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난투극 뒤의 민주당, ‘덧셈’만으로는 어림없다

‘완승’이라 단정할 수 없는 고차방정식의 선거 결과… 양당 체제 악순환 끊을 다양성·비례성 강화 절실
등록 2026-08-23 17:47 수정 2026-08-24 08:14
google구글 선호 매체 등록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한성숙 국무총리(왼쪽),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등과 함께 2026년 8월23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한성숙 국무총리(왼쪽),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등과 함께 2026년 8월23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전대(전당대회) 기간 말씀드리고 약속한 모든 것을 다 지키겠습니다. 불가피한 변경이 필요할 때는 설명을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민주당을 바꾸겠습니다. 언어도, 정책도, 태도도, 문화도 진화할 것입니다.”

2026년 8월17일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수락연설 때 한 말이다. 김민석 신임 당대표는 이틀 뒤인 8월19일 첫 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서울이 아닌 부산(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었다. 전당대회 기간에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방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주일에 이틀씩(매주 2회)은 시·도당위원회가 있는 지역에 상주하며 당무와 그 지역 현안을 챙기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었다. 수도권 밖 지역이 그곳 특색에 맞는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해 전국이 고르게 발전하는 ‘지방 주도 성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1월1일 신년사에서 제시한 5대 국정운영 기조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2년간 민주당을 이끌 ‘김민석 지도부’의 당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당원 주권의 핵심인 권리당원과 대의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출발한 지도부입니다. (제가 제시한) 노선과 방향인 민생, 실용, 확장으로 당원의 선택을 받은 것입니다. (…) 당원이 선택한 노선으로 하겠습니다. 인사는 투명하게 하겠습니다. 능력주의로 하겠습니다. 화합은 일 중심으로 하겠습니다. (…) 계파는 없습니다.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왼쪽)가 2026년 8월19일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왼쪽)가 2026년 8월19일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와 합을 맞추라는 전략적 선택

민주당의 이번 8·17 전당대회는 ‘1인1표제’를 적용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았다. 대의원(당원을 대표해 정당 운영과 지도부 구성 등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구성원)과 권리당원(일정 기간 당비를 내서 당대표나 대통령 선거 등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투표권이 주어진 당원)이 행사하는 투표 권한을 일대일로 동일하게 만든 제도로, 정청래 대표 시절인 2026년 2월 도입됐다. 이전에는 권리당원의 한 표에 견줘 대의원의 한 표에 17~20배 정도 가중치를 뒀다. 투표권이 강화된 권리당원의 최종 표심은 당대표 연임을 노린 정 전 대표가 아닌 김 대표에게 쏠렸다. 김 대표는 최종 권리당원 투표(55.94%)와 전국 대의원 투표(66.69%)에서 절반이 넘는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의 권리당원들과 대의원들이 ‘압도적 지지’를 정 전 대표가 아닌 김 대표에게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길게 봤을 때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당원들의 판단이라고 봅니다. 그때까지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고, 이재명 정부가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권리당원의 집단지성이 발현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정 전 대표의 지난 1년간 당 운영과 이 대통령의 지난 1년간 국정 운영을 평가하는 선거였습니다. 권리당원의 최종 투표 결과는 정부가 이제 국정과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여겨지는 시점에 우리 당에 필요한 당대표 리더십은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유정 전 민주당 의원이 8월18일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성과를 내려면 긴밀한 당정 협력이 필요하고, 당의 안정적 운영과 정부의 성과가 맞물려야 다음 선거 승리도 기약할 수 있다는 판단이 권리당원 표심에 깔렸다는 취지다. 대의원 표심은 더 뚜렷했다. 김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보다 대의원 투표에서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김 대표의 승리를 호남권 권리당원이 결집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권리당원이 투표한 권역별 순회경선(1차 경선)에서 전남광주·전북 권리당원의 57.54%가 김 대표에게 힘을 실으며 판세가 크게 기운 것은 맞다.(정 전 대표 득표율은 32.65%)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8월18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판단을 호남 당원들이 내린 것”이라며 “더 근본적으로는, 지금 이재명 정부가 흔들리는 원인을 당-청 갈등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정청래 후보가 (당대표가 다시) 될 경우 당-청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으니 지금은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호남만의 결집은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유정 전 의원은 “호남권을 제외한 다른 권역에서 김 대표와 정 전 대표의 득표 차가 크지 않았다고 해도 김 대표가 정 전 대표에게 진 곳은 부산·울산·경남뿐”이라며 “김 대표가 전국 권리당원의 지지를 골고루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을 비판하며 사실상 정 전 대표를 지지한 유시민 작가와 방송인 김어준씨 등의 발언이 당내에서 역효과를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일 평론가는 “결국 김민석 후보가 승리하게 된 데는 유시민 작가의 ‘필연적 실패론’ ‘썩은내론’ 같은 발언이 아직 2년도 안 된 정부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당원들의 불만이 상당히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8월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후보자 만찬 간담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탁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송영길 의원, 김민석 대표, 이 대통령, 한병도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 홍익표 정무수석.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8월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후보자 만찬 간담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탁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송영길 의원, 김민석 대표, 이 대통령, 한병도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 홍익표 정무수석. 청와대 제공


진흙탕 계파 싸움에 주권자는 없었다

김 대표가 완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진단도 있다. 우선 선호투표(3명 이상 후보자에 대해 후보자별 선호하는 순서를 각각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1차 경선에서 김 대표는 정 전 대표(41.51%)를 꺾고 최고 득표자(49.91%)가 됐으나, 득표율이 절반을 넘지 못해 2차 경선을 치러야 했다. 2차 경선은 1차 경선에서 3등을 한 송영길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한 권리당원의 2순위 표를 김 대표와 정 전 대표의 득표수에 가산했다. 그 결과가 권리당원 투표에서 김 대표 득표율은 최종 55.94%, 정 전 대표 득표율은 44.06%로 나타났다. 김 대표가 호남 당심에서 정 전 대표를 압도하지 못했다면 당선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최종 투표 결과에 반영된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대상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정 전 대표(50.70%)가 김 대표(49.30%)를 앞섰다. 물론 이 국민여론조사는 반대 여론이 높았던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하게 찬성한 정 전 대표와 그를 지지한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민심’과 직접 연결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친정청래계 의원 3명이 당선되며 2명만 당선된 친이재명계(박선원·서미화 의원)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는 점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완승했다고 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특히 이들이 전당대회에서 노골적으로 진흙탕 계파 싸움을 벌인 탓에, 당이원팀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계파 갈등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민수 새 최고위원은 당선 직후인 8월17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한 인터뷰에서 “신임 당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는 거다. (다만) 그 방향에 있어서 우리 당원들 뜻과 다르다면 저희 의견을 당연히 전달할 것”이라며 “당원들께서 선출한 지도부 아니냐. 당연히 저희가 협력하고, 당연히 우리 목표(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 정권 재창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면 논쟁을 하겠지만, 최종 목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원팀’”이라고 답했다. 최민희 새 최고위원도 8월18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한 인터뷰에서 “(국민여론조사 응답자들이) 대통령의 국정을 잘 뒷받침해라, 그런데 민주당은 개혁하는 게 맞지 않냐 이런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원팀’이라는 게 다양한 목소리, 조금 다른 목소리, 이견, 이런 건 하나도 안 나온다. ‘원팀개념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하자는 대로 끌려가는 당 지도부는 안 된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한 발언들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셋째)가 2026년 8월19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 첫째)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셋째)가 2026년 8월19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 첫째)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당이 조직된 소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정책 경쟁이 아닌 후보자 간 비방과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8월19일 ‘김민석 지도부’가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문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당대회 같은) 큰 경쟁이 끝나고 나면 당내 통합, 화합을 늘 당부하지만, 이번에는 더 각별한 것 같다”며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입은 내상 같은 게 너무 깊지 않은가, 그래서 앞으로 잘 화합될 건가, 이런 걱정을 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1인1표제는 순기능을 한다면 당원이 당 기구의 구성과 운영, 당의 의사결정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도부 중심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역기능을 한다면 계파정치를 더욱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1인1표제는 이런 역기능이 두드러졌다. 권리당원 표의 비중이 대의원과 대등해질 만큼 커지면서 후보들이 겨냥할 대상은 사실상 ‘당심’(당원들의 생각과 뜻) 하나로 좁혀졌다. 많은 후보가 전당대회 경선 후반부로 갈수록 앞으로 2년 동안 당을 어떻게 이끌지를 설명하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편을 갈라 싸우는 일에 주력했다.

다음은 장혜영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8월19일 통화에서 한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 슬로건(표어)이었던 ‘모두의 민주당’이 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지금 민주당은 ‘모두의 민주당’이 아니라, ‘진영의 민주당’ ‘계파의 민주당’이란 사실을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아우를 수 있는 여당이 되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자리여야 했는데, 실제로 민주당 전체를 아우르지 못했고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의 존재는 설 자리가 아예 없었습니다.”

특히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 등 ‘팀 정청래’는 전당대회 기간에 ‘당심’이 곧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러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구세진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와 조영호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2025년 12월 한국정당학회보에 실린 학술논문 ‘누가, 왜 참여하는가? 한국 당원의 당내 활동 참여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내 주요 의사결정에서 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변화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정당들이 지도부 선출, 후보 공천, 정책 결정 과정 등에서 당원의 참여와 권한을 확대하는 등, 당내 민주주의가 보편적 규범으로 인식되는 추세이다. (…) 그러나 슘페터(조지프 슘페터의 대표작인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의 표현대로 ‘민주주의란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어떤 결정을 도출하느냐와는 상관없는, 결정에 도달하기 위한 제도적 절차 중 하나일 뿐’이라면, 당원의 의사결정 참여 확대가 항상 더 민주적인 결과로 귀결된다고 보긴 어렵다. 경험적 연구들에 의하면, 당원 대부분은 당내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 참여하는 당원들은 일반 당원이나 유권자들보다 이념적으로 더 편향되거나, 정치적 관심이 높고, 조직 내 영향력을 가진 소수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소수의 활동가들이 확대된 참여의 기회를 잘 활용함으로써 당내 권력이 이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집중되는, 즉 당내 민주주의의 강화가 오히려 과두제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6년 8월20일 국회에서 조정식 국회의장을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6년 8월20일 국회에서 조정식 국회의장을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당원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당 운영을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8월17일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당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대한민국 국민의 안정과 복리에 부합해야 해요. 헌법(제8조 2항)에서 정한 민주적 운영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숙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정당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거든요. 그렇다면 민주당을 새로 이끌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선거도 당연히 한국 사회가 앞으로 2년 동안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그 논의 위에서 진행돼야 해요. 한국 사회가 어떻게 되든 말든 민주당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 잘 살자는 마음으로 뽑아서는 안 되죠.”

서복경 대표는 민주당의 1인1표제가 당내 민주주의 강화로 이어지지 못한 한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투표를 한다고 민주주의는 아니에요. 과거 (1972년 11월 실시된) 유신헌법 찬반 국민투표 때 투표율 91.9%, 찬성률 91.5%가 나왔다고 해서 그걸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잖아요. 누군가가 어떤 권리를 행사한다고 할 때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제공받고, 내가 행사하는 권리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토의하고, 이를 토대로 자발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 당 운영에 적용하면 당원들이 지역위원회(해당 지역 당원 협의체)와 시·도당위원회, 중앙당의 정책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고, 그 결정 과정 논의에 참여하고, 다른 당원들과 토의하고, 그 정책 방향을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권리를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죠. 문제는 1인1표제를 실질화하는 이런 장치는 다 빠지고 투표할 권리만 남았다는 거예요. 과연 당비 납부만으로 당원의 권리가 완성될까요? 지역위원회에 가입해서 활동한 적도 없고, 지난 선거에서 소속 정당 공약이 뭔지도 모르고, 정당이 지금 주요하게 추진하는 핵심 정책 노선을 들어본 적도 없고, 토론 한번 해본 적이 없는데 선거 때 누가 대표가 되면 좋겠냐 그것만 갖고 논의한다는 거죠, 지금.”

디자인주 장광석 실장

디자인주 장광석 실장


이것이 세 번째 탄핵 가능성 차단하는 길

김민석 대표는 수락연설 때 ‘민주당 에이비시(ABC)’라는 말로 당의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이중 B는 ‘Broad’의 머리글자로서, 그가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자주 밝힌 ‘덧셈 정치’를 가리킨다. 그가 말하는 덧셈 정치는 “합리적인 진보, 합리적인 개혁, 합리적인 중도, 합리적인 보수 (등) 모든 유능한 사람을 모두 다 끌어안는 당으로 단단하게 키워내고, 늘려내고, 확장하는” 정치다.(위의 표 참조) 그러나 민주당을 바꾸겠다는 김 대표의 그간 공약에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 확장은 있을지언정 민주당이 거대 양당 체제에서 가진 기득권의 해체는 빠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 직전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선언한 뒤 점점 더 극우로 향해 가는 국민의힘에 의해 비워진 보수와 중도의 자리를 점유하고 ‘주류’를 지향하는 행보를 보이는데, 민주당이 이와 동시에 비례성을 강화하는 정치제도 개혁 등을 하지 않으면 김 대표의 ‘모두를 다 끌어안는 당’이란 말은 경쟁 없는 절대다수당이 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전 정말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세 번째 (대통령) 탄핵은 없길 바라요. 그런데 김민석 신임 대표가 기득권 구조 해체에 무관심한 것은 세 번째 탄핵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봐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양당제 때문이에요. 양당 체제의 한 축인 민주당이라는 큰 권력과 싸우면서 탄압받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키워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이어 대통령까지 됐잖아요. 이런 일을 겪고도 양당제 구조를 해체하지 않고 다른 정치개혁이 가능하리라고 믿는 것은 정말 큰 오만이에요. 그건 (2024년 12월3일 윤석열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추운 겨울에 광장에 나와 민주주의를 지켰던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봐요. 일부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정치세력이 자신의 정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김민석 대표가 없애겠다는 계파정치를 없애고, 계파정치로 인한 국가 전체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낮출 수 있다고 봅니다.” 장혜영 전 의원의 말이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