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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이들은 평범한 개인이었다

무가치한 일에 재능을 낭비하는 시대에 품어야 할 ‘모럴 앰비션’
등록 2026-06-11 21:07 수정 2026-06-18 08:59


 

‘모럴 앰비션’(이정민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은 전작인 ‘휴먼카인드’에서 ‘인간의 선한 본성’을 발굴해냈던 네덜란드 지식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신간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는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우리 사회를 가꿀 수 있다고 했던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선한 야망은 이 시대의 소명”이라며 “선한 본성을 발현해 세상을 직접 바꾸라”고 말한다.

더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커리어라는 개인의 야망을 채우기도 빠듯한데, 선한 본성이라니!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우리 광고를 더 클릭할까’를 고민하는 시대에 낭비되고 있는 건 재능이다. 세상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쏟겠다는 강력한 의지인 ‘선한 야망’(Moral Ambition)으로, 자신의 재능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사용하라.”

선뜻 이해되지 않는 주장이다. ‘그럴 만한 재목이 아닐뿐더러 영웅이 될 그릇은 더더욱 못 된다’는 핑계를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저자는 이런 이들을 위해, 18세기 영국에서 노예제 반대 운동을 확산한 토머스 클라크슨, 1955년 버스 보이콧으로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이 된 로자 파크스, 2003년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계 최대 말라리아 퇴치 단체를 만든 롭 매더 등의 사례를 친절하게 소개한다. 세상을 바꾼 건 권력이나 집단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개인이었다.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시대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질서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선한 인간 본성은 한 사람의 선한 행동으로 시작돼 바이러스처럼 퍼져 인류의 역사를 바꾼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명예교수가 추천사에서 “2024년 12월3일 계엄의 날에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모인 시민 1만6천여 명의 선한 야망들이 모여 나라를 구했다”고 쓴 것처럼. 작은 영웅들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는 반드시 선한 곳으로 변할 것이다.

“선한 야망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전염되는 것이다. 먼저 용기를 내고, 타인에게 행동을 요청하라. 당신이 건넨 작은 불씨는 거대한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다. 선한 야망을 펼치기에 늦은 때란 결코 없다.”

미래의 후손에게 무책임한 방관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살아갈 내일을 구해낸 도덕적 선구자로 기억될 것인가. 자, 이제 당신 차례다.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404쪽, 2만2천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이 망할 세상에서 사랑이라니!

딘 스페이드 지음, 송섬별 옮김, 돌고래 펴냄, 2만2천원

우리는 왜 주류 사회의 규범과 구조에는 대담하게 맞서면서 연애 관계에서는 상대를 배려하고 너그럽게 대하지 못할까? 25년 동안 저항적 사회운동을 해온 저자가 사적 연애와 관련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제시한다. 우리는 국가의 결혼제도와 결탁한 로맨스 신화가 주입해온 ‘영원’이라는 자본주의적·제국주의적 판타지를 벗겨내야 한다. 그래야 세상도 바꿀 수 있다.

 


가격이라는 함정

브렛 크리스토퍼스 지음, 이동구 옮김, 여문책 펴냄, 3만8천원

재생에너지가 저렴한 발전원이 됐는데도 시장이 에너지 전환에 실패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 가격에 있다. 저렴한 발전 비용이 곧 투자 주체의 상업적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유화된 전력시장에서 가격변동성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수익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장벽이 된다. 기후위기 앞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익을 넘어선 공공 주도의 에너지 대전환이다.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다우치 마나부 지음, 김정환 옮김, 부키 펴냄, 2만원

코스피 8000 시대. 소셜미디어에는 거액을 벌어 ‘은퇴’했다는 인증이 넘쳐난다. ‘지금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되고, 나만 돈 못 벌고 뒤처지는 것 같은 ‘포모’(FOMO·소외 공포)에 휩싸인다. 이 불안은 어디서 올까. 사실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누가 얼마를 벌었네’를 전하는 광고와 소셜미디어 등이 부풀리는 불안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훈과 로마

김현진 지음, 최하늘 옮김, 책과함께 펴냄, 3만3천원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학 교수인 저자는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촉발한 훈족을 야만인으로 규정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인종차별, 유목민들에 대한 편견과 경멸에서 비롯됐다고 못박는다. 당시 훈족은 고도의 군사·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이들의 정치체제와 문화는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중세 서유럽의 봉건제와 군사·귀족 계급 문화를 형성하는 뼈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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