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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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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건강검진의 후유증, 가짜병·마음의 병·약물 남용…

건강검진, 한해 국민 절반이 받고 8000억 이상 국고 쓰며 2500만원짜리도 있는 검진공화국 대한민국… 검진이 처방·시술로 이어지는 황금시장이지만, 진단율이 사망률 낮추지 못하는 사례도 많아
등록 2012-06-01 11:45 수정 2020-05-03 04:26

병원이 아닌 듯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코너를 돌자, 고급스러운 라운지가 펼쳐졌다. 은행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창구 6곳에는 젊은 여성 상담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우아한 유니폼은 스튜어디스 복장과 비슷했다. 순서를 기다리는 15명 남짓한 손님들에게도 여유가 느껴졌다. 그들이 앉은 큼직한 소파 때문인 것 같았다. 혹은 벽에 걸린 고급스러운 현대미술 작품 때문이거나, 아니면 라운지에 퍼지는 피아노 선율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5분쯤 앉아서 기다리니 기자의 이름을 불렀다. 창구에 앉았다. 젊은 상담원은 알고 보니, 간호사였다. 그의 옆에는 커다랗게 ‘건강증진센터’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의 4층이다. 한 층이 모두 건강증진센터로만 쓰인다.

의료 상업화의 첨병, 고급 건강검진

부모님의 건강검진 때문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설명이 시작됐다. 온갖 질병의 이름이 주르륵 나왔다. 쉽게 말해, 몸을 샅샅이 뒤져서 질환을 찾아내준다는 뜻이었다. 상품 설명도 이어졌다. “암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정밀도가 높은 내용이에요. 당일 끝내는 ‘노블’ 프로그램과 1박2일·2박3일 검진이 있어요. 1박2일은 검사 항목은 노블과 비슷해요. 대신 여유 있게 검사를 받을 수 있고, 검사를 받을 때마다 일대일 의전을 해줘요.”

“의전이라고요?”

“예, 간호사분들이 검사가 끝날 때마다 모셔다드려요.”

가격을 물었다. ‘노블’을 받는 데 265만원이었다. 여성은 299만원이었다. ‘의전’이 따라붙는 1박2일 코스가 되면 가격은 뛰어오른다. 393만~401만원이다. 여기에 뇌종양 여부를 검사하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까지 하면 가격은 105만원씩 더 붙는다. 2박3일 검진은 “머리에서부터 사타구니까지 활성화한 조기 암세포를 발견해줄 수 있는”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도 포함한다. 2박3일 건강진단의 가격은 643만~679만원까지 올라간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척추나 치매 검사를 더하기도 한다. 물론 가격은 더 붙는다.

그래도 예약은 꽉 찼다. “지금 예약하면 6월 말에나 가능할 것 같네요.” 병원의 꼭대기층에는 VIP용 건강검진을 위한 객실이 따로 있었다. 올라가보니, 객실로 이어지는 라운지는 한강을 굽어보고 있었다. 객실은 고급 호텔급이었다.

나중에 알았다. 이 병원이 제공하는 초고가의 상품이 하나 더 있었다. ‘VIP’ 위의 ‘VVIP용’ 상품이었다. 평범한 일반인의 동선에서는 멀리 있는 상품이었다. 병원 쪽에 다시 확인해보니 값은 1500만~1700만원이었다. 상담원은 “일반 VIP 상품은 정형화한 건강검진을 해드리지만, VVIP용 상품은 교수님들과 협진을 한다”고 답했다. VVIP 회원은 100명에 한정된다. 병원을 찾으면 50평짜리 VVIP 전용 객실을 사용하게 된다.

다른 대형 병원의 건강증진센터도 확인해보았다. 더 비쌌다. 2박3일짜리 VIP 건강검진 가격은 750만~850만원이었다. VVIP 건강검진 가격은 2500만원까지 올라갔다. “건강검진을 하는 동안 하루 150만원짜리 특실에서 묵게 된다”는 설명이 붙었다.

대형 병원들 사이에서 고급 건강검진은 이미 ‘핫’한 상품이다. 의료 상업화의 첨병이다. 서울대병원이 경쟁에 불을 지폈다. 서울대는 2003년 9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센터를 열었다. 세금을 지원받는 공공병원이 할 일이 아니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센터는 계속 문을 열었다. 대형 병원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급을 올린 ‘VVIP’ 건강검진도 서울대가 먼저 시작했다. 2006년 당시 1500만원짜리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라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다른 병원들도 따라왔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을 제외한 ‘빅5’ 병원은 모두 1천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을 물었다. ‘노블’을 받는 데 265만원이었다. 여성은 299만원이었다. ‘의전’이 따라붙는 1박2일 코스가 되면 가격은 뛰어오른다. 393만~401만원이다. 여기에 뇌종양 여부를 검사하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까지 하면 가격은 105만원씩 더 붙는다.

건강검진이 국민건강 개선했나

건강검진 시장이 돈이 되니, 고급 호텔도 건강검진 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은 지난 2월부터 서울 강남의 한 병원과 함께 ‘프리미엄 검진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가격은 419만~1145만원이었다. 리츠칼튼도 지난해 호텔 안에서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 클리닉을 열었다. 건강검진은 의료행위에서 벗어나 이미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옮아가고 있다. 건강검진이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쾌하다. 고객이 아픈 사람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넓다. 게다가 검진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나면, 그 뒤 추가 검사와 처방, 시술까지 줄줄이 수익으로 이어진다.

고급 건강검진뿐만 아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도 이미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다. 2009년 기준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일반 건강검진 대상자는 180만 명을 넘는다. 만 40살과 만 66살에 받는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대상자도 124만 명에 다가선다. 특수 작업장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하는 특수건강진단 대상자도 79만 명을 넘는다. 여기에 각종 기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건강검진까지 합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힘들다. 2008년 국립암센터가 실시한 조사를 보면, 그해 국민 가운데 절반(50.7%)이 암 검진을 받았다. 2010년 건강검진에 쓰인 나랏돈만 8천억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개인이나 기업에서 쓰는 돈까지 환산하면 규모는 엄청나다. 한국은 이미 ‘검진공화국’이다.

공화국의 국민은 검진 덕분에 병도 미리미리 예방하고, 그래서 건강하게 살아갈까. 아쉽게도, 그렇게 단정하기 힘들다. 지난해 말 문제적인 책 한 권이 출판됐다. 불행히도 이 책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예방의학 전문의인 이충원 동강병원 건강관리센터 과장이 낸 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강검진은 오진 가능성이 높으며, 불필요한 건강검진은 필요 이상의 의료행위로 이어져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었다. 책의 메시지는 부글거리는 국내 건강검진 시장에 던지는 폭탄과도 같았다. 책은 건강검진에 관한 국내외 논문과 자료 60여 개를 차근차근 분석했다. 그 가운데 흥미로운 몇 가지 연구를 살펴보자.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찬찬히 보면 우리나라 건강검진의 불편한 진실이 롤러코스터처럼 펼쳐진다.

책은 먼저 한국과 일본 여성들 사이에 갑상선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살펴봤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2008년 우리나라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59.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심지어 일본보다 14배나 높았다. 정작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일본과 큰 차이가 없었다(표1 참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의심받는 건강검진 결과
위염 없거나 60% 있거나, 뒤죽박죽
건강검진 결과를 얼마나 믿으시나요?
지난해 강북삼성병원 건강진단센터 30돌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신뢰는 조금씩 무너진다.
연구자는 서울의 한 회사에서 2010년 종합검진을 받은 3500명 이상 사원들의 검사 결과를 분석했다. 당시 해당 회사는 직원들에게 건강검진기관 13곳 가운데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검진을 받도록 했다. 문제는 병원마다 진단이 천차만별이었다는 점이다. 먼저, 눈에 대한 검진 과정에서 2곳의 센터는 안압에 이상이 있는 직원이 단 1명도 없었다고 보고했지만, 다른 곳은 7.1%의 수검자가 안압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4곳의 검진센터에서 신장결석이 있는 직원을 찾아내지 못했고, 다른 1곳은 검진을 받은 직원 11명에 1명꼴(9%)로 신장에 담석이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극적인 편차를 보인 질환은 위축성 위염이었다. 한 센터는 위축성 위염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다른 1곳은 직원 10명 가운데 6명꼴(59.1%)로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13곳 가운데 위축성 위염 진단율이 50%를 넘은 곳이 2곳이었고, 오히려 진단율이 한 자릿수인 곳도 3곳이었다. 건강검진센터에 따른 직원들의 특성은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

찾으면 찾을수록 많아지는 ‘가짜암’

1985년 핀란드 헬싱키대학은 갑상선암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101건의 부검을 통해 얻은 갑상선을 고정한 뒤 2.5mm 두께로 잘라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니, 36개(35.6%)에서 잠재적인 갑상선암이 관찰됐다. 10명 가운데 무려 4명꼴로 갑상선암 ‘환자’였다는 말이다. 주목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36개의 갑상선에서 발견된 암 조직은 52개였다. 가장 큰 것은 14mm였다. 암 조직 10개 가운데 8개는 1mm 이하였다. 갑상선 조직을 더 촘촘하게 잘라내서 조사했다면 암 조직을 더 많이 찾아낼 수 있었다. 결국 열심히, 촘촘히 검사할수록 갑상선 환자는 더 많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갑상선암은 특히 증상이 없어 생존시에는 암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잠재암’ 혹은 ‘가짜암’이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굳이 갑상선암을 찾아 검사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헬싱키대학의 실험은 우리나라 여성이 유독 갑상선암에 자주 걸리는 이유를 일부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의 유방 초음파 검사를 할 때 갑상선 초음파를 ‘덤’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은 과도한 진단 및 시술로 이어졌다. 지난해 미국 내과학회지에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의 효과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심장 CT는 우리나라의 많은 대형 병원의 종합검진에 포함된 검사다. 미국 논문의 조사 대상은 흥미롭게도 2005~2006년 서울대 분당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은 환자 2천 명이었다. 연구진은 똑같은 종합검진에서 심장 CT 검사를 받은 1천 명과 받지 않은 1천 명으로 갈라서 두 집단을 비교했다. 두 그룹 모두 검사 이전엔 심장 쪽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환자들이었다. 연구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먼저 심장 CT에서 심장병을 유발하는 ‘죽상경화판’이 보인 환자는 무려 215명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환자들은 더 많은 시술의 대상이 됐다. 검사를 받은 집단은 90일 뒤 2차 검사를 받은 비율이 다른 집단보다 2.5배 더 많았고, 아스피린을 처방받은 비율도 4.2배 더 높았다. 관동맥중재술 같은 시술을 받은 비율은 15배 더 높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결과는 어떨까. 검사가 더 많은 사람을 살렸을까. 90일 뒤 두 그룹 모두에서 심장병 발생은 없었다. 우리나라는 심장병 발생률과 사망률이 다른 나라에 견줘 낮은 편이다. 그 뒤의 결과를 봐도 큰 차이는 없다. 18개월 뒤, 검사를 받은 이들 가운데 1명이 불안정협심증으로 입원했고, 다른 집단 가운데 1명이 원인 미상의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연구 결과가 놀랍긴 했나 보다. 미국 심폐혈관연구소의 마이클 라우어 박사는 “가짜병,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은 미래의 거대한 유행병인가”라고 비꼬는 글을 썼다. 저자인 이충원 전문의의 평가는 더욱 매섭다. “멀쩡한 사람에게 최첨단 고가 장비를 들이대니, 들이대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마치 마술처럼 약도 더 처방하게 되고, 위험하고 고가인 검사도 더 받게 되며, 더더욱 위험하고 고가인 시술을 더 받게 되는 것이다. 검사를 하면 할수록 ‘가짜병’을 만들어 멀쩡한 사람을 병자로 낙인찍을 뿐이다.”



검진공화국 생존법
“검진 항목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검진공화국에서 어떻게 다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충원 예방의학 전문의로부터 몇 가지 조언을 받았다.
첫째, 최신·고가 장비일수록 좋은 검진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질병에 따른 가장 적합한 검진 방법이 있다. 이는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할 문제지, 천편일률적으로 패키지화한 종합검진 상품에서 고를 문제가 아니다.
둘째, 검진 항목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자신에게 불필요한 검진을 많이 할수록, 오진과 과도한 진단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셋째, 내가 걸릴 위험성이 높은 질병이 무엇인지 의사와 함께 평가해보고, 그 목표 질병에 적합한 검사 항목을 선택하자.
넷째, 검진에서 발견한 질병의 일부는 ‘가짜병’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갑상선암, 전립선암, 유방암, 콩팥암 등은 진단이 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암은 대개 응급을 요하는 질병이 아니므로 의사와 잘 상의해서 최선의 관리 방법을 결정하도록 한다.
다섯째, 질병 예방을 위해 2차 예방법인 검진에 너무 의존하지 말자. 1차 예방이 최선이다. 식단을 조정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자.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자꾸만 나오는 고가 검사 무용론

멀쩡한 사람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환자가 되기도 한다. 미국 암연구소가 발행하는 에 2000년 실린 논문을 보면,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17%가 수술 뒤 소변을 보는 데 문제가 생겨 추가적인 치료를 받았고, 28%가 수술 뒤 기저귀를 차야 했다. 또 반 이상이 성기능에 문제가 생겼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3분의 1은 치료 2년 뒤에도 설사 등의 질환을 호소했다.

새로운 기술의 효능에 대한 논란도 있다. 최근 건강검진 ‘업계’에서 총아로 떠오르는 PET·CT가 대표적인 예다. 2009년 해외 핵의학학회지에도 이 검사의 효능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2004~2006년 우리나라의 한 의료기관에서 PET·CT를 찍은 1336명이 조사 대상이었다. 검사 결과 47명이 암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추가적인 확진 과정에서는 11명만이 암 판정을 받았다. 11명 가운데 4명은 초음파나 CT로도 추적이 가능한 질환이었다. 나머지 7명만이 PET·CT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환자였다. 이 중 6명은 문제의 갑상선암 환자였고, 1명은 콩팥암 환자였다. 콩팥암 역시 천천히 진행하는 ‘가짜암’이 많기로 유명한 암이었다. 고가 검사의 무용론이 나오는 근거다. 한 가지 더. 처음에 암 환자로 ‘오진’의 대상이 된 26명은 어땠을까. 아마도 이들은 확진이 나올 때까지 지옥에 다녀왔을 것이다. 그런 정서적인 ‘비용’은 계산되지 않았다.

건강검진의 효과에 물음표를 다는 연구는 이 밖에도 여럿이다. 하나만 더 보자. 2011년 국제암연구소의 필리프 오티에 박사는 유방암 건강검진이 유방암 사망률을 줄인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유방암 건강검진을 실시한 유럽 국가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유방암 사망률을 시계열에 따라 분석한 결과였다.

2006년 우리나라 가정의학회지에도 흥미로운 논문 하나가 실렸다. 제목은 ‘국내 일부 3차 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종합검진의 검사항목에 관한 근거 조사’였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소속 의사들이 쓴 논문이었다. 당시 국내 6개 병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검진 프로그램 내용의 적정성을 따졌다. 논문의 결론은 두 가지였다. 첫째, 많은 병원이 유용성이 확인되지 않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고가의 CT, 각종 초음파, MRI, PET 등은 건강검진에는 적절치 않게 지나치게 값비싼 검사다. 둘째, 건강검진이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항목을 적용했다. 논문은 “각 개인의 연령, 성별, 직업, 위험요인(가족력, 과거 병력, 흡연) 등의 여부에 따라 질병에 걸릴 확률은 확실한 차이가 있음에도 6개 병원의 검진 프로그램은 거의 일정했다”고 지적했다.

돈이 안 돼서 외면 당하는 1차 예방

예방의학계에서는 식사나 운동 습관을 지도하는 생활 습관 치료, 이른바 1차 예방이 건강검진, 이른바 2차 예방보다 훨씬 예방 효과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1차 예방은 지지부진하다. 예방 교육에 기꺼이 돈을 내는 국민도 적을뿐더러, 이해관계자도 적기 때문이다. 반면 2차 예방에는 적극적인 이해관계자가 많다. 의료기관, 장비개발회사, 시약회사들이다. 의료 상업화의 길목에서 건강검진은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



좋은 건강검진센터란?
‘암 잘 찾아내는 곳’ 소문의 실상
좋은 건강검진센터란 무엇일까.
는 책에 나온 예화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한 도시에 병원을 열었다. 개업 초기에 종합검진 대상자가 없어서 애를 먹었다. 여자 생산직 사원이 대다수인 아주 조그만 회사와 종합검진을 하기로 어렵사리 계약했다. 여기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붙여줬다. 검진을 한 결과, 한명의 중년 여성에게 갑상선암으로 의심되는 종괴가 발견됐다. 큰 병원에 환자를 보냈다. 환자는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다. 그 뒤 병원은 ‘암 잘 찾아내는 종합검진센터’라는 소문을 탔다. 그 회사는 병원의 ‘충성 고객’이 됐다. 병원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영업이 잘됐다.”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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