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도전 ‘잠시 멈춤’ 프란체스카 홍… 더 큰 무대 열린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소속으로 위스콘신 주지사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여한 프란체스카 홍 주의회 하원의원이 2026년 8월11일 밤 매디슨에서 열린 경선 마감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6년 8월11일 미국 위스콘신 주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이 치러졌다. 경선 초반 후보 7명이 난립했다. 막판까지 남은 후보는 4명이다. 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압도적 1위는 3선 주 하원의원이자 민주사회주의자(DSA) 소속인 한국계 여성 프란체스카 홍이었다.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현실은 전혀 달랐다.
프란체스카 윤정 홍은 1988년 11월4일 위스콘신 주도 매디슨의 한국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고교 시절 축구부 주장을 맡기도 했다. 위스콘신주립대학 매디슨 교정에 진학한 그는 스페인어와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스포츠 기자를 꿈꾸던 시절이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고교 시절부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자신의 천직이 ‘요리사’란 사실을 깨닫고는 2009년 미련 없이 대학을 떠났다. 설거지부터 시작해 요리사 자리까지 올라선 홍 의원은 2011년 매디슨에서 ‘아메리칸비스트로 43’이란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됐다.
2016년 그는 남편 맷 모리스와 함께 ‘모리스 라멘’이란 식당을 열고 ‘오너 셰프’가 됐다. 같은 해 그는 여성요리사협동조합(CLC) 창설을 주도했다. 유명 요리사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조합은 2020년 2월 요식업계에 만연한 성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제1회 페메스티벌’ 축제를 열었다. 한 달 뒤인 3월 위스콘신주에서 코로나19가 창궐했다. 홍 의원은 식당을 잠정 폐쇄했다. 그러곤 식당 직원들과 이웃 주민에게 식료품을 공급하기 위한 단체 ‘쿡잇포워드 매디슨’을 설립하고, 모금 활동에 적극 나섰다. 각급 식당과 풀뿌리 단체, 소규모 농장과 비영리 재단 등이 이 단체의 활동에 결합했다.
당시 홍 의원은 주정부가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주민들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내가 직접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위스콘신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권 강화, 영세상공인·소수인종·여성·성소수자와 환경 보호를 공약으로 내걸였다. 2020년 8월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홍 의원은 28%를 득표했다. 경선 후보 7명 가운데 1위였다. 그해 11월 본선에서 그는 88%를 득표하며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그는 위스콘신 주의회 사상 첫 아시아계 의원이 됐다.
홍 의원은 2022년 선거와 2024년 선거에서 내리 무투표로 당선되며 3선에 성공했다. 주 하원에서 그는 △경제정의 권리장전 △유급 가족휴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 등의 입법 활동에 앞장섰다. 민주사회주의자 매디슨 지부는 2024년 선거 때부터 홍 의원을 공개 지지했다.

토니 에버스 미국 위스콘신 주지사(오른쪽)가 2026년 8월10일 주지사 후보로 출마한 데이비드 크롤리 밀워키 카운티 행정관과 나란히 걸으며 선거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5년 7월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가 3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세라 로드리게스 현직 부지사와 만델라 반스 전 부지사를 포함한 중량급 인사들이 속속 출마 선언을 했다. 현직 밀워키 카운티 행정관(카운티 정부 행정부 수반)인 데이비드 크롤리도 출사표를 던졌다. 밀워키·글렌데일 등 10개 도시와 9개 마을을 포괄하는 밀워키 카운티는 위스콘신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몰린 지역이다.
출마를 저울질하던 홍 의원도 그해 9월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공교육 강화와 무상보육,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 거부 등 공약을 속속 내놨다. 무엇보다 홍 의원의 대표 공약은 위스콘신주에서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잠정 중단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이른바 ‘컨트롤-알트-딜리트'다. 그는 선거 공약집에서 이렇게 짚었다.
“데이터센터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업체 쪽도 위스콘신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탓에 주민들의 전기료 부담이 커질 것이다. 대기와 토양 오염 가능성에 수자원 부족 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처지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만 20억달러에 이른다. 정치권은 일하는 사람들이 낸 세금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에 내주고 있다. 위스콘신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의 실체가 밝혀질 때까지 일단 공사를 멈춰야 한다.”
2026년 6월14일 열린 위스콘신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실시한 모의투표에서 로드리게스 부지사가 1위를 차지했다. 경선에서 그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크롤리 행정관은 7월 초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로드리게스 부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반전이 생겼다. 선거자금 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로드리게스 부지사가 선거운동본부 책임자를 해임한 데 이어, 7월17일 전격 후보 사퇴를 발표했다. 경선 중립을 선언했던 에버스 주지사는 크롤리 행정관 지지를 선언했다. 크롤리 행정관은 곧바로 경선 복귀 선언을 하고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경선판이 요동쳤다.
밀워키의 마켓대학 법학전문대학원 쪽이 7월2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은 38%의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반스 전 부지사가 16%로 2위, 크롤리 행정관은 단 7%로 3위를 기록했다. 경선 결과는 뻔해 보였다. 홍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면 3선 연방 하원의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톰 티퍼니 공화당 후보와 맞붙게 된다. ‘30대 소수인종 사회주의자 여성’ 대 ‘60대 백인 보수주의자 남성’의 대결 가능성이 커졌다. 위스콘신 주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됐다.

2026년 8월11일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프란체스카 홍 주의회 하원의원 지지자들이 주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마켓대학 여론조사에서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응답자의 34%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한 점이다. 에버스 주지사의 지지를 등에 업은 크롤리 행정관은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자신이 최상의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 경험이 없는 홍 의원의 ‘본선 경쟁력 부족’을 집중 부각하며 민주당 지지층의 ‘불안감’을 키웠다. 선거 막판에 홍 의원의 과거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커졌다. 홍 의원이 추수감사절을 “식민지배자의 명절”이라며 폐지를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과격파’란 낙인이 찍혔다. 억측이 횡행했다.
장시간의 개표 끝에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홍 의원은 득표율 39.33%(31만1512표)를 기록했다. 크롤리 행정관의 득표율은 39.81%(31만5308표)였다. 득표율 0.48%포인트, 단 3796표 차이로 홍 의원이 석패했다. 홍 의원은 경선 승복 연설에서 “우리의 미래를 백만장자와 거대 기업이 결정해선 안 된다. 위스콘신주에 사는 노동계급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그 미래를 위한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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