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8일 수도권의 한 무인카페 만월경 문에 한전의 ‘전기공급 제한 예정 알림’ 경고장이 붙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5년 말, 무인카페 프랜차이즈 ‘만월경’ 김재환(34) 대표가 가맹점주 최소 수십 명에게 ‘위약벌 3천만원’을 경고하는 전화를 하고, 이에 해당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위약벌이란 계약 당사자 중 한쪽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법적 손해배상과 별개로 벌금을 물리겠다는 얘기다. 만월경 본사가 김 대표 명의로 이런 조처에 나선 건 카페 가맹점에서 쓰는 ‘원두 및 부자재 사입’ 문제 때문이다. ‘사입’은 판매를 목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를 일컫는데, 가맹업계에선 가맹점주가 가맹본부가 아니라 외부 업체로부터 물건을 직접 사서 조달하는 행위를 뜻한다. 즉, 만월경은 가맹점주라면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원두 등을 써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계약 위반이고,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3천만원을 내야 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내용증명을 받은 수도권의 한 만월경 가맹점주 ㄱ씨는 황당하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본사가 전후 사정은 설명하지 않은 채 투자금(6천만~7천만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라고 경고하니 어이가 없었다”며 “본사 대표가 가맹점마다 직접 전화해서 위약벌을 언급하는 방식도 점주들에게는 고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만월경 쪽 행태는 경고 전화와 내용증명에 그치지 않았다. 일부 매장에는 가맹점주가 모르는 사이에 김 대표 등 본사 사람들이 들어와 커피기계를 열고 쓰레기통을 뒤졌다. 본사가 지정한 원두를 사용하는지 등을 점검하러 다닌 것이다. ㄱ씨를 비롯한 점주들은 이런 사실을 매장 폐회로텔레비전(CCTV)화면을 보고서야 뒤늦게 알았다.
‘30대 청년 신화’로 꼽히며 급성장한 만월경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만월경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위약벌을 청구한 사건의 시작은 원두 공급가 인상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점주들과 만월경 관계자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만월경은 가맹계약을 맺으며 가맹점이 본사가 지정한 ㄹ사의 원두를 본사를 통해 사서 쓰도록 조건을 내걸었다. 이 계약에 따라 2024년까지만 해도 가맹점마다 1㎏당 2만2천원 수준으로 원두가 공급됐다. 그런데 만월경 쪽은 2025년 1월 갑자기 원두 가격을 1㎏당 2만7천원대로 올렸다. 애초 만월경 본사는 2024년 10월 공식 문서에서 “2025년 3~4월까지 공급가 인상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이를 뒤집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커피를 공급하는 원두 회사도 일방적으로 바꿨다. 점주 선호도가 65%였던 기존 원두 공급사인 ㄹ사 대신 다른 회사의 원두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월경 쪽의 일방적인 조처로 인해 가맹점주들에게는 큰 폭으로 이익이 줄거나 심지어 적자로 전환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협의회를 꾸려 본사의 일방적인 원두 공급가 인상에 반발했지만, 김 대표는 협의회에 이 조처를 강행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가맹점주들이 여전히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던 기존 ㄹ사의 원두를 사입해 쓰기 시작했다. 김 대표 등 만월경 쪽의 무단침입 ‘원두 검사’와 위약벌 청구 조처는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사정을 아는 만월경 관계자는 “당시 만월경이 새롭게 계약한 회사의 커피 공급 원가가 기존 업체보다 낮았음에도 가맹점에는 더 높은 가격으로 원두를 팔았다”고 말했다.
만월경이 가맹점에 내린 조처에는 여러 비판이 제기된다. 먼저 무인카페가 고객이 커피를 사기 위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이긴 해도, 본사 대표가 점주의 동의 없이 매장에 들어가 기계 내부를 확인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인 권정순 변호사는 “본래 영업 목적과 달리 점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 들어가 기계를 확인했다면 건조물침입죄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원두 가격의 급격한 인상에 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위배됐을 가능성이 있다. 2024년 12월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구입강제품목 거래조건 변경 협의에 대한 고시’는 가맹본부가 원두 등 필수품목의 가격 등 거래조건을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바꿀 경우 이를 통지하고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원두 가격이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크게 인상됐다면 본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다. 권 변호사는 “본사가 고시에 따른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급가를 올렸다면 거래조건 변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3천만원을 위약벌로 지급하도록 한 만월경의 가맹계약과 내용증명을 두고도 권 변호사는 “점포 한 곳의 원두 사용량과 본사가 얻었을 유통마진을 고려하면 3천만원은 과도해 보인다”며 “실제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이 감액하거나 해당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2026년 9월8일 수도권의 한 무인카페 만월경이 영업을 중단한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만월경은 점주들에게 비상식적으로 강한 제재를 이어가면서 정작 본사가 책임져야 할 기계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다수 가맹점주가 지적하는 것은 하루 또는 2∼3일에 한 번씩 반복되는 크고 작은 커피기계 고장이다. 1년 넘게 수도권에서 만월경 가맹점을 운영한 70대 ㄴ씨가 대표적이다. ㄴ씨는 여러 무인카페 브랜드를 비교한 뒤 2025년께 만월경과 가맹계약을 했다. 김재환 대표의 인터뷰와 많은 가맹점 수를 믿었다.
문제는 본사에서 공급한 커피기계가 반복적으로 멈추면서 시작됐다. 커피가 절반만 나오거나 빈 컵만 떨어졌고, 얼음이 나오지 않기도 했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기계 고장으로 영업을 이삼 일 중단했고, 이후에도 수리 기사를 불러야 할 정도의 고장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기계가 멈출 때마다 ㄴ씨가 직접 매장에 가서 결제를 취소하거나 음료를 다시 뽑아줘야 했다. 그러나 본사에 수리를 요청해도 며칠 전화와 문자에 답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불량을 경험한 고객이 다시 찾지 않으면서 매출도 줄었지만, 임대차계약 기간이 남아 당장 문을 닫기도 어렵다. “전화만 오면 손님이 또 커피가 잘못 나왔다고 할 것 같아 조마조마해요. 이제는 기술팀도 없다고 하니 고장 나면 앞이 캄캄합니다.” ㄴ씨는 스트레스가 겹치며 건강이 악화돼 병원 치료도 받고 있다.
점주들이 겪은 고장은 ㄴ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400여 개 가맹점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문제다. 2024년 11월 본사가 시행한 점주 불만 조사에서 커피기계 고장이 가장 큰 불만으로 꼽혔다. 가맹점협의회가 자체적으로 2024년 7월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기계 고장과 수리 부실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창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89%에 달했다. 점주들은 “최소 사흘, 길게는 여러 달 이상 수리 기사가 오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만월경 소비자 중에서도 카페의 커피기계 고장 상황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경기도 남부 지역 매장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이승우(64·가명)씨는 “일하러 나가는 새벽에 커피를 살 곳이 없어 24시간 카페인 만월경을 매일 이용하는데, 나흘 내내 얼음이 들어간 음료를 마실 수 없었던 적도 있다”며 “따뜻한 커피를 사려고 결제했더니 기계가 아예 작동하지 않아 돈을 날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복수의 만월경 전현직 관계자는 잦은 커피기계 고장의 배경에 김 대표가 요구한 비상식적인 기계 변경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기존 기계에 탑재하기 힘든 기능과 부품을 계속 추가하라는 김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다. 만월경 내부에서도 안정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김 대표가 강행했다고 한다. 만월경 전직 관계자는 “변경된 기계는 조금만 손대도 여러 문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커피기계의 부품 변경과 관련한 문제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은 가맹점주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2026년 7월 만월경에 공급된 일부 커피기계를 조사한 결과, 실제 매장에 설치된 기계의 주요 부품이 안전확인 신고 당시 부품과 다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전확인은 전기용품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 제도의 하나다. 주요 부품을 바꿀 때도 신고해야 하는데, 만월경의 커피기계는 부품이 변경되고도 신고되지 않아 ‘불법 전기용품’인 채로 사용됐다는 얘기다. 제품안전관리원은 만월경의 김 대표에 대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행정조치를 의뢰한 상태다.
만월경이 자본잠식 위기와 회생절차 등을 겪는 가운데, 기계 문제와 매출 부진, 본사와의 관계 등으로 폐업이나 영업 중단을 선택한 가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만월경은 점포를 600곳 이상 열었다고 주장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 누리집에서 영업신고가 확인되는 점포는 409곳에 불과하다.
앞서 만월경 쪽은 2026년 1월 제이티비시(JTBC)에서 가맹점주들이 커피기계 고장 문제를 제기한 보도를 하자, 수리·보수 서비스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에이에스(AS)센터는 여전히 연락이 거의 되지 않는데다, 연락이 닿더라도 “기계 수리할 부품이 없다”는 답을 들은 가맹점주도 있다.
김 대표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원두 공급가 인상에 대해 국제 생두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조처였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또한 점주들의 사입으로 본사가 원·부재료 공급을 통해 얻는 수익이 줄었고, 이로 인해 회사의 경영난이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기계 고장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점주의 관리 소홀이나 소모품 미교체 등 사용자 과실로 발생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다른 원두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만월경이 일방적으로 공급가를 인상했기 때문”이라며 “점주들 입장에서 기계가 고장 나면 영업을 하지 못하는데 관리 소홀이 있기 어렵다. 일상적인 기계 고장은 오히려 점주들이 서로 방법을 공유해 고쳐왔다”고 재반박하고 있다. 공급가 인상 또한 생두 가격과 무관했다는 만월경 관계자의 반박이 나온 상황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당청 ‘김승원 강행’ 기류…야권은 장외 투쟁 예고, 여론도 싸늘

강선우 “경찰, ‘1억 수수 인정하면 품위 지켜주겠다’ 압박”…경찰 “회유 없었다”

“오레된 빗을 갑푸려 합니다”…48년 전 500원→500만원 보답

검찰, ‘1억 공천헌금’ 혐의 강선우에 징역 4년 구형
![이 ‘떡’까지 줘야 해요…? [그림판] 이 ‘떡’까지 줘야 해요…?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916/20260916503617.jpg)
이 ‘떡’까지 줘야 해요…? [그림판]
![[단독] 김승원, 정 판사 재판부 사건 수임…“안 했다” 청문회 해명과 배치 [단독] 김승원, 정 판사 재판부 사건 수임…“안 했다” 청문회 해명과 배치](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916/53_17895464742671_20260916503176.jpg)
[단독] 김승원, 정 판사 재판부 사건 수임…“안 했다” 청문회 해명과 배치

윤석열의 ‘대왕고래 쇼’…감사원 “140억 배럴 탐사 확률 0.000218%”

후티, 사우디 공세 강화…메카 공격 부인하고 “석유시설 타격” 주장

최태원, 노소영 쪽 “동거인에 1천억” 불기소에 항소…“50배 넘어”

한동훈, 국힘 의원들에게 ‘국수’ 돌려…손 편지엔 “함께 힘 모으겠다”



















