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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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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먼저인 네트워크치과들


건치 소속 치과 0개, 일반 치과 2개, 네트워크치과 5개로 충치 진단 결과 각각 달라…
“돈 때문에 불필요한 치료 권하게 돼”
등록 2012-05-11 20:23 수정 2020-05-03 04:26
서울의 한 네트워크치과. ‘서민치과‘를 내건 이곳에서 충치 5개, 98만원의 진단이 나왔다. 다른 병원(0개, 2개)과 차이가 났다.  김경호 기자

서울의 한 네트워크치과. ‘서민치과‘를 내건 이곳에서 충치 5개, 98만원의 진단이 나왔다. 다른 병원(0개, 2개)과 차이가 났다. 김경호 기자

어려서부터 먹성이 좋은데다 단것을 좋아했다. 이가 늘 말썽이었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 결정할 때, 망설임 없이 치과를 골랐다. 어차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금니가 시큰거리는 증상이 꽤 오래된 상태였다.

‘서민’ 치과의 98만원 견적

4월 중순, 먼저 찾아간 곳은 이른바 네트워크치과 중 하나였다. 막대한 이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스로는 인터넷 광고에 ‘서민’ 치과라고 내걸고 있었다. 안내데스크에서는 ‘치료에 진심을 담고 있다’거나 ‘진료비는 양심적’이라는 문구가 적힌 서명지가 눈에 띄었다. ‘네트워크치과 금지 입법 반대’에 관한 서명운동이었다.

내부는 원목으로 된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웠다. 임플랜트를 주로 하는 곳이어서인지 임플랜트 광고 입간판이 서너 개 놓여 있었다. 예약 환자를 주로 받는 터라 기다리는 환자는 별로 없었다. 물론 10분 넘게 기다릴 정도로 환자는 적지 않았다. 우선 엑스레이를 찍고 치과 치료용 의자에 누워 의사를 기다렸다.

의사 진찰 전 상담사가 먼저 들어와 문진했다. 불편한 곳은 없는지, 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환자의 목적이 치료인지 진찰인지를 구분했다. 20분을 더 기다렸다. “원장님”이라고 불리는 의사가 급하게 들어왔다.

“여름에 해외에 나가게 돼 검진받고 처치받으려고 왔습니다.”

익스플로러라고 불리는 송곳 모양의 도구로 이를 긁거나 당기며 진찰을 이어갔다. 잇몸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교정을 했느냐고 물었다. 교정한 치열과 잇몸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유인즉, 이는 가지런하지만 잇몸이 내려앉았다는 것이었다. 또 오른쪽에 흔들리는 치아가 많다고 지적했다. 오른쪽은 기획 취재 전 검진을 받아 치료가 끝난 상태였는데 의아했다. 질문할 사이도 없이 작은 어금니가 양쪽 모두 충치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뭔가를 써서 옆에 서 있던 상담사에게 건넸다. 의사가 급히 다음 환자를 보기 위해 이동했다. 상담사가 설명을 시작했다.

“충치 치료하실 게 5개 있어요. 왼쪽 아래 사랑니 옆 큰 어금니 2개, 왼쪽 위 첫 번째 큰 어금니, 작은 어금니, 오른쪽 위 첫 번째 작은 어금니까지 5개입니다.”

비용을 물었다.

“금 개당 20만원, 3개 60만원이고요. 작은 어금니는 금을 안 하셔도 되죠. 대신 레진보다는 강도가 더 좋은 테세라라는 재질로 할 겁니다.”

테세라 2개까지 합해 98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도 테세라 치료도 저렴한 가격이라고 했다. 이날 진료 비용은 4500원이 들었다. 엑스레이 비용은 받지 않았다. 이 치과는 스케일링이나 엑스레이 비용은 따로 받지 않았다.



한 의사의 증언을 통해서는 과잉 의료의 정황도 보인다. “제가 (한 환자에 대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보존적인 치료를 고수하자, (병원의) 실장이 저를 따로 불렀습니다. 하나는 레진(충치를 간단히 때우는 치료를 가리키는 말), 다른 하나는 무조건 인레이(금 등을 이용한 보철)로 하라고 합니다.”

“스케일링 정도만 하시면 돼요”

의사가 몇 명이냐, 환자는 평소에 많은지 등을 물었다. “그걸 왜 물어보시는데요?” 안내데스크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기획 취재를 시작하기 3개월 전 기자는 다른 치과의원에서 진단을 받은 바 있었다. 특별한 특징이 없는 동네 치과였다. 좌우로 충치가 2개씩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총 40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그 가운데 20만원을 들여 오른쪽 충치 2개를 치료했다. 하나는 레진, 하나는 아말감으로 때웠다. 그리고 왼쪽 2개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기획 취재에 들어간 것이었다. 치료를 전제로 한다면 2개의 충치만 남은 상황이다. 그런데 네트워크치과 진단 결과 충치는 5개였다. 간극이 컸다. 다음날 곧바로 다른 치과로 향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회) 소속의 병원이었다.

차이라면 다른 병원과 달리 광고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임플랜트나 교정기구 등 흔히 볼 수 있는 광고판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임플랜트, 미백치료 등의 사진은 붙어 있었다. 일종의 비교 소개였다. 구강 건강을 위한 ‘입 체조’나 칫솔질 잘하는 법 등에 대한 내용이 더 크게 벽면을 차지했다.

상담실장의 면담이 먼저 이뤄진다는 점은 다른 병원과 동일했다. 옆자리에 할아버지가 앉았다. 기자보다 앞서 상담실장의 질문을 받으며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5분 정도 지나 원장이 들어왔다. 이전 병원과 동일하게 해외에 나가게 돼 진찰하고 견적을 뽑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아, 해보세요. 칫솔질을 너무 세게 하셨어요. 그래서 좀 닳았어요. 오랜 기간 떠나 계시면 2개 정도 치료하는 게 좋긴 한데, 꼭 하지 않아도 돼요. 스케일링 정도만 하시면 돼요.”

“닳았다고요? 충치는요?”

충치에 대해 물었다. 첫 번째 병원에서는 2개의 충치가 남아 있다는 진단이 나왔고, 두 번째로 간 네트워크치과에서는 5개의 충치가 등장했다.

“충치가 어금니에 있긴 해요. 하지만 지금 양상으로 봐서는 거의 진행은 안 될 것 같아요.”

기자가 충치 진단을 받으려고 진료대에 누워 있다. 기자의 경우와 달리 교정이나 임플랜트 진단이 나오면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진단은 엄정해야 한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기자가 충치 진단을 받으려고 진료대에 누워 있다. 기자의 경우와 달리 교정이나 임플랜트 진단이 나오면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진단은 엄정해야 한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아말감 설명 제외한 네크워크치과

굳이 때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드물게 진행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 정도에서 멈춘다고 했다. 인위적인 치료는 나중에 하고 가급적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가 시큰거린다고 말했다. 증상은 복합적인 원인에서 출발하니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두고 보자고 했다. 환자가 원하면 신경치료를 하지만 그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결국 견적을 따로 내지 않았다. 엑스레이 비용 6800원만 지급했다. 이번에는 2개에서 다시 0개로 치료할 이의 수가 줄었다.

상담실장은 원래 치료를 권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물었다. “치료를 권하지 않으시네요?”

“가족들이 치료한다고 해도 사람 손이 안 가는 게 치아에 좋다는 것을 강조해요. 처음 조건이 가장 좋죠. 치료를 하면 할수록 원래 치아의 수명이 짧아지죠.”

다른 치과에서 5개의 충치를 치료하라고 했다는 말을 꺼냈다.

“예방적 차원에서 앞질러가는 병원이 있긴 한데, 그건 옳지 않은 경우가 많죠.”

스케일링을 권했다. 공짜로 해주겠다는 네트워크치과와 달리 1만5천원을 받는다고 했다. 상담실장은 상담만 했다. “견적은 원장님이 직접 낸다. 돈 얘기가 민감하긴 하지만 직접 세세하게 치료법부터 재질까지 설명을 한다”고 말했다.

신중해야 했다. 차이가 너무 컸다. 충치 0개와 2개, 5개의 차이는 뭘까.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기자 신분을 밝히고 서울의 한 치과를 찾았다. 일주일 새에 세 군데의 치과 치료대에 누웠다.

“익스플로러로 긁었을 때 긁히느냐 여부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흔들리느냐, 환자가 어떻게 느끼느냐 꼼꼼하게 들여다본 다음 판단하죠. 결국 판단의 문제이긴 해요.”

이번에는 충치 1개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아말감, 레진, 금 등의 재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가격은 네트워크치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몇만원 정도 더 비쌌다. 하지만 네트워크치과에서는 아말감은 아예 설명 대상에서 제외한다.

“아말감을 권하지 않던데요?”

직원들, 피라미드식 성과 교육받아

강도의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고려 사항도 있다고 했다. 치과가 이익을 얼마나 낼 수 있느냐였다. “아말감이냐 금이냐를 두고 볼 때, 애매한 경우 기왕이면 금을 권하고 싶은 마음은 의사라면 누구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말감 자체를 말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치과 운영 과정에서 경제적 문제가 우선시되자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를 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했다.

기자는 병원 4곳에서 치료할 치아 개수를 각각 진단받았다. 0개, 1개, 2개, 5개. 0원부터 98만원까지. 만약 기자가 임플랜트를 해야 할 만큼 치아 관리가 돼 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 간격은 얼마나 더 벌어졌을까.

결국 기자는 0개의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올바른 칫솔질을 다시 익히기로 했고, 음식을 먹은 뒤 3분 이내에, 3분 동안, 하루 3회 등의 규칙을 지키기로 했다. 지금의 이를 치료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0개와 5개 사이에서 내가 내린 선택이다.

병원 사이에 왜 이렇게 큰 격차가 벌어진 것일까.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치과의 경우, 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몫이 적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국가기관이 재정 지원을 통해 쥐고 있는 통계가 다른 치료 분야에 견줘 부실하다. 결국 치과를 둘러싼 상업화의 현주소는 통계보다는, 병원 내부자들의 증언을 통해 정황을 짚을 수밖에 없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 가장 공격적인 진단을 했던 네트워크치과에서 몸담았던 내부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이들의 증언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협조를 받아 구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치과가 어떤 경로를 통해 수익을 얻는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한 전직 종사자의 증언이다. “위생사나 직원이 한 달 이상 근무하고, 근무 태도가 좋으며, 병원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될 경우 서울에 모여 교육을 받습니다. 교육은 말 그대로 피라미드식 교육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생사들 모아놓고 가장 높은 인센티브를 받은 다른 지점 A급 위생사들이 나와서 간증 형식으로 발표를 하고… 과장들이 나와서 위생사도 병원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의한다고 합니다.” 다른 전직 종사자의 말을 통해서는 병원의 ‘호객’ 방식도 보인다. “진료 스태프들은 자기 명함을 만들어서 밖으로 나가 돌리며 임플랜트의 (낮은) 수가나 무료 스케일링 등을 내세워 홍보합니다. 스태프들에게 들은 바로는 다른 치과에 비해 급여가 조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연봉 삭감 조항이라는 것이 있어서 한 달 총 환자 수, 신규 환자 수, 상담 성공률(선금 결제 비율), 한 달 총매출액 등에 따라 연봉이 삭감되기도 합니다.”

“의료 민영화되면 돈 더 많이 벌 수 있다”

한 의사의 증언을 통해서는 과잉 의료의 정황도 보인다. “제가 (한 환자에 대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보존적인 치료를 고수하자, (병원의) 실장이 저를 따로 불렀습니다. 하나는 레진(충치를 간단히 때우는 치료를 가리키는 말), 다른 하나는 무조건 인레이(금 등을 이용한 보철)로 하라고 합니다. 인레이는 크기에 따라 14만~18만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처음 한 달은 무조건 싸게. 개원 이벤트랍니다. 그 이후에는 제 가족이 치료하러 와도 실장이 수가를 결정합니다.” 다른 의사의 증언을 보면, 네트워크병원이 인식하는 의료 상업화의 단면도 보인다. “(직원들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의료 민영화가 되면 (병원이) 코스닥에 등록될 것이고, 그렇게만 되면 직원들은 병원의 주인이 됨과 더불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한다고 합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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