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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끝의 시작’에 들어섰을 뿐

등록 2025-03-15 15:30 수정 2025-03-21 17:28
2025년 3월7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구조대원들이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받은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5년 3월7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구조대원들이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받은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쌍방이 막대한 고통과 유혈을 초래한 한국 충돌을 정지시키기 위하여,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력행위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정전협정 전문)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전쟁 1년여, 개전 이전 사실상의 ‘국경’ 구실을 했던 북위 38도선 주변에서 전투가 집중됐다. 교착국면으로 접어든 게다.

유엔군과 공산군 두 진영 모두 정전협상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양쪽은 막후 접촉을 거쳐 1951년 6월23일 소련의 유엔 수석대표 야코프 말리크의 정전 제안을 미국이 공식 수락하는 방식으로 교섭을 시작했다. 끝까지 정전협상에 반대한 이승만 정권은 스스로를 협상장 밖으로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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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7월10일부터 8월16일까지 개성에서 정전협상 본회담이 열렸다. 협상은 순탄하지 않았다. 협상에서 공산군 쪽은 북위 38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쌍방이 각자 10㎞씩 물러나고, 그 지역을 비무장지대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유엔군 쪽은 이에 반대하면서 우월한 해군과 공군력을 내세워 지역적인 보상을 요구했다. 같은 해 10월25일부터 1953년 7월19일까지 모두 159차례 본회담이 이어졌다. 군사분계선 획정, 정전 감시 방법과 기구, 포로 송환, 항구적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정치회담 등 산적한 의제가 관련국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복잡성을 더해갔다.

“제군들, 나는 항복하고 이 나라에서 철수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오. 나는 승리하기 위해 여기 왔소. 따라서 나와 함께 일하기 싫다면 당장 집으로 보내주겠소.” 1951년 4월 미 제8군사령관으로 부임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은 지휘권을 넘겨받은 뒤 내린 첫 지침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전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은 1951년 6월 그는 전선을 평양과 원산 일대로 밀어 올리려 했다. 공산군은 전략적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방어에 나섰다. 영화 ‘고지전’(장훈 감독·2011년)을 상징하는 문구는 그렇게 나온 게다. “1951년, 우리가 알고 있던 전쟁은 끝났다. 이제 모든 전선은 ‘고지전’으로 돌입한다!”

협상은 지루하게 이어졌다. 전쟁도 계속됐다. 숱한 목숨이 스러졌다. 1953년 6월8일 포로송환협정이 최종 체결됐다. 협상은 마무리됐다. 그때 정전에 반대하던 대통령 이승만이 이른바 ‘반공포로’를 일방적으로 석방했다. 격분한 공산군 쪽은 7월 초로 예정됐던 정전협정 체결을 미루고 대규모 공세를 준비했다. 이른바 ‘7·13 대공세’다. 7월21일까지 이어진 참혹한 고지전으로 양쪽 모두 수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로부터 6일 뒤인 7월27일 ‘유엔군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정전협정)이 체결됐다. 협상 개시 뒤 2년을 넘긴 때였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만 3년을 넘기고서야 정전을 위한 협상에 시동이 걸렸다. 평화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전쟁을 끝내는 건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야 ‘끝의 시작’에 들어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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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국사편찬위원회·전쟁기념관·대통령기록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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