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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만든 웹툰과 웹소설이 ‘불법도박’ 미끼로 쓰인다면

등록 2026-10-02 13:00수정 2026-10-05 08:33
김동훈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장. 김동훈 제공

김동훈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장. 김동훈 제공


‘베리타스’ 등 작품 활동을 해온 만화가 김동훈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장은 21살에 만화가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했다. 출판만화와 웹툰을 오가며 창작한 지 28년이 됐다. 그동안 불법유통과 불공정한 구조로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빼앗기는 일을 겪었다. 출판만화 시절에는 “밥 먹을 시간도 아끼며” 밤새워 작품을 만들어도 만화가 불법 스캔본과 대여점을 통해 소비돼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만화 시장이 웹툰으로 이동한 뒤에도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작품이 대규모 불법유통 누리집에 게시됐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으로 원작을 가공한 쇼트폼 콘텐츠가 등장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김 협회장은 뜻이 맞는 웹툰·웹소설 작가들과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를 만들어 대표적 불법유통 누리집인 뉴토끼·북토끼 운영자를 상대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창작자와 플랫폼 사이의 불공정계약 문제 등에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만든 작품이 불법도박 누리집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미끼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026년 10월1일 김 협회장에게 창작자들이 직접 소송에 나선 이유와 플랫폼 안팎에서 벌어지는 권리침해에 관해 물었다.

―뉴토끼·북토끼 운영자를 상대로 한 공동소송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나요.

“현재 작가 52명이 일본 법원에서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토끼·북토끼 운영자가 일본으로 귀화했기 때문인데, 2026년 6월11일 한국으로 송환돼 기소됐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운영자의 송환에 맞춰 피해 작가 133명이 해당 운영진을 고소했다. 국내에서도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창작자들은 불법유통으로 어떤 피해를 호소하고 있나요.

“작가는 작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생활하고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 그 수익이 사라지면 생계 자체가 흔들린다. 수개월, 수년 동안 만든 작품을 누군가 마음대로 가져가 불법으로 수익을 올리고 또 다른 범죄에 악용하는 것은 참기 힘든 무력감과 상실감, 분노를 낳는다.” 다음 작품도 같은 피해를 보리라는 불안을 안고 작품에 몰두하는 것 역시 고역일 수밖에 없다.”

―불법유통 누리집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웹툰과 웹소설 같은 인기 콘텐츠를 불법으로 제공하면 막대한 트래픽을 모을 수 있고, 이를 광고나 불법도박 누리집과 연결하면 큰 수익을 만들 수 있다. 그에 비해 처벌과 책임은 가볍다. 대표적인 웹툰 불법유통 누리집 ‘밤토끼’ 운영자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이 문제를 너무 오랫동안 단순한 ‘저작권 침해’로만 바라봤다. 웹툰이나 웹소설로 이용자를 모아 불법도박 누리집으로 보내 수익을 만드는 구조라면 저작권 침해를 넘어 사이버범죄이자 경제범죄다. 광고비는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범죄수익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불법도박 사업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까지 자금 흐름을 추적해야 한다.”

―최근에는 웹툰 장면을 AI로 가공해 틱톡·릴스 등 국외 쇼트폼 플랫폼에 올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침해는 원작을 변형해 마치 새로운 콘텐츠인 것처럼 유통하고 수익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불법유통과 다르다. 창작자는 애니메이션, 영상화, 캐릭터 사업 등 원작을 기반으로 정당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2차 사업의 기회까지 침해받을 수 있다. 원작자의 동의 없이 AI로 변형한 콘텐츠를 먼저 유통하고 소비하면 원천 지식재산권(IP)의 가치와 사업 기회가 훼손될 수 있다. 작품의 정체성과 창작자의 의도가 훼손되는 문제도 있다.”

―창작자가 안심하고 작품을 만들려면 무엇이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할까요.

“현재는 피해자인 작가가 직접 불법 누리집을 찾아내고, 캡처하고, 증거를 모으고, 삭제를 요청하고, 고소까지 해야 한다. 그사이 불법 누리집은 계속 운영되고 누군가는 계속 돈을 벌고 있다. 국가와 수사기관이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창작자가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플랫폼이나 제작사와의 관계에서 정당한 대가와 투명한 정산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언론이 이 문제를 단순히 ‘불법 누리집에서 만화나 소설을 공짜로 보는 문제’ 정도로만 다루지 않았으면 한다. 그 뒤에서 어떤 돈이 움직이는지를 함께 봐줬으면 좋겠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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