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단독] ‘키스방 알리미’ 첫 유죄 판결… 성매매 광고 집행유예

성매매 알선 아닌 광고죄 처벌 한계에도 위법성 인정… 구독서비스로 진화한 현실 반영한 법 개정 뒤따라야
등록 2026-08-14 11:00 수정 2026-08-16 12:20
google구글 선호 매체 등록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가 2024년 8월2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키스방 알리미와 관련한 대화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가 2024년 8월2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키스방 알리미와 관련한 대화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종 성매매 플랫폼 ‘키스방 알리미’의 운영자가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겨레21 탐사보도로 알려진 키스방 알리미는 유료 회원에게 성매매 업소 여성들의 실시간 출근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을 중개하는 불법 성매매 알선 플랫폼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이중민 판사는 2025년 9월18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광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범죄수익금 4859만3천원에 대한 추징 명령도 내려졌다.

ㄱ씨는 2022년 5~7월께 서울 광진구 자신의 주거지에서 ‘레츠○’라는 키스방 알리미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선(Python)을 이용해 대형 성매매 알선 사이트 ‘○○타임’ ‘○밤’ 등에서 키스방 성매매 업소의 상호, 지역, 업소 전화번호, 성매매 여성의 이름과 출근정보 등을 크롤링(웹페이지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해 해당 업소의 광고 게시글 링크를 회원들에게 메시지로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민 판사는 “텔레그램 앱을 이용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성매매 업소 또는 성매매 알선 업소를 홍보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예약, 결제, 후기 작성 기능 등을 제공해 성매매를 조장하기까지 했다”며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유료 회원을 모집해 수익을 올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키스방 알리미 운영자에게 유죄 선고한 이유

 

키스방 알리미는 2020년께 등장한 일종의 성매매 알선 플랫폼이다. 유력 키스방 알리미 가운데 하나였던 ‘노○’의 누리집 소개를 보면 키스방 알리미가 어떤 서비스인지 알 수 있다.

“키스방 출근부(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올라오는 성매매 여성 출근 정보) 및 급출, 급캔(갑작스러운 성매매 여성의 출근·취소)에 대한 정보 공유 하루 종일 출근부만 들여다볼 수는 없겠죠. 보고 싶은 매님(성매매 여성) 출근부 보려면 이미 마감 ㅜㅜ 급출, 급캔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면 좋은데 그건 더 알기 쉽지 않죠. 그걸 안다면 예약에 훨씬 수월할 텐데요.

여기 그 고민을 해소할 좋은 사이트가 나왔네요. 원하는 업소 출근부가 올라가거나 급캔, 급출이 뜨면 바로 텔레그램, 라인 메시지로 알려줍니다. 남보다 먼저 출근부를 볼 수 있으니 예약은 이미 따놓은 당상입니다.”

이처럼 키스방 알리미는 성구매자들이 ‘인기 있는’ 성매매 여성을 ‘편리하고 빠르게’ 예약하고 싶은 욕망이 낳은 또 다른 불법 서비스다. 키스방 알리미는 각종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매일 새로 올라오는 성매매 업소의 ‘출근부’를 크롤링한다. 출근부는 각 성매매 업소가 매일 오전 그날 성매매 여성의 출퇴근 시간을 올리는 홍보 게시물로, 출근부가 올라오는 시점부터 그날의 성매매 예약을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키스방 알리미 유료 회원이 특정 성매매 여성 또는 업소를 지정해놓으면, 키스방 알리미가 텔레그램 등 메신저 비밀대화방을 통해 성구매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해당 성매매 여성 또는 업소의 출근 정보를 보내준다. 유료 회원은 그 메시지로 출근 정보를 확인하고, 첨부된 성매매 업소의 연락처에 전화 또는 문자로 손쉽게 성매매를 예약할 수 있다.

초기의 키스방 알리미는 키스방을 중심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이트인 ‘○○타임’과 ‘○밤’에 올라온 업소 홍보물만 크롤링해서 텔레그램과 라인 등 메신저 비밀대화방 유료 회원들에게 알림을 보내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성매매 여성들의 출근 여부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과 자동으로 성매매 대리예약까지 해주는 기능이 차츰 추가되면서 회원 수를 늘려갔다. 기존 성매매 알선 사이트가 성매매 업소와 성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었다면, 키스방 알리미는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또다시 중개하는 일종의 ‘3차 산업’ 구실을 하고 있다.

 

성매매 대리예약까지 했던 키스방 알리미

 

한겨레21은 2024년 9월 ‘불법 성산업의 공범들’ 연속 보도(제1528호·제1529호 참조)를 통해 성매매 업소 건물주와 성매매 범죄를 방관하는 수사기관과 함께 키스방 알리미를 ‘공범’으로 지목하면서 키스방 알리미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렸다. 키스방 알리미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한겨레21에 제보한 한 화이트해커와, 이미 전부터 키스방 알리미를 추적해 공론화를 하고 있던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와 함께 키스방 알리미와 그 운영자들을 파헤쳤다.

특히 한겨레21은 화이트해커의 도움을 받아 ‘노○’ 운영자 조아무개씨를 추적해봤다. 그는 언론에도 등장하고 강연까지 해온 정보기술(IT) 보안 전문가였다. 그런데 농촌의 외딴 창고에 법인 주소를 올려놓고, 단 몇십만원의 서버 비용을 내고 만든 프로그램을 돌려 성매매를 알선하면서 월 수천만원을 벌고 있었다.

다시함께상담센터는 2023년 11월 대표적인 키스방 알리미 ‘노○’와 ‘레츠○’를 서울경찰청에 성매매 알선·광고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 종암경찰서는 ‘레츠○’의 운영자 신원을 확인한 뒤 이 운영자를 소환조사해놓고도 “‘레츠○’가 인터넷 정보를 전하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2024년 5월 불송치했다.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지 또는 회원들이 해당 업소에 방문해 성매매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혐의를 부인한 ‘레츠○’ 운영자의 주장을 경찰이 받아들인 셈이다.

경찰은 한겨레21이 2024년 9월 키스방 알리미를 고발하는 탐사보도를 내보낸 뒤 다시 ‘레츠○’ 사건을 들여다봤고, 뒤늦게 재수사를 시작해 결국 2025년 재판에 넘겨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노○’ 운영자 조씨는 이미 다른 범죄 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고 있었다.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가 2024년 8월2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대표적인 키스방 알리미 ‘노○’에서 알림을 받을 성매매 여성을 설정하는 모습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가 2024년 8월2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대표적인 키스방 알리미 ‘노○’에서 알림을 받을 성매매 여성을 설정하는 모습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위법성 인정만으로도 긍정적… 수사 탄력 예상

 

키스방 알리미에 처음 유죄가 선고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앞서 경찰이 ‘레츠○’를 불송치 결정할 때만 해도 경찰이 키스방 알리미 같은 신종 성매매 알선 플랫폼의 존재를 알지 못해 적극적인 법적 판단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판례를 통해 추후 또 다른 키스방 알리미들에 대한 수사에 동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레츠○’를 경찰에 고발한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성매매 알선은 인정되지 않았고 집행유예라는 낮은 처분으로 결정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키스방 알리미에 대한 위법성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성구매자들이 ‘레츠○’가 운영하는 ‘성매매 후기 게시판’에 남긴 성매매 후기를 법원이 성매매 홍보로 인정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키스방 알리미는 유료 회원끼리 성매매 후기를 공유하는 게시판을 운영하거나, 일부 키스방 알리미는 ‘잘 쓴’ 후기에 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성매매를 유도했다. 키스방 알리미에서 성매매 여성의 출근 형태와 파악한 개인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ㄱ씨는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실형을 선고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성매매광고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하지만 이종민 판사는 “‘레츠○’ 운영자 ㄱ씨가 동종 또는 유사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경미한 벌금형 외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범행을 자백한 점, 잘못을 뉘우치며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 점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ㄱ씨가 성매매 알선이 아닌 성매매 광고로 처벌받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현행 성매매처벌법에서는 성매매 업소와 직접 연관됐을 때만 알선 행위로 본다. 키스방 알리미의 경우 업소와 직접 연결되고 업소에서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과 검찰이 알선으로 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키스방 알리미는 성구매자가 직접 성매매 예약을 하도록 중개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사실상 또 다른 알선으로 볼 수 있다. 다시함께상담센터 관계자는 “업소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성매매 알선은 할 수 있다”며 “이를 성매매 ‘광고’에 한해 해석하고 인정한다면 시스템을 통해 업소를 예약하고 성매매를 했다는, 시스템이 행한 성매매 알선의 맥락은 삭제돼버린다”고 말했다.

 

변화·확장하는 성매매, 새로운 사회적 설계 필요

 

ㄱ씨가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해서 키스방 알리미가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진화·확장하고 있다. 여전히 ‘콘○○○’ ‘○○○허브’ 등 키스방 알리미 서비스는 운영되고 있고, 또 다른 유명 키스방 알리미였던 ‘노○’의 경우 운영자 조씨가 현재 잠적 상태로 경찰이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중지됐다. 여전히 조씨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더 나아가 키스방 알리미들은 최근 키스방 외에 ‘띵○○○○’ 등 마사지형 성매매 업소 알리미,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달○○○○○○’ 등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 등의 정보를 전하는 알리미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성구매자들이 개인적으로 성매매 알리미 시스템을 제작하기도 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바이브 코딩’으로 비개발자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성매매 산업은 기술을 활용해 계속 변화,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를 바라보는 관점은 여전히 2004년 성매매처벌법이 제정될 당시에 머물러 있다. 법과 법의 해석은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성매매 산업이 기술을 입고 일상으로 숨어드는 지금, 성매매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법의 해석을 확장하는 동시에 기술이 성매매의 도구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사회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