략이 작동하는 또 다른 무대다. 중국의 대전략은 ‘천하삼분지계’다. 미국과 정면충돌하기보다 미국·유럽·중국이 서로 견제하는 삼각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유럽의 딜레마를 파고든다. AI와 반도체 경쟁은 그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중국 지도부는 이를 ‘21세기 맨해튼 프로젝트’로 본다. 딥시크가 AI 추격의 상징이라면, 화웨이는 반도체 자립의 상징이다.
힘이 커진다고 곧바로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미국 중심 질서의 빈틈을 파고들지만, 다른 나라들이 믿고 따를 신뢰와 매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희망도 공포도 아니다. 중국 붕괴론과 패권론 사이에서 출렁이는 대신, 미국 중심 질서 이후의 세계에서 어디에 서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기존 질서는 무너지고 새 질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터널의 입구”에 이제 막 들어섰기 때문이다. 316쪽, 2만2천원.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허위자백
사울 카신 지음, 이윤정 옮김, 진실의힘 펴냄, 2만9천원
2007년 충남 보령. 17살 김유정(가명)은 살아 있는 동생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허위자백을 했다. 조사실의 고립, “너만 인정하면 끝난다”는 반복된 압박, 합법적으로 제시되는 가짜 증거는 기억과 판단을 흔든다. 법심리학자 사울 카신은 수십 년의 연구와 실제 사건을 통해 무고한 사람이 왜 죄를 인정하는지 추적한다. ▶ 읽고 나면 범죄 수사와 재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죽음의 수용소 이후
빅터 프랭클 지음, 유영미 옮김, 북하우스 펴냄, 1만7800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의 홀로코스트 체험 이후 한층 깊어진 유대인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의 사유를 네 편의 인생 강의로 접할 수 있는 책. 그는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아우슈비츠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와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자유, 의미, 책임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고갱이였다.

예민한 날엔 화학을 삼킨다
장홍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만원
우리는 사랑하고 슬퍼하며 선택한다고 믿지만, 저자는 감정과 의식, 기억과 쾌락 역시 분자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아편과 모르핀, 헤로인의 역사를 따라가며 약물을 선악의 문제로 재단하기보다 인간이 왜 특정 물질에 끌리고 중독에 빠지는지 파고든다. 고통을 없애려던 과학이 새로운 고통을 낳았던 역사는 인간 문명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인비인
성해나, 한겨레출판 펴냄, 1만8천원
인비인.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닌 것, 또는 마땅히 사람이어야 하지만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말한다. ‘혼모노’로 4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가 ‘기담’이라는 장르의 형식을 빌려 기묘하고 서늘한 아홉 편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나는 과연 인간인가, 인간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카메라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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